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는 리퀘스트 '쇼핑센터에서 쇼핑하는 슈미카'
의상은 프리파라의 캔디 아라모드 생각하면서 쓰긴 했는데 대충 데코라 패션 생각하면 좋을지도... 이 두 사람 이야기를 쓰면 거의 대부분이 기승전 카게히라는 귀엽구나인 것은 조금 생각해봐야 할지도.
지하철 역이 딸린 쇼핑센터는 규모가 있었다. 인파가 많은 곳은 두 사람에겐 곤혹이었을 터다. 발로 이리저리 뛰다보니 조금은 살가워질 줄 알게 된 미카라면 몰라도, 조금이라도 사람이 많아진다 싶으면 거리의 이방인이 되어버리는 슈였다. 그래도 오늘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음은 꼭 잡은 두 손이 증명하는 바였다. '나루쨩이랑 쇼핑하러 갔을 때 이렇게 하면 길도 안 잃어버리고 좋댔다'라며, 쇼핑센터에 들어서는 순간 미카는 슈의 손을 꼭 잡았던 것이다. 무슨 일이냐, 하며 당황하는 슈에게 미카는,
"우리, 데이트 중이니까."
라며 그저 진실을 말했다.
진실이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대꾸할 수도 없었다. 두 사람은 정진정명한 연인이 되어, 이렇게 둘이 밖으로 나가는 날도 늘었던 것이다. 인형과 인형사 사이에 맺어진 인연의 실은 평소라면 힘든 곳에서도 두렵지 않도록 마음의 길을 인도하는 힘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실내활동을 고수하던 괴팍한 인형사조차도 활기에 질식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쇼핑센터에서.
"그렇다고 해도 번잡한 곳은 머리가 아프단 말이다..."
"에이, 좀만 더 가믄 스승님이 관심 있을 만한 데 나온데이."
통로 양쪽에 일렬로 늘어선 커피집과 체인 레스토랑을 지나고, 화장품과 가방, 신발 등을 파는 곳들 사이를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층을 오르면, 눈이 아프지 않은 유백색의 조명들과 함께 여러 옷 매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스승님과 어데 좋은 데라도 가고 싶데이! 라는 미카의 선언으로 데이트 코스를 궁리하게 되었을 때, 슈는 유달리 기분이 좋았는지,
"네가 가고 싶은 곳을 말해보거라."
부드럽게 미카에게 말했다.
"응아앗...? 스승님은 가고싶은 데 없나?"
"좋은 장소를 알고 있나? 소개해 보거라."
"응아앗? 내가 아는 장소?"
"둘이 시간을 보낼 장소가 있다면 소개해 다오. 네게 묻는 것이다."
냉철하던 눈매도,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도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유난히, 연인이 된 이후로 슈는 미카의 머리를 쓰다듬는 일이 부쩍 늘었다.
"스승님 기분 좋아보인데이?"
"네 안목을 시험해볼 겸이다. 네가 잘 아는 장소라면 좋겠구나."
그리고 미카는 막연하게 생각을 이어갔다. 자신이 아는 장소, 가본 적 있는 장소 중에서 잘 말해줄 수 있는 곳을 추리고, 그 중에서 스승님이 좋아할 만한 곳. 스승님은 옷 만드는 걸 좋아하고, 옷에도 관심이 많으니까 이런 것을 쇼핑하러 오면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다. 혹시라도 사람이 많아서 불안해하면 안 되니까 손을 꼭 잡고서... 그런 연유로 두 사람은 쇼핑센터의 의복 층을 탐방하게 되었고, 휴일의 쇼핑센터는 꽤나 붐볐기에 당장에 슈의 인상이 영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으...음, 역시 스승님 취향은 좀 더 고급진..."
"카게히라, 뭘 그리 꿍얼거리고 있느냐, 네가 안내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지도에선 실내 상가의 일부밖에 나오지 않아. 참으로 쓸모없군."
"응? 스승님, 여는 직진이다. 여기로 쭉 걸어만 가면서 둘러보면 된데이?"
"딱히 길을 몰라서 물어본 건 아닌 것이다. 그냥 인파가 불쾌할 뿐이야."
누군가와 혹시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스마트폰 지도만을 집요하게 쳐다보던 그의 시야가 툭, 하는 무례한 소리와 함께 흐트러졌다.
"앗, 죄송합니다!"
