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이즈 전력 60분에 자유주제로 쓴 것. 60분 날림이라 퇴고 없음. 미래 시점, 둘이 동거한다는 전제.
왜인가 이즈미씨에게 '나쁘지 않다' 라는 말을 자주 시키게 되는 것 같다.
오늘 하늘은 맑음. 구름 한 점 없이. 그것은 일기예보 뉴스보다 일찍 접하게 되는 것이었다.
혼자서 하늘을 향해 숱한 노래들을 지어 부르던, 영원히 소년일 것 같았던, 스스로를 이방인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왕좌보다도 값진 가족을 찾은 그. 츠키나가 레오는 침대 난간 뒤에서 하늘색의 끄트머리가 붉어지는 것을 느끼고, 옆에서 곤히 자는, 노랫말을 붙여주던 연인, 세나 이즈미를 깨운다.
"세나, 일어나."
새벽 5시. 귓가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던 그의 기상을 맡은 알람시계보다 먼저 그를 흔들어 깨운다. 예외를 만들어주면 그는 짜증을 내곤 했다. 눈살 찌푸릴 겨를도 없이, 잠결에 이리저리 엉킨 은발만을 보인 채 이불 속으로 얼굴이 숨는다. 당연히 비상식적인 시간이기에 그 예민한 세나 이즈미가 아니라도 충분히 짜증낼 것이다. 적어도 한 시간은 지나서 깨울 걸 그랬다.
"세나, 사실 지금 세나가 보고 있는 건 현실이고, 내가 있는 곳이 꿈이야. 더 잘 거면 이쪽으로 오지 않을래?"
조곤조곤, 아이를 어르듯이 말소리를 늦춰, 귓가에 터무니없는 말을 속삭인다. 이런 기행에도 익숙해졌던 것인지 이즈미는 좀처럼 깨지 않고, 다만 이불을 서서히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그래서 결국 레오는 비장의 수단을 쓰기로 결심했다. 조심성이라곤 한 톨도 없던 그는 고약한 장난을 칠 때만 유독 조심스러워지는 것이었다. 머리카락 하나도 건드리지 않도록 머리 위로 덮어쓴 이불을 밑으로 내리고는.
"후."
하고 귓가에 미지근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아, 레오 군! 정말! 이 시간에!"
예상대로 반응이 왔다. 잠결에 조금 메인 저음의 목소리가 꼭 고양이 같았다.
"와하하, 역시 비장의 수법이야! 세나는 역시 귀가 약하니까, 앞으로 자주 애용해야겠어."
"앞으로는 무슨, 너 며칠 전에도 이랬잖아. 아, 앞으로도 계속 못된 짓을 하겠단 거라면 가만 안 두겠어."
"세나 바보! 해삼! 멍게! 가끔은 새벽에도 좀 놀아달라고."
"밤샘작업 하는 레오 군이랑 현역 모델이라 매일 컨디션 관리가 필수인 나랑 같아?"
이즈미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뾰루퉁하게 투정 부리는 레오에게 쏘아붙이는 이즈미였다. 훠이훠이, 하고 손을 휘젓고 다시 잠을 청하려다가, 이즈미는 문득 그리운 느낌을 마주했다.
마치 이것은 옛날 고등학교 시절 같았다. 아직 조금 더 어리고, 그만큼 어리석었지만, 그만큼 소중하고 어쩌면 순수했었을 때.
그 때는 두 번 다시 이런 날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적어도 이즈미는 그렇게 믿었고, 3학년의 해가 끝나기까지도 그는 눈 앞의 사람을 부정하며 자책하는 것으로 어쩌면 좀 더 일찍 되찾을 수 있었던 해를 허비했었지만, 지금 와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증거를 실시간으로 체감하고 있었고, 그 사실이 고마웠다. 가끔 너무 실시간이라 이런 귀찮은 신세가 되기도 하지만.
"그래서, 꼭두새벽부터 무슨 일이야? 불이라도 난 것처럼..."
"소중한 세나하우스에 불이 나버리면 이미 널 들쳐메고 바깥에 있었을 거라고?"
"아, 그러세요. 그래서 무슨 급한 일이신지?"
"저기서."
