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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리플레이

[앙스타 2차탁] 슈미카로 파란 장미와 마법사 리플레이 로그

by 료밍 2021. 7. 31.

지로 님의 CoC 시나리오 '파란 장미의 마법사'를 플레이한 앙상블 스타즈 2차탁 로그입니다. 세션 참여자분의 허락을 맡고 리플레이 로그를 게시합니다.

원 시나리오는 이쪽입니다.

본 리플레이 로그는 TRPG 시나리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플레이하시지 않은 분이거나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KPC : 카게히라 미카 (료밍)

PC : 이츠키 슈 (카린 님)

 

-기본적으로 커플링 요소를 전제로 한 세션입니다. 캐릭터 간의 교제 설정을 전제로 뒀습니다.

-특정 구간에서 플레이어의 RP와 판정 선언에 맞춰, 원 시나리오에 안내된 이벤트 진행, 단서 제공 순서를 조정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2차탁이라는 특성이나 전개에 맞춰, 원 시나리오로부터 약간의 개변이 들어가 있는 점 유의 부탁드립니다.

 

로그 본문 : 이쪽 (구글 드라이브)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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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탁도, 1:1 세션도 오랜만입니다. CoC 세션도 오랜만입니다. 이 세션의 플레이어님과는 서로의 최애 커플링으로 세션 교환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의를 했고, 그리하여 슈미카로 한 번, 그분의 최애커플링인 레오이즈로 한 번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레오이즈 로그에 대한 후기는 나중에 작성할 예정입니다). 플레이어님 본인은 슈를 RP하는 것은 처음이며, 슈미카를 좋아하나 기본적으로는 타오시기 때문에 자신없다고 하셨지만, 평소에 서로 슈미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도 있고, 세션에 돌입하니까 제가 눈물로 바다를 이룰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멋진 RP를 해 주셨어요. 전반적으로 플레이어 본인의 캐릭터 해석, 그리고 슈가 생각하는 '인간의 사랑법'에 대한 해답이 돋보여서 좋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후반에 너무 우느라 소극적으로 RP한 게 아닐까, 막판에 뭔가 멋지거나 애절한 대사라도 한두 개쯤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으나, 그거대로 여운이 남는다고 해 주셨네요. 개인적으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제 나름의 해답이 있었지만요.

다음 이야기는, 저와 플레이어인 카린 님의 슈미카 해석, 그리고 세션 내의 전개에 대한 독자적 해석과 감상입니다.
슈는 미카와 '인간'으로서 서로 사랑하기를 바랐습니다. 원작의 슈가 미카에게 인간이 되라고 한 것이, 이 세션 안에서는 미카의 '인간의 사랑법'을 최대한 존중하여 현재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카가 슈의 결정을 마지막에는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인간으로서 슈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존중받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것들을 희생하고 자기 자신마저 깎아가며 슈의 삶을 위해 노력한 것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결정임에도, 결국 자신이 사랑한 사람이 사라지는 선택이더라도, 그것을 납득한 이유는 서로 인간으로서 후회없이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일 거예요. 

세션 속의 미카는 슈를 잃은 슬픔에 마법의 힘을 손에 넣고, 마법의 대가가 되어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감정은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도 지쳐가고, 언젠가 자신의 슈를 사랑하는 마음마저 마법에 먹혀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해요. 미카가 갈등한 것은 누군가의 소중한 것을 희생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살려두는 게 옳은가? 나 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등 외적인, 도의적인 부분 외에도, 내면에서 슈를 향한 사랑을 어떻게 소화하는지에도 있었을 거라 생각했어요.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과, '인간으로서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잃고 싶지 않음' 사이의 갈등입니다. 단순히 이기적 선택과 이타적 선택만으로 나뉘지는 않는 것이죠. '슈를 사랑하는 미카'로서는 반대로 '사랑하는 이의 안전이냐, 내 마음의 순수성이냐' 라는 구도가 되어서 오히려 후자가 이기적인 선택처럼 보일 수도 있고, 양쪽 다 미카가 원하는 무언가가 있단 점에선 둘 다 이기적인 부분은 있다고도 말할 순 있겠죠. 물론 미카가 이러한 갈등을 하는 것부터가 마냥 인형이나 타인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성장해가고 있다는 증거겠습니다만. 아무튼 이 갈등 안에서 미카를 다잡아준 건, 미카의 마음 깊이 새겨진, 슈와 함께 한 인간이 되자는 약속이에요. 그것이 그의 뜻이자, 슈가 미카의 자유의지를 존중한 형태였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미카 역시도 슈의,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미카와의 시간들을 소중한 기억으로 가져가며 자신도 미카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을 존중하여 그와의 이별을 받아들인 거죠. 여기에서의 선택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지만, 그 존중이 자신을 향한 존중으로도 돌아오는 식이에요. 결국 미카는 인간의 사랑법에서 탈선하지 않고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킬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의 상대를 똑바로 보고, 지금의 나는 상대를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 상호존중의 순환인 셈이죠. 그리고 언젠가 이별이 찾아오더라도 이 순간에 사랑하고 있음, 나아가 슬픔조차 포함해 서로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음은, 각자의 현재를 소중히 한다는 것이기도 하지요. 인간은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니까요.

