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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사탕통/코튼 캔디

사토리와 누군가, 코이시와 누군가, 사토리와 사나에, 코이시

by 료밍 2016. 9. 8.

"...동생이 웃으면서 지낼 수 있었으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친구도 만들고, 사랑을 알고, 그렇게... 행복한 아이로 자라면 언니로서는 원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지령전이 갈 곳 없는 괴로운 자들의 쉼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래서 모두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서로 도와가면서. 지저는 결국 하나의 지하낙원이니까. 우리들같은 사람들에겐 여기야말로 둘도 없는 낙원이지요. 빛도 따스함도 없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빛과 따스함이 되어주는. 그래서 이곳에도 행복은 있다고 지상의 모두에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그러면 너는?"

"아, '네 행복은 어디 있어?' 라고요. 방금 제가 말한 그게 제 행복-"

"그거 말고. '네' 행복."

"제 행복이요?"

"응. 네 행복. 다른 사람의 행복 말고, 너만의."

"아아."

"다시 한번 물을게. 네 행복은 어디 있어?"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그런 건"



"난 언니가 우는 걸 본 적이 없어."

"네?"

"언니는 절대 안 울어. 아무리 슬프고 아파도 얼굴 찡그리지 않아."

"음, 코이시의 언니는 마음을 읽는 분이니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의 고통을 많이 봐 와서 웬만한 일에는 익숙한 건 아닐까요?"

"하지만 내가 아프거나 심한 일을 당했을 때는 항상 눈가가 젖어 있었어. 소리없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좋은 언니네요. 그만큼 코이시를 걱정하고 있다는 소리겠지요. 아무도 없는 데서라면, 남에게 걱정 끼치고 싶지 않다는 건지"

"그런가? 하지만 아파도 슬퍼도 울지 않는 건 이상하지 않아?"

"그건... 자기 자신에게만 좀 냉혹한 것 같긴 하네요. 하지만 조금은 이해가 가는 게..."

"왜?"

"아는 게 많아지면, 그만큼 느끼는 것도 줄어드니까."

"그럼 정말로 언니는 아무것도 못 느끼는 걸까? 마음을 많이 읽으면 그렇게 돼?"




"그런 검은 욕망으로 신을 자처하는 것은 악마도 하지 않는 짓. 한번만 더 코이시에게 손을 댔다간 그 오만의 자리에서 직접 끌어내려 드리도록 하죠. 세상의 밑바닥까지 떨어진 존재에게 쫓겨나는 신이라, 최고의 신성모독이네"

"사랑을 위해서라면 신도 괴물도 될 수 있는 게 인간이랍니다. 사토리씨에게도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을 텐데요? 마음을 읽을 수 없어도 알 수 있는 건 얼마든지 있답니다. 그리고 아무리 상식이 필요없는 환상향이더라도... 근친상간이야말로 더러운 욕망이잖아요? 여동생한테 욕정한다니... 후후"


"어머나, 멋진 망상을 하고 있네. 하지만 코이시가 당신같은 상식없는 인간에게 놀아나게는 절대 놔두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두도록 하세요."

"여동생한테 욕정하는 변태 주제에... 당신은 저기 저 지하 방구석에서 당신네 애완동물들이랑 수간 파티나 하세요, 이 새디스트 눈깔괴물!"

"개구리 혼혈한테 듣고 싶은 말은 아니군요, 피상천박한 인간. 2인자 콤플렉스를 느끼는 건 그 무녀한테만이 아닌가 보네요?"

"어머, 이거 면전에서 신성모독인가요? 후후, 두고봐요. 코이시는 절대 뺏기지 않을 테니까. 레이무에게도, 당신에게도!"

"어라? 언니? 사나에? 여기서 뭐하고 있어?"

"......"

"......"



*


나는 분명히 사랑하기라는 이름을 받았지만 사랑받을 수 없어서 눈은 감아도 나는 봐 매일을 꿈꾸는 듯이 걷는 나에겐 보여 모두가 나에게 말하던 게 보여 언니에게 날아오는 화실과 돌과 아픔이 보여 진짜 화살과 돌이 아니야 언니는 강하니까 지금은 언니가 나를 이길 수 없지만 언니는 나를 지켰으니까 언니도 나처럼 눈을 감으면 좋을 텐데 그러면 괴롭지도 않고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나 (우리?) 에게는 눈은 창이라기보단 렌즈지만. 눈을 맞추고, 눈을 움직이고, 눈을 피하는 일련의 동작들이 전부 하나의 언어라나. 그런 말을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지. 나는 사람들이랑 눈 맞춘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그렇다면 눈을 감는 것도 소통방식이야? 어차피 내가 물어서 진지하게 대답해줄 사람도 없고, 마음을 읽는 서드 아이라도 없으면 내가 뭔 말을 하고 싶은지 아무도 못 알아듣지만.

아아, 그래. 나와 당신은 결국 렌즈로 서로를 보고 있는 셈이네. 당신이 보는 나랑 내가 보는 당신은 결국 어느 쪽에서도 진짜 나나 당신의 모습이 되지 못하는 거지. 당신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지는 결국 당신만이 아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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