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카 전력에 주제 '성장'으로 참여
미카쨩에게 귀여움이란 무엇일까, 조금 더 자라더라도 귀여움을 추구할 수 있을까... 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니 이런 게 나왔음.
키가 자라는 묘사가 있는데 미카쨩 181 오시상 182 정도를 상정했음. 어쨌든 거의 차이 안 나게 크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봤다.
언젠가 미래날조물을 한번쯤은 써 보고 싶었다... 구발키리 재회도 써보고 싶었다... 그리고 잡탕이 되었다
작업BGM은 프리파라 OST 어메이징 캐슬. 가루마게돈은 사랑입니다
-기본적으로 미래 날조
-신장 변화 묘사 있음
-커플링성은 많이 옅지만 일단 교제 전제
-이외에도 설정 날조가 여럿 있음
-스위트 할로윈, 테디베어 스토리 스포일러 포함
-이래저래 뭐든지 괜찮으신 분들만
아이돌로서의 카게히라 미카라고 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것이 있다. 2인조 아이돌 그룹, 혹은 예술 창작 집단 Valkyrie의 작은 제왕님, 눈 색이 사탕과자같은 쪽. 머리가 검은 쪽. 창법이 부드러워서 곡에 따라서는 소름돋는 쪽. 말을 할 때면 사투리 억양이 섞이는 쪽. 사탕병과 봉제인형 선물을 좋아하는 쪽. 그리고 둘 중 귀여운 쪽.
그 중에서도 마지막 말은 그를 규정하는 말이자, 그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말이었다. 그것은 그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추구해온 오색찬란하고 동화적인 무대 연출에서도, 파스텔톤과 과장된 장식들이 눈에 들어오는 특유의 패션 센스에서도, 밝은 곡에선 사랑스러움을 진중한 곡에서는 이질적인 공포감을 만들어내는 특이한 목소리에서도, 늘 봉제인형을 팔에 끼고 다니는 앳된 습관에서도 오는 것이었다. 같은 유닛의 파트너인 이츠키 슈의 말을 빌리자면 그들에게는 일상 역시도 무대와도 같은 영감의 원천이랬던가.
요는, 카게히라 미카의 무대가 되는 모든 공간에서 그는 귀엽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
유메노사키 학원에 재학중이던 시절, 그러니까 메이저 데뷔 이전 라이브하우스를 거점으로 그들이 활동하던 시기의 이야기다.
두 사람이 된 이후의 첫 무대는, 발키리의 오래된 팬들이라면 선명하게 기억하는 전환점이다. 현재의 발키리는 '큰 제왕님'인 이츠키 슈가 프로듀스하는 격식 높은 고딕풍의 노선과, '작은 제왕님' 카게히라 미카가 프로듀스하는 사랑스러운 메르헨풍의 노선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나고 있다. 그 시작은 작은 지하 라이브하우스에서부터였다. 장난감 상자를 테마로 한 아기자기하고 조금 기이한 무대. 반바지 제복을 입고 장난감 기차의 차장으로 분장해 한껏 웃음지으며 무대에 선, 사탕 같은 두 눈의 앳된 소년. 그보다 더 전에는 그저 무대 뒤에 숨겨진 들러리였을 뿐임을 아무도 믿지 못했을 정도로 미카는 이목을 끌었다. 마치 정말로 장난감 세계에서 온 것만 같이 사랑스러운 움직임과 노랫소리에, 잃어버린 동심을 찾을 것만 같다는 평이었던가. 그것은 단지 조종받는 인형의 입장을 벗어나 어엿한 무대 위 동반자로서 미카가 슈의 곁에 서게 된 첫걸음이었다.
그리고 그 때의 미카는 작고 귀여웠다.
