옛날에 썼던 사나에 과거사 망상. 날조 한가득.
코치야 사나에는 키타시라카와 치유리만큼의 천재는 아니었지만 손에 꼽히는 수재였으며, 그녀는 오카자키 유메미 교수를 존경해오고 있었다. 마법의 존재증명은 신앙과 과학, 비일상과 일상의 양측을 걸으며 자가모순을 겪던 소녀의 정체성 증명이기도 했다. 나름대로 촉망받는 과학도 영재 여고생이면서, 모리야 신사의 카제하후리. 어느 한 쪽을 취하기를 바라는 세계.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어느 측에 서도 사람들 사이에선 튈 수밖에 없었던 별종. 섞이지 못하는 소녀는 비일상을 동경했다. 특별한 힘을 지닌 채로 살아가는 것은 그녀가 탐닉하던 2차원의 세계만큼 이상적이지 않았다. 그녀는 영웅도 용사도 사명을 지니고 싸우는 자도 아니었고, 개성은 강하지만 그 개성이 모두 포용되는 2차원 세계만큼 현실은 이 별난 현인신에게 너그럽지 못했다.
그 와중에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오던, 그녀를 지탱해주는 유일한 이름이 오카자키 유메미였다. 과학으로 마법을 증명해보이고 둘의 공존을 주장하는 그녀는 어린 사나에의 우상이자, 카나코와 스와코에 이은 그녀만의 제3의 신이었다. 자신이 있을 곳이 생긴다. 자신이 받아들여지는 것을 학계에서 인정한다. 자신은 광인도 괴짜도 위험인물도 아니다. 자신이 속한 두 세계도, 그를 아우르는 이 세계와 자신도 섞일 수 있다. 그런 그녀의 희망은 조롱과 멸시의 발자국으로 얼룩진 오카자키 교수의 논문과 각종 매체에서 손가락질당하는 그녀의 뒷모습과 함께 완전히 무너졌다.
사나에는 자신이 어떻게든 그녀의 논문을 이어받겠다고 필사적이었다. 그녀의 제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그녀의 자취를 쫓았다. 그러나 그녀는 어느 순간 행방불명되었고, 사나에는 갈피를 잃고 오열했다. 곁에 있어주는 건 그녀의 부모와 같은 두 신들뿐. 혼자 남겨진 사나에를 받아주는 것은 없었다. 오카자키 유메미라는 이단이자 낭설을 쫓은 사나에는 이미 촉망받는 과학인재에서 헛소리에 속아넘어간 바보로 둔갑했고 평범하게 어울리고자 들어간 학교도 초록 머리에 수상한 힘을 가진 그녀를 철저히 냉대했다.
등교를 거부하고 기적과 마법과 비일상으로 가득찬 2차원 세계를 계속해서 쫓던 그녀는 문득 오카자키 유메미가 어디로 갔는지 의심을 품고, 어느날 거리에서 보랏빛 옷의 묘령의 여인을 만난다. 눈알로 가득찬 섬뜩한 결계에서 홀릴 듯이 손짓해오는 세계. 초현실적이고 불길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지만, 그녀가 펼친 경계 너머의 세계는 사나에에게 오히려 편안한 감각을 줬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비일상의 이상향의 파편에서 그녀는 그녀가 그토록 쫓았던 붉은 머리칼과 옷자락을 봤다. 때마침 카나코와 스나코도 자신들의 신앙이 희미해져 감을 느끼고 강경한 수단을 취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둘에게 무엇보다 신경쓰이는 것은, 회색빛으로 시들어가는 사나에였다. 그들은 그녀가 여기의 일상과 함께 살아갈 수 없음을 줄곧 봐왔던 것이다.
도로에 그 여인과 틈새가 나타난 다음날 모리야 신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환상이 되었다. 아무도 초록빛의 머리를 가진 기묘한 소녀에 대해선 떠올리지 않게 되었다.
코치야 사나에가 하쿠레이 레이무에게 도전장을 내놓고 처음으로 패배했을 때, 그녀가 느낀 건 다름아닌 기쁨과 안도감이었다. 이 곳에는 자신과 같은 힘을 쓰는 인요들이 많고, 이상한 것이 자기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늘 남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남들보다 앞서가던 사나에에게 '패배' 라는 형태로 전달했던 것이다. 그녀도 상대도 자신의 개성을 마음놓고 발휘하면서, 그것을 이 세계의 공통된 룰인 스펠카드 룰에 불어넣어 탄막으로 표출해내면서 - 자신으로 있을 수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세상에 섞여들어가면서, 동등한 싸움 끝에 얻어낸 정정당당한 패배.
사나에는 첫 탄막놀이에서 드디어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받아들여졌다.
그런 사나에가, 모두를 받아들이는 환상향에서마저도 받아들이지 못한 일족의 소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좀 더 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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