사과를 핑계처럼 입에 담으며 어깨를 치고 뛰어가는 사람 하나에, 안 그래도 팍팍 구겨졌던 인상은 마음까지 구겨버릴 것 같았다. 미카가 손을 잡고 있지 않았다면 당장에라도 발걸음을 돌렸을 슈였다.
"옷이 사고 싶은 거라면... 이래서야 집에서 인터넷 매장으로 주문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느냐."
"미안하데이..."
하지만 미카의 표정이 가라앉는 것을 모처럼의 데이트 날에 보고 싶지는 않았다. 이 아이도 인파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지만, 자신을 위해서 발품을 팔았지 않았는가. 그런 아이가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를 자신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이제부터는 연인이니까, 서로의 세계를 알아가야 했다. 그 생각에 사르르 하고 풀리는 표정.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안해할 거 없다. 단지, 네가 이곳을 보여주고 싶은 이유를 알고 싶었어. 네가 가고 싶어한 것이 아니었느냐?"
"으응..."
고민하는 미카의 머릿속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졸린 듯한 저음의 목소리는 미카에게 깨달음을 줄 듯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정말로 깨달음을 얻은 듯이 미카는 눈을 크게 뜨고 슈에게 홱 고개를 돌려 말하기 시작했다.
"맞다! 뭘 사려면 직접 보고 사야 하는 거데이! 옷은 그냥 이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직접 몸에 걸쳐봐야 아는 거데이! 그, 베개 같은 거데이!"
갑자기 반짝반짝 빛나는 색이 다른 눈동자. 평소에는 자신감이라곤 찾기 힘들던 미카가 자신감을 눈에 담았을 때는 거기서 눈을 떼기 힘들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미카에게 모진 말로 주눅들게 한 자신에게 또 다시 실망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슈는 미카의 말을 경청하며 동조와 궁금함의 말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착을 위해 매장에 온 것인가. 너는 그런 타입이었군."
"그걸 연구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기다! 입기 편한 옷을 만들면 무대서 춤출 때도 더 잘 움직일 수 있을 기고!"
사실은 반의 잠 많은 친구가 설파하던 베개에 대한 철학을 적당히 어레인지한 말이었지만, 그것까지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베개는 옷처럼 천으로 만든 것이고 몸에 익혀야 하는 것이니 근본적으론 비슷한 게 아닌가. 분명 적용할 수 있는 논리가 아닐까 싶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2학년 B반의 베개 소믈리에, 사쿠마 리츠가 말한 것이니 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교실에선 잠밖에 안 자던 그 아이도 베개를 사러는 부지런히 밖에 나가는 듯했으니, 스승님도 좋아하는 것이 나온다면, 특히 그가 그렇게 사랑해 마다않는 무대와 연관시키면 좀 더 열중할 수 있게 되어 인파에 대한 걱정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하고 미카는 추측하고 있었다.
"글구 뭘 꼭 사야지 밖에 나가는 것도 아니데이! 구경하는 것만 해도 재밌고, 연인이랑 돌아다니는 것도 중요한 경험이고!"
이번에는 반에서 그의 옆을 내내 떠나지 않던 발랄한 목소리가 미카의 귀에 속삭였다. 영혼의 단짝, 나루쨩의 목소리였다. 이렇게 몇 번 미카는 반쯤 끌려가다시피 쇼핑몰 기행을 몇 번 했었고, 그 결과 이 쇼핑몰의 구조에는 꽤나 익숙해졌다. 비록 푸드코트에만이지만.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힘든 일도 열심히 해서 이겨낼 수 있다고, 그래서 열심히 하는 아이를 보는 게 좋다면서 미카를 응원해준 그 아이의 도움을 지금도 미카는 받고 있었다. 물론 연애상대가 상대다보니 걱정도 수시로 듣는 신세였지만, 그 걱정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둘은 행복하게 잘 만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 그니까... 그니까 여기를 스승님이랑 같이 보고 싶었데이! 인연의 시작의 장소니까!"
그렇게 미카가 학기 초, 처음 친구들과 쇼핑몰에 놀러갔을 때의 설렘을 빌려와 슈에게 호소하자, 슈는 잠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쇼핑몰의 조명을 받아 까마귀의 깃 같이 빛나던 미카의 머리에 손을 얹고, 슥슥, 하고 어루만져 주었다.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구나, 카게히라."
"응아앗, 내 칭찬받았나?"
"가끔은 범인들의 복식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있겠지."