물론 아주 작지는 않았지만, 성장이 덜 된 몸은 충분히 소년 같은 매력을 뽐냈다. 그의 장난감 세계에 사람들이 홀린 것은 안쓰러울 정도로 말랐던 몸에 남은 어린 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빈약한 신체는 갑작스레 늘어난 활동을 잘 견디지 못했고, 미카는 끝내 몸에 과부하가 와 자주 쓰러지곤 했었다. 라이브하우스의 뒷편에서 축 늘어진 소년을 한 팔로 들거나 업은 채로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슈를 몇몇 관객들이 목격하기도 했다. 당시 유력한 소문은, 미카에게 식이장애가 있어서 영양섭취를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유닛 리더였던 슈는 라이브가 끝나고 팬들에게 선물을 받을 때, 음식 종류는 가급적이면 주지 말아달라고 당부를 했다. 이 때문에 식단을 너무 엄격하게 관리한 나머지 같은 유닛 멤버를 혹사시키고 있다는 비난 섞인 의혹도 받았지만, 쓰러져가는 미카에게 물을 먹이거나 등을 토닥일 때 그의 다급한 눈빛을 보고는 이내 그 의혹은 사라졌다. 하지만 무대 아래에선 같은 유닛 멤버에게 눈초리를 돌릴 정도로 미카를 걱정하던 이들은, 무대 위만 되면 덜 자란 몸의 그에게 열광했다. 영원히 그가 자라지 않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듯이.
그것은 그가 귀여운 채로 있고 싶어하는 이상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옛날 일이다.
지금의 카게히라 미카는, 요점만 말하자면 잘 먹고 잘 자랐다. 고등학교 때의 키를 기입했던 공식 홈페이지의 프로필 란은 해가 다르게 숫자가 올라가, 22살이 된 지금은 180cm을 넘어서게 되었다. 궁색했던 몸에도 어느새 살과 근육이 붙고 제법 체격이 생겨, 어떤 옷을 입어도 태가 살게 되었다. 소년은 어른이 된다, 라는 흔한 말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성장을 제일 기뻐했던 것은 지금은 미카의 둘도 없이 소중한 연인이 된 슈였다. 몇 년 전, 졸업 선물로 전한 잘 자라주었구나, 라는 말에, 미카는 눈을 사르륵 감아 휘어 웃음짓고는 고개를 숙여 머리를 쓰다듬기 좋은 위치로 내렸었다. 그 말이 미카를 오랜 주박에서 깨웠다. 심리적인 이유로 생겼던 식이장애는 지금은 실수로 먹었던 박하사탕처럼 옛날의 조금 씁쓸한 추억에 지나지 않았고, 회식 자리나 친구들끼리의 모임에서도 식당 한 켠에 자신있게 눌러앉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먼저 어른이 되었던 사람들, 그리고 그에게서 '아이'를 찾던 사람들이 물었다. 언제까지 장난감과 사탕을 끼고 살 순 없지 않나요. 카게히라 씨도 이제는 키도 훌쩍 크고 자랐으니까, 슬슬 좀 더 어른스러운 컨셉을 해보는 거 어때요. 이츠키 씨랑 노선 합치는 건 생각해보셨나요? 무신경하기 짝이 없는 말들이었거니와, 물러서지 않고 아첨하지 않고 뒤돌아보지 않는 발키리에게는 너무나도 하찮은 도발들. 그를 미카의 옆에서, 무대나 세트장의 위에서, 혹은 텔레비전이나 모니터의 화면 너머에서 지켜봐온 슈는 그가 입버릇처럼 말해오던 '범속한 자'들을 향해 독설을 쏘아붙이곤 했다. 그것은 아마 그들이 자신의 옛 과오를 연상시키기 때문이었을까. 지금도 연예계나 모델 업계 등 다양한 곳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미카의 친구들도 고생이 많다며 미카를 위로해주기 바빴다. 그도 그럴 것이, 옛날의 카게히라 미카에게 성장 이야기는 금구였으니까.
하지만 정작 그 당사자는 태연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물음들에 되묻고 있었다.
"제가 귀여우면 안 될 이유라도 있나요?"
일부러 귀엽다는 말에 힘을 주어가며.
