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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사탕통/팝핑 캔디

[슈미카] 나쁘지 않은 심장

by 료밍 2016. 7. 31.


앙스타 전력 60분에 주제 '양호실'로 참여. 역시나 용두사미 전개. 뭘 쓰고 싶었는지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캐릭터 붕괴 주의

-2-B 관련 날조 설정 있음. 이외에도 대부분 독자설정입니다

-일단 프로즌 아이스 쪽과는 별개의 사건입니다



옛날과 같이 그것- 그 아이, 카게히라 미카는 쓰러지고 말았다.


꽤 자주 있었던 일이었지만, 길들여 먹이고 수시로 몸 상태를 점검하는 일에 자신도 그 아이도 익숙해진 시점에서는 그 빈도가 줄었다고 이츠키 슈는 방심하고 있었다. 무대에 서는 일이 두렵지 않아져서 둘이서 다시 노래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활동량에 맞춰 미카의 먹성도 드물게 좋아졌고, 그 덕에 슈는 집에서 여러가지를 요리해보면서 미카에게 먹이고 반응을 보는 - 반응이래봤자 스승님이 해주는 밥은 최고데이! 한그릇, 아니 백그릇이라도 더 먹고 싶다! 와 같은 서투른 찬사가 변주될 뿐이지만 - 데 흥미를 붙여가고 있었다. 손이 많이 가던 인형은 먹이는 것부터가 곤혹이었던 시절에 비교하면 지금의 미카는 붙임성 있게 이것을 먹어도 되는가, 저것이 먹고 싶다 하고 물어오기 시작했기에, 미카의 신체가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슈는 여러 레시피들을 실험해보고 있었고, 그것이 자신의 슬하에 남은 유일한 인형이 이룩한, 지켜보기 즐거운 성취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이제는 그 생각에다 대고 마음 속에서 일일히 반박하는 것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슈는 미카에게 마음을 풀어놓고 있었다. 그렇기에 방심했다.


며칠 전부터 점심시간의 일과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보통 때라면 옥상에서 슈와 함께 점심을 먹고는 하던 미카는 오늘은 친구와 밥을 먹겠다, 라는 이유를 들으며 옥상이 아닌 교실에서 밥을 먹으려 했다. 인파에 섞이는 것만으로 현기증이 오는 슈와 달리 미카는 겁은 많았어도 안면만 익으면 사람 좋은 아이였고, 우려한 것보다 건전한 교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기에 요즘은 예전에 그 아이에게 명령했었던 통금시간이나 친구를 만나러 가도 되는지의 허가 등도 꽤 널널하게 풀어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마치 부모에게 허락을 구하는 아이처럼 스스로 그것을 지키고 있었고, 슈는 거기서 안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막상 정말로 미카가 다른 사람과 어울리려 하는 것을 보자 슈는 뱃속에서부터 치밀어올라 목구멍 근처에 자리잡는 거슬리는 감각을 떨칠 수 없었다. 변함없는 일상에 생긴 변화를 보고 사소한 질투심에 사로잡혀버리는 자신은 아직 적응하기 힘든 것이라고 슈는 느꼈다. 그렇지만 그것도 하나의 성취였고, 그 아이의 다소 비정상적인 의존을 조금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이미 몇 개의 실을 잃어버린 인형사로서는 옳은 선택이 아닐까. 그렇기에 내버려뒀다.