어느새 표정이 밝아진 슈를 보자 미카의 얼굴에도 덩달아 웃음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오늘은 스승님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나루쨩! 릿군! 세이브 고마워! 하고 일기장에라도 적고 싶은 기분이었다. 일기장은 딱히 없고 괴상한 그림을 그릴 때 쓰는 공책만 있지만.
"앞으로도 네 세계를 펼쳐 가거라. 나는 그것을 더욱 지켜보고 싶다."
그렇게 말하는 '연인'의 얼굴은 조금 붉어져 있었다. 아직도 연인이니 데이트니 하는 단어는 슈에게는 꽤나 생경한 것이었으니.
멈춰섰던 발걸음을 다시 떼면서, 마네킹에 전시된 옷이며 매장들의 보관함과 옷걸이들을 메운 직물의 향연을 눈으로 훑으며 지나간다. 한 마디씩, 이건 마음에 드는군. 이건 조금 천의 배색이 좋지 않아. 하면서 슈도 관심을 보이곤 했다. 어느새 사람 많은 곳에 있다는 공포는 별 문제가 되지 않게 되었다. 매장들을 몇번 둘러보다가 멈춰선 발걸음은 한 가게 앞.
"카게히라는 이런 옷은 좋아하는가?"
문득 물었다. 매장 간판에는 사탕을 간략화한 반입체 동그라미 장식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마네킹에 걸린 옷들은 사탕이나 과자의 포장지 같은 패턴이 오밀조밀하게 덧대어져 있었다.
"응아? 스승님 이런 거 좋아하나? 의외데이."
"카게히라가 좋아할 것 같아서... 일일히 말하게 하지 말라는 게야."
아직까지 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서툴렀는지, 유독 그의 이름을 부르고 의사를 물을 때만은 눈을 피하게 된다. 그래도, 이것부터 해 나가야겠지. 돌아보면 미카는 슈를 보고 있지 않았다. 대신에 가게의 옷들에 매혹이라도 된 듯 시선이 옮겨다니고 있었다. 그 신호에 맞잡은 손에 힘을 넣어, 매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서오세요. 어느 손님의 옷을 보러 오셨나요?"
직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미카는 마치 학교에서 질문에 대답하듯 손을 번쩍 들었다.
"아하, 귀여우신 고객님이네요. 자, 보고 가세요."
"응아앗?!"
당연 접대용 멘트겠지만 귀엽다는 말을 듣자 미카는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모르는 사람에게 칭찬받아보는 건 처음 같아, 고개가 푹 숙여졌다. 이런 말을 들어도 될까. 그것을 본 슈는 미카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자상하게 말을 전했다.
"카게히라, 놀라지 말거라. 네가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뜻이니까 좀 더 당당해도 좋아."
"하하, 두 분 사이가 좋네요."
"학교 선후배 사이입니다. 같은 동아리..."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위를 둘러보던 미카의 눈에 어떤 결의가 보였던 것 같았다.
"그, 여, 연인입니데이!"
손을 또 다시 번쩍 들고 둘 사이에 끼어드는 말은, 직원의 칭찬을 받고 놀랐던 것의 배로 두 사람을 놀라게 한 모양이었다.
"카게히라! 연인 사이라는 걸 그렇게 쉽게 말하면..."
"아아! 그렇군요! 두 분 어쩐지 사이가 좋아보이더니..."
하지만 이내 직원은 웃어보이며 둘에게 살가운 태도로 영업을 시작했다. 직원의 어깨 뒤로, 무지개빛을 포인트로 준 티셔츠 몇 벌이 하늘과 구름 패턴의 벽지 위로 선명하게 걸려 있었다. 마치 다 잘 될 거라는 듯한 맑은 하늘이었다.
"내 다 생각이 있데이, 걱정 마래이! 스승님!"
미카는 잔망스럽게 눈웃음을 지어보이고는 직원에게 바로 "그... 앞에 걸려있던 거 입어봐도 되나예?" 라고 물어봤다.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사탕과자를 고를 때처럼 진열용 옷장에서 옷을 하나하나 꺼내서 몸에 대어본다. 탈의실을 몇 번 들락날락하면서, 내 귀엽나? 내 귀엽나? 하고 슈에게 자랑하듯 자신을 선보이는 미카에게, 슈는 지치지도 않고 끄덕이면서 잠깐 입고 말지도 모르는 옷들의 옷매무새를 만져주었다.
"연인분이 꽤나 확고한 취향을 갖고 계시네요."