또 하나 이야기할 것이 있다면, '책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플레이어님은 자신이 RP한 슈가 책임감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면 어쩌나,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두렵다고 하셨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책임, 나아가 발키리의 동등한 관계란 무엇인가? 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네버랜드나 골동품기담에서 슈가 미카에게 했던 이야기를 떠올려보게 되네요. 네버랜드에서 슈는 미카에게 인간으로서, 자신의 동지로서 살아가자고 말하며, 여러가지 조언을 해 줍니다. 여기에서 그는 자신을 '한 살 위의 형'이라고 서술한 바가 있습니다. 한 살이라도 인생경험 면에서 선배니까 앞으로 미카를 이끌어주고 책임지고 싶은 마음이라고 볼 수도 있고 저도 그렇게 보는 쪽이었는데, 플레이어님은 이걸 반대로 '고작 한 살 위의 형'이라는 관점으로 보셨어요. 미카에게 큰 영향을 주고 그를 보호하던 사람은 분명했지만, 그 역시도 미카의 신이나 대단한 상급자보다는, 그저 고민도 하고 약점도 안은 또 한 사람의 인간일 뿐이다. 그것이 미카에게 좀 더 대등한 이로 접근한다는 것이라는 신호로 이야기하신 거네요. 또한 골동품기담에서는 슈가, 미카에게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그를 뒤에서 도우면서 키다리 아저씨 노릇을 하려고 했다고 독백합니다. 키다리 아저씨라고 하면 미카의 멋진 후원자가 되어준다는 인상도 있고, 미카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는 인상도 있습니다만, 이것은 오히려 미카와 대등한 파트너로 살아가자고 해놓고 여전히 보호자처럼, 그를 책임지려고 하는 것처럼 구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라고도 할 수 있었을 거예요. 온정적인 책임도 결국은 자신을 그의 위에 놓는 것이니까요. 여기에는 과거에 모든 것을 책임지듯 굴려고 하다 무너진 슈의 경험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슈를, 그리고 그를 구하기 위해 일어난 여파들을 책임지기 위해 그 모든 것들을 하는 미카가 언제 무너질지 더욱 조마조마한 것도 있었겠지요. 또한 슈가 미카에게 상처준 것이 많고, 한때 미카의 전부처럼 여겨질 정도로 그에게 크게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져야 한다고 마냥 생각하는 건... 동시에 가혹한 일이라고도 생각해요. 인과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 맞는 말일 순 있지만 그것'만'으로 관계가 형성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작점일 순 있지만 관계의 평생을 지배할 관념으로는 적합하지 못하단 것입니다. 오히려 그랬다면 불행일 것이고요. 현재를 살아가기로 했는데 과거에 항상 얽매여있을 수도 없죠. 차라리 그에게는, 자신의 약하고 무른 부분으로서도 옆에서 존재할 수 있는 - 그것은 자신의 '죽음'이라는, 미카의 곁에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을 포함하여 - , 자신이 느끼는 것을 전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책임감보다 더 필요했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선택해 미카의 마법으로 부여된 삶을 거절하면서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도, 미카를 보호하고 그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책임이 아니라 대등한 입장에서 존중으로 미카에게 접근했음, 나아가 미카와 슈 자신의 약점까지도 헤아리겠다는 태도였을 거라 생각해요.

이런 흐름으로 가게 된 결정적인 부분은, 슈가 중간에 화톳불의 카나타와 치아키의 이야기를 언급한 부분이에요. 신에서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사람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 슈는 한때 미카의 신과 같은 존재였지만 인간이 되어 그의 옆에 섰죠. 그것이 반대가 되어, 이 상황에서는 미카가 슈를 지키기 위해 신이 되려고 함을 자각하는 것으로 돌아온 것. 그 부분을 카나타의 이야기를 매개로 미카에게 잘 전달했던 게 인상깊었습니다. 앞서서는 미카가 슈의 선택에, 그 선택이 가져올 여파에 비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군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고 했지만 (이건 마스터가 우느라 지문을 잘 못 친 것도 있습니다...), 실은 이 해답이 미카 안에서는 제일 가슴에 내리꽂히는 해답이었기에 달리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은 거라 봐요. 동시에 그만큼 미카도 온전히 그때의 슬픔을 솔직하게 느낀 채로 있으려 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에 다른 해답, 그러니까 날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지 말라거나, 미카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보다 자기혐오나 책임감 등을 앞세웠거나, 다른 사람들을 희생해서 얻은 사랑에 의미가 있냐는 (슈가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요) 등 도의적 의도로 설득을 시도했다면 미카는 오히려 울며불며 매달리거나, 완전히 납득 못하고 회한 속에 남겨졌을 거라고도 생각합니다. 미카는 슈에게 '은혜를 갚아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슈를 사랑하고 그와 함께 있고 싶어서 그를 선택했고, 마찬가지로 슈 역시도 미카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하고 싶어 곁에 있는 관계. 누군가가 누군가의 신이 되지도, 은혜나 책임과 같은 수단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로서 사랑하고 서로를 마주보는 관계. 그것이 그들이 생각한 인간의 사랑법이기에 도달한 기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가지로 현실에 지쳐있었고 스스로의 마음이 마비된 것처럼 느끼고, 제가 Valkyrie나 슈미카를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서도 한참 고민하고 있던 차에 할 수 있었던 세션이, 생각 이상으로 큰 전환점이 되어주었다고 느낍니다. 이 세션을 통해서 슈를 더 돌아볼 수 있었다고도 생각해요. 가령 슈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가 아닐까? 같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좋아하는 캐릭터 팬의 입장에서도, 그 밖의 면에서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다소 돌발적인 제안임에도 불구하고 허락해주시고 뜻깊은 세션을 같이 이어나가 주신 카린 님께는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함께해주신 플레이어인 카린 님의 후기는 이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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