어김없는 점심시간, 한동안 같이 안 먹었으니 이번에는 같이 먹자는 생각으로 자기 몫의 도시락을 챙겨 같이 밥을 먹자고 미카를 부르러 갔다. 이렇게 오랫동안 비는 시간이 있다면 먼저 찾아온 건 미카였을 텐데 자신이 먼저 찾아오는 날이 올 거라곤 예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계단을 내려가 2-B 교실로 가면 자신을 맞이하는 헤실거리는 미소가 없었다. 그러더니 평소 교실의 풍경이라면 미카와 항상 붙어서 이야기하고 있었을 금발의 후배와, 얄미운 피네의 일원이지만 미카에게만큼은 이상하리만치 참견이 잦은 검푸른 머리의 후배, 나루카미 아라시와 후시미 유즈루가 문 앞에서 슈를 맞이했다.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둘은 자기들이 미카의 보호자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이었고 슈가 2-B 교실에 올 때마다 미카쨩이 어쩌네 카게히라 님이 어쩌네 하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 사실이 심기에 거슬렸지만 왜 거슬렸는지 생각하는 건 낭비라고 슈는 마음을 몇 번이고 고쳐먹었다. 물론 답이 나오지 않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명백한 답을 이미 어느 시점부터 자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는 이 논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것에 다른 사람이 손대는 것을 경계한 건 이츠키 슈의 오랜 버릇이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자신은 이미 2-B의 명물 비슷한 것이 되어 있었다. 저 둘 뿐만이 아니라, 정확히는 2-B의 대부분이 슈가 올 때마다 미카의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자신을 배신할까, 다른 유닛에 붙어버릴까 감시하겠다는 목적으로 미카의 반에 찾아오던 슈였다. 아직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자신이나 상대나 약점으로 삼아버리는 것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시절에는 걱정되어서, 라는 간단한 이유 하나를 대지 못했기에 핑계를 계속해서 만들어냈고, 때마침 적이 있다는 것은 좋은 명분이었다. 그러나 날이 지날수록 굳이 핑계로 마음을 다지는 행위에는 의미가 없어졌고, 2-B의 일원들은 처음에는 자신을 조금 두려워했을지언정 미카와의 인연에 더해 자신을 조금 스스럼없이 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자신의 반도 아닌, 것도 하급생네 반의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것, 거기에 낯간지러운 오해까지 겹치고 만 것이다. 그들이 오해하는 것은 반쯤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보이는 것은 아직 아주 거리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이라도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래도 미카를 아끼는 것도 영 숨길 수는 없었는지 두 후배에게 걱정어린 쓴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뜻밖의 사태를 가리키고 있었다. 카게히라 미카가 쓰러졌다는 것과, 그 이상으로 신경쓰이는 것을.


"말씀드릴까 생각했습니다만... 이번에는 꼭 제대로 먹여주시길 바랍니다."

"요즘 미카쨩, 점심시간만 되면 갑자기 사라져버려서 말이지..."


점심시간만 되면 갑자기 사라져버린다니, 슈는 곧바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챘다. 미카는 밥을 제대로 먹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슈는 그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미카의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 양호실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우선 밥을 먹여야 할 것이다.


양호실의 문을 열면 희푸른 병실용 커튼이 쳐진 침대 너머에 사람이 누워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조금 볼록하게 오른 이불 그림자가 보였다. 사람의 기척을 느꼈는지 궁시렁거리며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며 그림자가 조금 흔들렸다. 지금도 여전히 낯선 사람이 오는 것은 아닌가 경계하는 것이겠지.


"카게히라, 나다."

"응아아?! 스승님 왔나?!"


커튼을 확 열어젖혀 살피려 하면 침대에 축 늘어진 상태로 목소리만 살아서 대답하는 미카가 있었다. 힘이 다 빠져 누워있음에도 재잘거리는 입만은 놀리는 걸 멈추지 않는 여전한 모습은 머리아프다기보단 지금같은 때엔 외려 안도감을 주었다. 슈는 침대 옆 간이 탁자에 두 사람 몫의 도시락통과 수저를 올려놓고 면회용 의자에 앉았다. 미카도 슈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슈의 눈초리에 미카는 똑바로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 면목이 없는 것이리라.


"정말이지, 또 어디에서 꼴사납게 쓰러져 있었느냐."

"응아, 스승님 미안하데이..."

"네 조그만 머리가 조금이라도 학습능력을 지녔다면 몸이 고생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얼마전에도 아르바이트를 이 이상 늘리지 말라고 했건만... 속물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일에 기력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제는 네 바람대로 무대도 서고 있지 않느냐."

"그치만 내 스승님한테 보탬이 되구 싶어서..."


또 시작이다. 익숙한 일이라곤 해도 슈는 미카가 쓰러진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속이 탈 것 같았다. 단지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이 바보같은 까마귀는 스승님을 위해서라는 말로 자기 몸에 부담을 끼얹고 만다. 그래도 슈의 걱정을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을 전하고 싶다. 전하고 싶은데 잔소리밖에, 쓴소리밖에 할 수 없다. 말의 매서움을 깎아낸 후에도 여전히 인간의 사랑방식은 인형사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렇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슈의 잔소리는 곧 미카의 배에서 울린 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식사는 가져온 것이다. 때마침 점심시간이군. 제대로 먹도록 해라."

"에헤헷, 스승님 내랑 밥 묵고 싶어서 양호실까지 찾아왔나. 내 억수로 기쁘데이!"

"잔말 말고 식사부터 하도록 해라. 또 쓰러졌다가는..."


내가 괴롭다.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이어지지 않는 온도 높은 말들을 조금만 이었더라도 아마 미카는 쓰러지지 않았을 것임도 알고 있다. 말보다는 다른 것이 더 익숙한 두 사람이었지만 말의 온기를 무시할 수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미카는 슈의 손으로부터 젓가락을 받아 무릎에 도시락을 올리고 밥을 집어먹으려고 했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젓가락이 손에서 떨어지고 밥 덩어리가 이불 위에서 부스러졌다.