*
카게히라 미카가 본격적으로 센터에 서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가을 즈음이었다. 할로윈 파티라는 이름하에 열린 대규모 행사. 관객석에 아이들이 많이 온 무대였다. 미카가 좋아하는 호러 컨셉을 실천할 좋은 기회였기도 했다. 관객을 고려해서 너무 무섭지 않게. 그 고민의 빠진 자리를 채워넣은 결정적인 조각은, 바로 미카가 그렇게나 사랑하는 귀여움이었다. 그들로서는 새로운 시도였다. 살아 움직이는 시체와 격 있는 악마 공작에게 걸맞는 고풍스러운 의상에는 익살맞은 장식을 덧대고, 움직이기 편한 반바지에 감싸인 미카의 두 다리는 시체의 뻣뻣함을 과장되게 흉내내어 재간 넘치는 안무를 선보였다. 낡은 저택을 모티프로 한 세트장의 난간에서 지휘하는 슈에게서도 평소에 드러나지 않던 익살이 동작에 배어나오는 듯했다. 작은 손님들로 가득한 관객석에서는 웃음꽃이 피었지만 그 누구하나 그들을 비웃는 자 없었다. 그렇게 주의를 환기한 덕에 그 뒤에 이어지는 웅장하고 무거운 곡에도 관객들은 몰입할 수 있었다.
그 무대가 있기 며칠 전, 미카는 연습실을 빌리려다가 문 앞에서 옛 동료와 마주쳤다. 제 자리를 찾아간 이후로 여전히 고수하는 비대칭의 머리모양과, 여전히 한 뼘 낮은 눈높이, 그리고 따스한 붉은 눈. 큰 무대를 앞두고 마음을 추스르고 싶은 시기에, 돌발적인 만남에 가슴이 쿵쿵 하고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 여기서 슬퍼지고 싶진 않았는데. 서로 상처입히지 않으면서 저도 상처입지 않을 말을 고르던 때, 그가 미카에게 먼저 건넨 말은 뜻밖의 것이었다.
"미카찡... 아니, 카게히라는 귀여운 게 뭐라고 생각해?"
그 질문을 들었을 때, 미카는 무엇을 대답했던가. 그러고보면 철저한 분석파였던 그는 먼저 연예계로 진출한 아이돌들의 전례를 분석하면서 유닛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타인의 평에 신경쓰지 않고 그저 자신의 즉흥적인 영감으로 무대를 꾸려오던 미카에게 그 학구적인 태도는 신기한 것이었다. 한편 그의 눈에는 미카 역시도, 자신의 유닛이 추구하는 '귀여움'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을 하나의 예시로 보였다. 왜냐하면 그는 미카가 처음으로 라이브하우스에서 노래를 불렀을 때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고민거리의 내용은 미카 역시도 몇 번 만나 사이가 좋았던 그 후배들의 이야기였다. 귀여운 것은 미숙한 것이냐고 물어왔다던가. 자신이 좀 더 키가 크면 귀여워질 수 없냐고 울상을 지었다던가. 그것은 미카 본인도 지나칠 수 없었던 문제였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사안이었지만, 뜻밖에도 미카는 의연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귀엽고 싶으면 그걸로 된 거 아이가?"
찰나의 고민을 거쳐, 그런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났다.
*
신곡 홍보도 하겠다 오랜만에 화포도 풀겠다, 슈와 미카는 옛 동료, 니토 나즈나가 MC를 맡고 있는 토크쇼에 게스트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제는 두 사람과 한 사람으로 만날 수 있게 된 그들은 앙금 하나 없는 옛 친구들처럼 편안하게 방송에 임했다. 오랜 연예계 생활로 사람 대하는 것도 익숙해졌는지 생방송임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 역시 일어나지 않았다. 간단한 근황보고로 시작해, 신곡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특히나 분위기가 좋았던 것은 그림그리기 코너였다. 미카의 기괴하기 짝이 없는 그림들은 그림그리기 코너를 B급 호러 코너로 바꿔버렸고, 슈는 한술 더 떠서 모든 그림들을 세밀화풍으로 모서리만 그리는 쓸데없는 장인정신을 발휘하고는 제한시간을 넘어설 때마다 과장된 반응을 보여주었다. 즉석에서 전파를 타는 혼돈에 나즈나는 자신이 몇 번 혀를 씹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아마 이 방송이 끝나면 저 그림들은 훌륭한 이미지 합성 소재가 되었으리라.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오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토크쇼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대망의 마지막을 장식할 코너는, 시청자 사연 읽기였다. 세 사람은 돌아가면서 투명한 상자 안을 뒤적여 접힌 종이를 꺼내고는, 시청자들이 던진 사연이나 질문에 대해 저마다의 소감과 답변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카의 차례가 오자, 그는 "힘내서 간데이!" 하고 기합을 넣고는 종이를 힘차게 꺼내 읽었다.