입고 난 옷들을 한 군데에 쌓아놓는 미카를 바라보며, 직원은 슈에게 말을 걸었다. 대답 대신에 슈는 그저 웃었다. 이렇게나 기뻐하는 자신의 연인이 사랑스럽고, 대견스럽고, 또 자랑스러웠다. 이렇게 귀엽고, 자기 기호를 뚜렷하게 표출할 수 있는 연인이 곁에 있는 것이 뿌듯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일상의 단편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소중했기에. 그것을 굳이 말로 하지는 않았다. 말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 더 그 아이와 함께 일상을 즐기고 싶었으니. 마침내 이 가게에 있는 모든 종류의 옷을 다 입어봤을 법할 때쯤에, 슈는 탈의실에서 나온 미카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느 것이 마음에 드느냐?"
오늘따라, 아니 최근들어 슈는 미카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많이 물어보는 것 같았다. 하나같이 미카에게는, 이때까지 스승님의 앞에서는 대답을 떠올리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머리를 좀 써야 했지만, 이상하게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미카는 머리아픈 생각을 꺼렸기 때문에 자기가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해오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머리가 꽉 막히는 느낌 하나 없이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 눈 안에 자신이 입은 옷들이 들어온다. 사탕과자 배지를 잔뜩 단 자켓, 아플리케가 예쁜 반바지, 길이가 맞지 않는 줄무늬 양말... 하지만 하나하나 보더라도 결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토록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많음을 연인의 앞에서 보이는 것도 새로운 느낌이었다.
"응아아... 잘 모르겠데이. 좀 더 생각해볼까? 내는 이 겉옷 맘에 드는데. 여 봐라. 여 도넛 배지 귀엽지 않나? 아, 이것도!"
"천천히 고민해도 된답니다, 고객님."
"그치만 스승님이..."
눈치를 보며 쭈뼛대는 미카 앞에 나서서, 슈는 다른 말 없이 요점을 말했다.
"여기 있는 거, 전부 다 부탁드립니다. 사이즈는..."
"네?!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두 분, 오늘은 기쁘니까 서비스로 할인해드릴게요!"
"아, 그리고 저도 한 벌을. 저기 벽에 걸려 있는 셔츠 한 벌로."
"아아, 그거요. 그거 연인분들한테 인기 많지요. 그것까지 해서 할인이에요. 자, 계산해드릴게요!"
밝은 얼굴로 직원은 미카가 입었던 옷들을 개서 봉지에 차례차례 챙기기 시작했다. 미카가 원했던 도넛 배지가 달린 겉옷을 포함해, 색색의 옷들이 하나씩, 빵가게의 봉지를 연상시키는 파스텔톤의 종이봉투 안으로 들어간다. 무지개가 걸려있던 하늘 벽에서도 두 벌이 내려와 담긴다. 마지막으로 입었던 옷은 제 주인이 차려입은 채였다.
"감사합니데이! 다음에 또 올게예!"
"감사드려요!"
직원의 인사를 받으며 매장을 나서면, 미카가 슈를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보며 그를 불렀다.
"스승님아."
"무슨 일인 게냐."
"내 귀엽나?"
자신있는 금색의 눈을 보여주며 윙크해보이는 미카를 보자 슈는 내면에서 무언가가 꽉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 그게 무엇인가 하면 눈 앞의 소년을 껴안아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고, 그는 조금 명확하게 자기 자신에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그치만 내 귀엽단 소리 들었다 아이가."
그건 부정할 수 없었다. 카게히라 미카는 귀엽다. 당연히 부정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것이 그가 추구하는 미라면 인정하고, 그의 세계를 지켜볼 따름이다. 자신의 가치를 아는 자라면, 언젠가는 홀로 인형사의 자리에서도 춤춰보일 수 있을 테니. 새 옷을 입은 미카는 신나서 통통 튀는 듯한 걸음으로 쇼핑몰 내를 걷고 있었다. 넘어질까 잡아주고 싶다가도, 슈는 그 뒷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따라갔다. 얼마 안 가 둘의 발걸음이 맞을 때쯤에, 재차 물어보었다.
"그러면 다음엔 어디 가고 싶느냐?"
"푸드 코트? 저 가면 맛있는 거 많다 캐서. 아, 타코야키도 판데이!"
"바깥의 음식을 먹어도 배를 앓지 않을 수 있느냐?"
"음... 내 조금은 괜찮아졌을 기다. 자, 스승님아! 가제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두 사람의 발걸음을, 하늘에 걸려있던 무지개 셔츠가 다리가 되어 축복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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