"농! 밥조차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없는 것이냐, 안 되겠다."

"아하하, 스승님, 미안하데이, 미안, 정말로..."


미안하다는 말만을 반복하며 밥을 주워먹으려는 미카의 손을 가로막으며 떨어진 걸 주워먹지 말라고 한소리 한 후, 슈는 미카에게서 젓가락을 빼앗아 도시락에서 밥을 한 움큼 떠서는 미카 쪽으로 갖다대면서 말했다.


"입을 벌려라."

"응앗? 스승님, 내 혼자 먹을끼다. 먹을 수 있다, 그니께"

"너는 지금 수저조차도 혼자 힘으로 들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져있는 것이다. 이것도 메인테넌스의 하나인 것이다."


메인테넌스라는 말에 미카의 얼굴이 밝아진다. 스승님이 자신만을 봐주는 소중한 시간. 두 사람의 애정을 확인하는 둘만의 작은 의식. 사랑스럽다 못해 절대적인 인형사에게 조율받는 것으로 카게히라 미카라는 인형의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시간. 보통의 인간(스승님 가라사대 속물)에게는 사용하지 않는 이 단어가 가지는 특별함은 울림만으로 미카를 반응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무거운 것을 들듯 느릿하게 일으키는 상체는 스승님의 손에 받쳐져, 쿠션 삼아 침댓머리에 덧댄 베개에 살며시 등이 닿는다. 그리고 다시 미카의 눈 앞에는 밥이 얹혀진 젓가락이 있었다. 미카는 입을 벌려 그것을 받아들이고 천천히 씹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물거리는 입은 좀처럼 밥을 삼키려 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슈는 미카에게 가지고 있던 의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밥은 제대로 먹고 있는 것이냐?"

"아, 요즘은 내 반에서 먹으니까, 나루쨩이랑 윳군이랑 또..."

"그런 것 치고는 요즘 안색이 상당히 안 좋은 것이다. 그리고 밥을 입에 넣은 채로 말하는 것은 천박하니까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으, 음..."

"카게히라?"

"......"

"혹시, 삼킬 수 없는 것이냐?"


그 말에 미카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내 그는 멋쩍게 웃더니 슈로부터 시선을 피하려고 한다. 명백하게 숨기려는 것이 있는 모양새로 고개를 돌리는 미카의 어깨를 잡고 슈는 말했다.


"...다시 속이 안 좋은 거냐?"

"......"

"말해줘. 부탁이다. 일단 입에 들어있는 것만이라도 삼키고."


타이르듯이, 그러나 걱정이 가득한 어조로 슈는 미카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미카의 움직임은 입도 몸도 정지한 채였다. 계속해서 쫓아오는 눈길을 피하는 두 가지 색의 눈동자에는, 단순한 식이장애가 원인은 아닌 것만 같은 깊은 슬픔이 엿보인 것 같았다. 그 눈은 먼 옛날, 사랑받는 법을 모르던, '실패작'이었던 시절 인형의 눈이었다.


그 눈을 견딜 수 없었던 슈는 미카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타액과 함께 입 안의 식사를 섞어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예전에 제대로 된 음식을 잘 먹지 못하던 시기, 혹시나 하고 해봤던 처치였다. 미카는 그대로 그 행위를 받아들이더니,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에는 무의식적으로 삼켰다.



"이렇게 해주면 먹을 수 있겠느냐?"

"그, 그래도... 먹으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스승님의..."

"나는 조심해서 먹으라고 한 적은 있어도, 네게 뭘 먹지 말라고 한 적은 없을 텐데?"


그렇게 말하자 미카는 이불 끝자락을 잡고 숨길 감정이라도 있는듯이 몸을 움츠려 이불을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자포자기한 듯 슈에게 뭔가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내, 안 먹으면 안 자랄 줄 알았다"


그것은 미카의 무의식에 자리잡은 오랜 상처의 이야기였다.


"내도... 쪼매나고 이쁘고 싶었으니께. 스승님이 좋아하는 인형이 되고 싶었데이. 지금 스승님의 인형은 내 혼자 아이가. 근데 내는 실패작이고, 여기서 더 크면 스승님이 좋아하는 기 될 수 없고... 그래서 안 무면 안 크나 싶었다."