"카게히라 씨는 키도 크고 멋있어졌는데 슬슬 귀여운 건 졸업하고 싶지 않나요? 좀 더 어른스러운 걸 해 보고 싶다거나?"
'그 질문'이었다. 그것도 방송을 위해서 돌려 말한 것이겠지.
순식간에 세트장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생방송인데 이거 자를 수도 없고. 나즈나는 긴장한 채로 미카만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돌발적인 상황에 익숙해 어떻게든 웃음을 유지하고 있는 나즈나였지만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미카찡의 역린을 건드리다니, 이 질문 넣은 사람 누구야. 하물며 이 세 사람이 모인 자리라면 그 질문이 들어간 의도를 추측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자신이 섣불리 말을 얹는 것도 곤란한 입장이었다. 그야말로 나즈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위기였다. 그럼에도 더욱 위화감이 드는 것은, 이 상황에서 슈가, 그리고 미카가 극히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카게히라 미카가 인형과 장난감의 모티프를 유독 자주 사용하게 된 데에는, 물론 봉제인형을 좋아해서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할로윈의 무대를 성공리에 마쳤던 미카는 무대 위에서 슈에게 고백을 했었다.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 그것은 무대의 고양감에서 온 충동적인 선택이기도 했기에, 미카는 얼마 안 가 도망쳐버렸다. 예술의 길을 고집스럽게 추구하는 슈에게 자신의 자기주장이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상냥하게 대해주는 것도 자신을 방해물로 인식해서가 아닐까 하고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휴대폰도 안 갖고 집을 뛰쳐나간 지 하루 쯤 지났을까, 미카는 커다란 테디베어와 분홍색의 작은 테디베어를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 그때부터 미카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던 것을 슈는 기억하고 있었다. 잘 울었고, 잘 웃었다. 방에 진열된 인형에 말 안 하고 손을 대면 화도 내고, 새로 산 테디베어에게 스웨터를 떠 주면 즐거워했다. 무기질한 인형이 아니라, 정말로 희노애락을 가진 따뜻한 사람이 되어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 때, 슈는 미카에게서 앞으로의 포부를 들었다. 이대로라면 어디로 가더라도 마음이 이어진 채로 있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뭐라카노."
그 때, 미카가 입을 열었다. 장난스러운 관서 사투리 억양. 그렇지만 두 눈에는 결코 장난이 아닌 결의가 녹아 있었다. 잠깐 타올랐던 눈동자는 이내 다시 평소의 천진한 웃음으로 휘어졌다. 미카는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갔다.
"아, 질문이 뭐였죠? 아, 맞다. 예전에, 고등학교 때 친구가 저한테 말해줬어요. 그때 가족 일 때문에 힘들어서 멋대로 집을 나왔었거든요. 기분 전환차 동아리 선배랑 스승님 친구랑도 같이 인형가게에 갔는데, 인형 하면 보통은 테디베어지요? 그때 걔가 저한테 물었어요. 곰은 원래 맹수인데, 왜 제일 보편적인 장난감은 곰 모양을 하고 있냐고요. 아, 그때 깨달았어요. 커다랗고 무서운 맹수도 귀여운 장난감이 될 수 있잖아요. 그러면 키가 커도, 어깨가 넓어도, 나이가 들어도 귀여울 수 있는 자유가 있으면 좋겠어요. 미숙하고 어리고 작으니까 귀여운 게 아니라, 사랑스럽고 귀여워지고 싶으면 귀여운 게 좋아요. 저한테 장난감이나 봉제인형은 그래서 특별해요.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자라서 어른이 된 사람들에게도 꿈을 줄 수 있잖아요. 단 한명이라도 절 통해서 꿈을 꿀 수 있으면, 저는 계속 귀엽고 싶네요."
