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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리플레이

[앙스타 2차탁] 레오이즈로 우리가 사랑한 시간 리플레이 로그

by 료밍 2021. 8. 15.

Team. 지옥 간수들의 CoC 시나리오 '우리가 사랑한 시간'을 플레이한 앙상블 스타즈 2차탁 로그입니다. 세션 참가자분의 허락을 맡고 리플레이 로그를 게시합니다.
원 시나리오 주소는 이쪽입니다. 
본 리플레이 로그는 TRPG 시나리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플레이하시지 않은 분이거나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KPC : 세나 이즈미 (료밍)
PC : 츠키나가 레오 (카린 님)

-기본적으로 커플링 요소를 전제로 한 세션입니다. 
-마스터의 에러플로 인한 일부 즉흥적, 수습형 개변이 있습니다 (세션의 큰 흐름을 깨는 정도는 아닙니다). 이 점 유의 부탁드립니다.
-이외에도 캐릭터들에 대한 마스터의 독자해석이 일부 들어가 있으므로 유의 부탁드립니다.

로그 본문 : 이쪽 (구글 드라이브)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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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랜만에 한 CoC 1:1 세션이자 2차탁입니다. 다른 로그에서 말했듯 이 로그는 지인분과 각자의 최애 커플링으로 TRPG 세션 교환을 하자는 제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레오이즈 TRPG를 하게 되었고 세나 이즈미를 (자신없지만) RP하게 되었습니다. 여러가지로 미흡한 구석도 많은 RP기도 하고 캐입이 자신있는 캐릭터 유형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보니, 세나 메인 오시분들에겐 어떻게 보일지 두렵습니다... 

우선 시나리오를 쭉 읽어보면서, 아, 이건 역시 레오와 이즈미로 한번 가 보고 싶다!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못다한 말과 엇갈림으로 얼룩진, 하지만 그 사이에서 서로를 아끼고 있음만은 변치 않았던 두 사람의 이야기. 여기에 레오이즈 메인이신 플레이어님이 예전에, 레오와 이즈미는 아직 미숙할 때 만났기 때문에 한 번 진통을 겪었고, 지금의 관계는 올바르게 서로와, 그리고 자신과 마주하는 법을 배워 다시 만나는 과정이라고 하신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면 각기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는 츠키나가 레오와 세나 이즈미가 서로 만난다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며 무슨 말을 하고 싶을 것인가? 그 부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플레이어님의 해답 역시도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이 세션을 마스터링하게 되었습니다.

이 세션에서는 각기 다른 시간대의 세나 이즈미가 등장합니다. 이즈미를 RP하면서 제가 집중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레오가 어떻게 하면 웃을지 모르겠다고 했던 그 부분, 그리고 츠카사가 이야기했던 다시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대사입니다. 전체적으로는 데이트 시나리오기도 하다보니 '성격 나쁜 친구같은 연인 세나 이즈미'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RP를 진행했어요. 여기에서 과거 시점의 이즈미는 좀 더 얽매인 게 있는 듯한 느낌으로, 그리고 현재(+가까운 미래) 시점의 이즈미는 문자 그대로 악우 느낌의 좀 더 편안한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이즈미가 무엇을 제일 마음에 두고 있으며, 츠키나가 레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어하는가? 를 중심으로 RP해 나갔네요. 말이 그렇다 뿐이지, 밸런스를 잡는 것은 제법 어려웠다고 개인적으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 나름대로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레오의 창작관과도 연관되는, '곡'을 매개로 한 심상의 전달, 나아가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레오는 자신을 음악을 전달하는 일종의 메신저처럼 스스로를 생각하기도 하고, 자신의 머릿속에 울리는 그 수많은 영감들이 닿지 않는 것에 좌절하기도 하고, 자신의 곡에 가치를 매기면서 그 속뜻은 알아보지 못했던 이들 속에서 곡의 의미에 귀를 기울여준 이즈미에게, 스스로도 쉬이 정의하지 못하는 모종의 신뢰와 고마움을 가지고 있었다고도 생각합니다. 레오에게 음악은 소통의 언어이기도 하겠죠. 그 소통의 형태에, 세나 이즈미가 귀를 기울이는 방식, 나아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무엇인가? 그 생각을 하다보니, 레오가 작곡가, 이즈미가 작사가를 맡고 있다는 부분을 연관지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곡의 심상에 단어를 붙이면 그 단어에 따라 곡의 심상이 변형된다고 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서, 이즈미는 레오의 곡을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대한 '답신'을 전하는 형태로 그와 닿은 것이 아닐까? 작품의 의도를 온전히 전달할 순 없더라도, 전달되는 심상이 전달받은 사람에 마음 속에 남은 것은 그 사람의 진실이니, 그 진실을 그대로 돌려준 것이야말로 순도높은 경험이 아닐까. 그것이 제가 세션 속 레오에게 전하고픈 한 가지 대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동시에 세나 이즈미가 무대에 임할 때의 자세도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싶었고요. 그 자리에선 최고의 꿈을 꾸게 해주고 싶은 프로이자 기사님, 동시에 자신에게 전달되어오는 유형이지만 무언의 심상에 제일 앞서 답가를 쓰는 자. 무엇을 전할까를 생각하는 사람. 그런 느낌이네요.