라이브를 다시 시작한 이후로 제 스승이 입에 담지 않았던 멸칭을 자신의 입에 다시 올리는 미카는 오랜 상처를 끄집어내고 있었다. 아프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아프지 않았던 시절에도 상처는 있었다. 그 상처가, 인형의 무기질한 가슴이 부드럽고 뛰는 심장으로 바뀌어가면서 아픔을 일깨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을 털어놓으면 그저 부족한 것만 많은 사람의 푸념이 되어버린다. 이미 충분히 은혜를 입은 사람에게 스스로 완벽한 인형이 되어 보답하지는 못할 망정,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떼를 쓰는 것은 배은망덕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웃는 것으로 참았다. 옛날, 스승님의 곁에 진짜 '걸작'이 있었던 시절에는 그 걸작의 미소 하나보다도 못했던 수만 번의 미소를 입어 마음의 아픔을 가렸다. 그러나 유일한 인형이 되고 자신이 가진 심장의 크기와 위치와 뜀박질을 눈치챈 순간 그것은 방아쇠처럼 돌아와 아파왔다.


그제서야 슈는 자신이 미카에게 행해왔던 과오의 무게를 깨달았다. 사랑이 서투르다, 약점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런 변명으로 제일 가까운 곳에서 제일 아꼈고 아껴줘야 했던 이 누더기 인형의 심장부에 수십만 개의 바늘을 꽂아버린 것을. 그가 가진 성장과 변화를 향한 두려움이 구상한, 자라지 않는 소년이란 일그러진 이상을 미카에게 강요하려 한 결과는, 이미 그가 그것을 탈피한 시기에도 미카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스승님."

"카게히라, 너는"

"내만 봐도. 어디 가지 마래이. 내 잘할게. 나즈나 형처럼 어디 안 갈끼다. 아직 내 더 클 수 있지만 안 무면 이 키로는 남을 수 있고..."


울 거 같은 눈으로, 그러나 입은 미소를 만들어보이며 미카는 없는 힘으로 슈에게 매달렸다. 정말로 소중하고 좋아했지만 질투할 수밖에 없었던 옛 동료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마음아팠던 상냥한 사람의 이름을 입에 담아가며까지, 추할지도 모르는 감정을 쏟아냈다. 이런 어긋난 모습은 정말로 실패작 같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잠깐 스쳐지나갔지만 멈출 수 없었다. 애초에 미카의 심장은 인형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감정의 휘몰이에 빠져 있던 미카를 멈춘 것은, 그의 눈에 닿는 따뜻한 감촉이었다. 스승님의 손이 자신의 눈가를 어루만지고 있다. 섬세하고 고운 손은 이형의 눈동자를 담았던 눈꺼풀을 지나 미카의 얼굴선을 더듬더니, 마치 세공품을 손질하는 것과 같이 그의 신체의 곡선을 타고 내려간다. 그것은 옛날 치수를 재기 위해 만졌을 때에 비하면 확실히 늘어난 수치를 지니고 있었을 몸이었지만, 그것은 변질이 아닌 성취의 결과처럼 느껴졌다. 목과 어깨를 지나 팔을 쓰다듬고, 지금은 희미해졌던 옛 상처가 있는 손목을 더듬는다. 손목 부근에서 멈췄을 때는 문득 뛰는 맥박을 느끼듯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와 미카의 손을 천천히, 따스하게 감싸쥐었다.


"너를 만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영감을 주었다, 라고 말을 이어야 하지만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미카의 손을 잡은 채로 슈는 다른 손으로 미카의 상의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이번에도 신체의 선을 따라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면 미카의 숨소리와 함께 마치 작은 동물을 어루만질 때와 같은 갸르랑거리는 신음이 들렸다. 그렇게 신체를 애무하던 손은 미카의 왼쪽 가슴에서 멈췄다. 살집 없는 얇은 몸 안쪽에서 고동이 느껴져왔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라고 말을 이어야 하지만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어째서 그런 단어만이 마음 속에서 맴도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츠키 슈의 작품이라면 현학적인 수사로 수놓아지고 확실하게 자신만의 말로 규정되어야 했을 터지만, 입안에 품은 말들은 가슴에서 바로 튀어나온 멋없고 간지러운 말들 뿐이었다. 규정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기에 실패작,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태양이 완전히 연소되더라도 태양신의 곁을 지킬 까마귀에게는 그 한마디만은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어떤 것인지 규정할 수 없더라도, 변함없는 사실이 있지 않을까, 슈는 그렇게 생각하고 미카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말했다.


"너는, 아름답다."


슈의 그 말과 함께 미카의 이색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번에도 눈물과 어긋나는 얼굴은 확실하게 웃음에 가까웠다. 이 미소가, 늘 곁에 있었던 인형의 이 미소에 심장에 들었던 것이 담기는 순간이 제일 보고 싶었음을, 그제서야 인형사는 깨달았다. 인형과 인형사는 이 시간의 끝을 고하는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도 그저 껴안은 채 서로를 만지며, 언제나보다도 아름답고 앞으로도 쭉 아름다울 눈물과 미소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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