생글생글 웃으면서 굽히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을 말하는 미카의 모습이, 세트장의 카메라를 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세트장 곳곳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 잘 자랐구나, 미카찡. 나즈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아픈 손가락이었던 그 아이가, 자신보다 큰 키가 싫어 자기가 안 보는 데서 엉엉 울던 그 아이가, 그제서야 주박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큰 키를 감싸안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고파 손을 뻗으려다 말았다. 지금은 방송 중이니까. 다른 한 사람이 신경쓰여 돌아보면, 슈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미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우냣! 너희들, 방송 중이니까 좀 자제해!"
말은 그렇게 해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따스한 이 순간이, 오래 전부터 빌어왔던 그들의 행복이었으니까.
'이걸로 네 갚을 길은 다 된 거야, 이츠키.'
니토 나즈나는 그 날 이래 처음으로, 이츠키 슈와 카게히라 미카를 켕기는 것 없이 마주할 수 있었다.
*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자마자, 미카는 욕조에 평소 좋아하는 솜사탕 향의 입욕제를 풀고 노곤한 어깨의 힘을 뺐다. 물을 첨벙거리며 노래 연습을 하다가 질려서 밖으로 나오면, 미카는 자신의 연인이 거실 소파에서 노트북 화면을 유심히 훑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제는 조금 무게가 실린 발소리로, 그러나 어느때보다 가볍게 톡톡 달려가, 미카는 슈의 등 뒤에서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같이 화면을 보기 시작했다.
"응앗, 스승님 뭐 보노?"
"모처럼 도끼를 들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반응이군. 아직 세상에는 안목이 있는 자들이 많아. 살아갈 보람이 생기는 것이다."
노트북 화면에 뜬 수많은 창들은, 전부 미카의 토크쇼 인터뷰에 대한 반응들이었다.
"응아아! 빠르데이. 벌써 이래 시끄럽구마..."
"시끄러운 게 아니야. 다들 너를 진심으로 인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 말에 미카는 눈을 또르르 굴리며 재빨리 화면의 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가 꾸는 꿈이 전파를 타고 모두의 마음에 심긴다. 여러 곳에서 그를 응원하는 말들, 그리고 스스로를 응원하는 말들이 하나둘씩 꿈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미카쨩 덕분에 용기를 얻었어요."
"작은 제왕님 말씀 듣고 큰 깨달음 얻고간다 내일 그 브랜드 옷 사러감"
"누가 다 커서 애같이 입지 말라고 했냐 작은 제왕님이 저러시는데 반성해라"
"저는 26살이고 중학교 때부터 반에서 다른 애들보다 머리 한개 정도 컸거든요. 어릴 땐 다른 애들이 귀여운 옷 입는 거 보면서 부러웠고, 지금은 어른스럽지 못할까 싶어서 꿈만 꿨는데, 미카쨩이 그렇게 말해주니까 이제 꿈을 이뤄도 될 것만 같아요."
"발키리의 신선함은 항상 통념을 향한 도전에서 온다. 카게히라 미카는 도전이 불러일으키는 메시지를 잘 알고 있으며, 본 칼럼에서는 그의 작품세계가..."
자신이 준 꿈의 증거들을 머릿속에 담다 보니, 어느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가슴 속에서 솜 같은 것이 꽈악 하고 피어올랐다. 떠나보낸 유년기의 고민,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룩한 성장에 충분한 보람이 있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북받쳐 오는 기쁨과 후련함에, 미카는 슈를 끌어안고는 그 어깨에 물기로 무거워진 눈꺼풀을 묻었다.
"정말로, 잘 자라주었구나."
그 말이 재차 마법처럼 사랑스러운 이를, 세계를 만들어나갈 동반자를 축복해주었다. 조금 더 큰 손이 이제는 조금 더 넓어진 등을 둘러싸고는 따뜻하게 다독여주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통해 꿈을 꾸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돌로 남아있는 가치는 있다.
자신의 연인이자 스승인 이츠키 슈가 아직 인형사의 이름을 등에 업고 있던 시절, 그에게 손을 내밀면 그런 말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카게히라 미카는 그것을 아주 잘 실천하고 있었다.
그것이 사탕과자 옥좌의 오만하고 귀여운, 작은 제왕이 자라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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