플레이어님이 생각하는 레오와 제가 생각하는 레오에는 아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큰 줄기는 공유되고 있는데, 주로 분방한 인간이지만 그런 동시에 지나치게 역할 수행에 능숙하다는 것, 그래서 역할 수행을 훌륭하게 해내지만 그 안에 숨긴 자신의 진의는 직접적으로보단 은연중에 드러나는 형태라는 부분을 주로 의식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얼핏 만사를 예리하게 포착해 날카롭게 틈새를 찌르며 진군하는 과감한 인물 같지만, 예리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면초가, '답이 정해져 있는 데드엔드'의 상황에서는 공포나 무력감을 느끼기 쉬운 이중적인 면모도 있고요 (이 부분이 플레이어님이 많이 주목하신 부분이었습니다). 그런 레오와, 강한 척으로 똘똘 뭉쳤던 과거의 이즈미가 형성한, 서로에게 필요한 역할을 채우고 또 상대를 필요로 하는 역할을 만드는 식의 공의존 관계는 한 번 종말을 맞이했지요. 필요는 충족하지만 서로에게 기대하는 역할에 먹혀버린 나머지, 서로의 마음에 정말로 귀기울이거나, 그럴 수 있을 정도로 전하진 못했기에. 그 위에 어떤 것을 쌓아갈 것인가에 대해 둘은 방황했지만, 어쩌면 레오는 이즈미 이상으로 방황하던 부분이 있었을 겁니다. 왜냐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나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말고, '무엇을 원하는가?' 를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은 레오에게 생소한 부분이어서겠죠. 그것은 자신이 여태까지 해왔던 '파악하고 답을 찾는 것'과는 다른 영역에 있는 것이니까요. 다만 '왕님'의 의무를 내려놓고 좀 더 자유로워진 레오라면 점차 자신에게 '내면의 소리'가 있음에 귀를 기울여갈 것이고, 이즈미와 나이츠 멤버들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가신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동료가 되어주는 이상, 어떤 역할이 아니라 '내 자신이 있을 수 있는 곳'에서 표현하면서 지낼 수 있을 테니까... 그런 느낌으로 레오는 살아있는 자신, 그리고 살아있는 이즈미의 현재를 역설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역할에 매여 '부서지고 무너진 것'까지 상정당하는 게 아닌, 표변하고 때때론 마냥 이상적이지만은 않은 형태로 갈망하면서 서로를 마주보는 것. 그것을 서로 대등하게 맞춰볼 수 있는, 신뢰 있는 관계일까요.

진행중에 중요한 몇가지 시나리오 단서를 빼먹어서 막판에 임기응변으로 수습을 한 감이 있고, 이것 때문에 플레이어분의 선택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하고 생각했지만, 일단 플레이어님은 자신의 의지로 선택을 하셨습니다. 그 결과가 비록 깔끔하고 이상적인 결말은 아니었기에 마스터가 에러플 죄송하다고 몇번이고 머리박고 사과했습니다만, 플레이어분도 결국 그 선택을 '아직은 겁쟁이인 레오'의 편린이라고 이해해주셨고요. 그 이후의 이야기를 플레이어님과 상상해보면서, 현재의 레오는 아직 과거의 이즈미가 아닌 현재의 이즈미에게 바로 본심을 전달할 준비가 덜 됐으며, 그렇게 고민할 시간이 좀 더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또한, 엇갈린 시간선을 헤매는 레오의 반대편에서 이즈미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면, 언젠가 다른 시간선의 레오와 나눈 이야기를 (꿈과 같은 형태로라도) 기억하는 이즈미가 레오를 만나러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넥스트도어와 그 이후의 나이츠나 이즈미 관련 스토리의 흐름을 생각하면, 적어도 현재 시점의 이즈미는 올바르게 소통하는 방법, 마음을 전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고,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강하게 있는 것'이나 '지키고 지켜지는 것' 이외를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가고 있다고 보기에... 레오를 만나러 가서 돌아갈 곳이 되어주겠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함께해주신 플레이어 카린 님의 후기는 이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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