레오는 손가락을 척 치켜들어 창문 밖을 가리킨다. 이즈미는 몸을 일으켜, 두 명은 거뜬히 누울 침대 헤드 쪽을 뒤돌아본다. 커다란 창문이 탁 트인 곳 바로 앞에 침대를 두기로 한 건 레오의 취향이었다. 나이 먹고는 우주 교신이니 하는 소리는 줄어든 줄 알았지만, 하늘과 닿아있는 것 같아서, 라는 이유를 댄 건 아무리 봐도 여전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즈미의 눈에 들어온 창문 너머엔,
"별 거 없잖아."
"아니. 좀 더 아래를 보라고. 하늘의 색이 변하는 걸."
"그래, 해가 뜨고 있네."
"그렇지. 하늘이 오렌지색에서 흰색으로 물들고 있다고."
차근차근, 딱히 새롭지도 않을, 한 해의 특별한 기념일이 아닌 날의 천체의 현상을, 마치 대단한 현상의 과정을 전해주듯, 레오는 목소리를 낮춰 귓속말하던 때처럼 이즈미에게 말해준다.
"그래서 다음은 뭐야? 하늘이 오렌지색과 흰색으로 물드는 게 마치 내 머리랑 네 머리가 뒤엉키는 것 같다고 말할 생각이야?"
"뭐야, 세나도 그런 말 할 줄 아네! 와하하하, 낮간지럽게."
"레오 군이 이런 걸 보고 인스피레이션이 어쩌고 하는 거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니고. 아, 침대 헤드에 악보 그리는 건 금지야."
당장에라도 레오가 무슨 짓을 할 것 같아서 팔을 제 쪽으로 잡아끄는 이즈미는 이미 한 시간 정도 더 자는 건 안중에도 없었던 것 같았다. 창문 밖의 하늘을 마주하다, 이즈미가 좋아하는 초록색의 눈동자가 웃음지으며 이쪽을 향한다.
"그래. 세나. 나는 이런 걸 보고 싶었던 거야."
"이런 거라면, 해돋이? 새해 첫날이나 사귄 기념일도 아닌데."
"세나랑 매일 같이 해 뜨는 걸 보고 싶었다고. 세나와 내일을 살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어."
햇빛이 물들인 하늘의 색과 비슷한 주황빛 머리, 항상 작업할 때면 한 쪽으로 내려묶었을 그 아래에 시선을 둔다. 눈 이외의 다른 부분을 이렇게 오래 쳐다보는 것도 새삼스러웠다. 그 때도 이 정도 길이의 머리였나. 하지만, 지금 와서 이 이상 '그 때'를 되뇌이는 건, 너무나도 다행스러운 예정조화이자 미래를 마음의 양식 삼으려 태양을 바라보는 그에게도 실례였을 것이라고, 그 생각에 결국 이즈미는 도달했다.
"뭐야 세나, 머리가 신경쓰여?"
"아니, 옛날 생각 조금... 아니야. 그냥 이것도 이거대로 나쁘지 않아서."
"나쁘지 않다는 건 세나 마음에 들었다는 거네?"
"아니,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좋아. 좋다고. 레오 군."
이 말을 하는 데까지, 얼굴을 붉히지 않고, 눈을 바라보되 그 눈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그러기까지 얼마나 많은 해가 떴을까. 이 녀석의 빛은 깨진 보석 따위가 아니었다. 그 생각 속에 박제될 빛이 아니었다. 그것이 지금은 다행스러워서.
"레오 군, 손 잡아도 돼?" 그 물음에,
"잡았다." 돌발스럽게 척 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예측불허의 연인.
"묻는 의미가 없었잖아."
"세나는 굳이 이런 걸 묻는 타입은 아니니까. 왜, 예스 마이 로드 같은 거라도 해주길 바라?"
"...레오 군, 방금 그건 금지야."
"뭐 그래도 세나는 꽤나 솔직해졌다니까, 옛날에 비하면. 좋다는 말도 하고."
"내가 언제 그랬다고..."
"안 했어? 그러면 한번 더 해줄래, 세나?"
항상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그러니까, 지금의 세나 이즈미는 츠키나가 레오에게 말할 수 있다. 못해준 몫만큼.
"좋다고. 레오 군."
몇 년. 몇 년이 지나고. 같은 방에서 같은 밤을 나누고 같은 아침을 맞는 것에 익숙해진 지금. 이제는 하나 새로운 것 없는 사이가 되어도 두 사람이서 앞으로 보낼 시간은 언제나 새롭길 바랐다. 그들이 살아가는 것이 현재임을 알리는 것은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그러니까 오늘도 맑음. 내일도 아마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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