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5일 개최되는 제3회 어나더 스테이지 - M8b <Candy Appliqué>에서 발매되는 슈미카 소설본 <Candy Drawers>의 샘플입니다.
'합의'를 주제로 한 일상 에로 단편집입니다. 상호 동의하의 관계, 성벽 탐색 등의 묘사가 있습니다.
도구 플레이, 소프트 SM, 비삽입 행위, 집착적인(!) 콘돔 사용, 망한쎾쓰(...) 등이 나옵니다.
시점은 연무 이후를 다루며, 상호 감정 있음, 또는 교제 전제입니다.
사양은 A5 소설본 / 무선제본 / 에로책 / 112p / 8000원
개행사양은 실책의 본문과 다릅니다. 또한 샘플의 내용과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프롤로그 - Storage in the Room
"네게 손대도 되겠느냐?"
이츠키 슈는 언젠가는 물어봐야 할 것을 오늘도 물었다.
무릎 위에 걸쳐진 카게히라 미카의 상체 위로 살며시 뻗은 손이 멈춘다. 그의 무릎 위를 점유하며 소파 위로 엎드려 얼마 전에 구입한 음반에 딸려온 그림책을 읽던 몸이 고개를 돌린다. 그 아이는 의아해했다. 제 관리자 되는 사람이 왜 한낱 관리를 받는 인형 – 아직까지는 그렇게 머무르고 싶었다 – 에 불과한 자신의 허가를 구하고 있을까. 여태까지 슈의 손은 어디 안 닿은 곳이 없을 정도로 미카를 손대왔었다. 메인터넌스, 유지보수. 그 이름하에 미카를 조율하는 손에는 악의도 부정도 탐욕도 없었으나, 애정이라 부를 수 있는 온기 역시 담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무감정이 당연한 것인 동시에 그 나름대로의 베풂이었던 것, 그리고 그 전제를 뼛속까지 새기고도 마냥 좋기만 했다. 그러므로 미카에게는 거절이라는 개념부터가 애초에 없었다. 모름지기 미카의 것은 슈의 것이고 그 전제 아래에서 미카는 그의 다른 모든 것들과 동등한 입장을 지녔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했기에 미카는 저를 관리하는 손길을 자신이 입는 은혜처럼 받았다. 그 물음은 이상했다. 메인터넌스 시간에는 이상이 있으면 바로 말하도록 지시받았으므로, 미카는 그렇게 했다.
"그런 거, 안 물어봐도 된데이?"
밀려올라가 허리 살을 드러낸 셔츠를 내릴 생각조차 않고 미카는 슈의 말에 자르듯 대답했다. 절대적인 허가. 늘 그것이 편리하기만 했던 관리자는 오늘따라 그 말에 더욱 심하게 동요했다. 당연한 대답이 떨어지자 허공에서 멈춘 손도, 그리고 그의 심장도 덩달아 떨어졌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위계의 고착화를 멈추기엔 너무 늦어버렸을까? 슈는 언제까지나 미카의 관리자로 있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시끄럽고 제멋대로 – 그런 것 치고 미카의 제멋대로란 단 한번도 자기 자신을 위한 적이 없었지만 – 라고 여겼던 미카는 이미 마음만은 순종의 극치였다. 물론 거기까지 그를 굽혀 누른 건, 지금은 자처하기조차 고민되는 인형사의 이름을 빌었던 슈 자신이다. 제가 원했기에 그 아이가 체화한 당연한 무방비가, 그렇다면 왜 이제 와서 새삼 마음 끝을 콕콕 찌르는 것인가. 고개를 뒤로 돌려 저를 보는 짝이 맞지 않는 두 눈에 그 답이 반사되어 보였다.
이유는 나다. 답은 그랬다.
부정밖에 입에 내지 않던 관리자에게 긍정만을 말하도록 학습된 인형은 바로 원래 자세로 돌아가지 않았다. 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빤히 바라보는 보랏빛 시선이, 전하고 싶었을 수십 개의 말을 대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말을 잘 못해서 그렇지, 상냥하니까. 그런 피상적 이해를 제 생각에 덮어씌우며 슈의 곁에 있어온 미카였다.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상냥해지고 싶었으니까. 너무 늦기 전에.
그것이 애정이라는 암묵적 동의는 서로 간에 이미 있었다. 단지 왜 그런가를 생각하기엔 상처입고 상처 입히는 사이로 지내온 시간들이 너무 깊이 패여 있었다. 잠깐이라도 눈이 마주치면 따뜻하게 데워지는 가슴의 온도를 알았다. 그것을 주제넘다고 생각해도 놓아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랬는데. 슈는 미카의 옷자락 사이로 훤히 드러난 피부를 애써 보지 않으려 하며, 그의 등을 평소 두르던 안심담요로 덮어주었다. 때마침 팔걸이에 잘 걸려 있었다. 냉방이 너무 차가웠기 때문이었다.
"스승님아, 춥나?"
허리께에 부드러운 극세사의 감촉이 덮이자 미카가 묻는다. 추위를 피해 이불을 덮은 건 자기 몸인데 남 걱정부터 하는 성품이었다.. 제 것을 한 번도 가져보지 않았던 미카는, 제 몸 하나 돌보지 못하면서 남의 사정만큼은 훤히 들여다봤다. 자수가 놓인 실내복 반바지 아래로 까딱까딱 움직이는 다리는 맨살이었다. 그것을 보고 마음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감정조차도 슈는 갑갑하게 여겼다. 언제나처럼 작품을 보듯이, 어떠한 욕망도 정도 없는 눈으로 그를 물화하면 될 노릇이었다. 애초에 미카가 상대인 이상 그것은 불가능했지만. 요는 시선의 불순함보다는 자격의 문제 되겠다. 예술가 실격? 인형사 실격? 아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면에서 그는 실격이었다.
"네가 너무 춥다면 냉방을 끄겠다."
"스승님 역시 추위 많이 타는구마. 응. 알았데이. 끄고 오까?"
놀라울 정도로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태도였다. 주어를 명확히 ‘너’로 하고 말했음에도. 그해 4월, 미카와 새 시작을 다짐했던 어느 날, 슈는 미카를 데리고 그를 지킬 채비를 하러 돌아다녔다. 제 몸을 지킬 호신술, 아르바이트 중에 속지 않는 방법 등, 결코 사리에 어둡지는 않으나 제 위험에만은 하나같이 둔감한 미카가 조금이라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되는대로 접하게 하고 가르쳐보려 했다. 그 때마다 미카는 예상치 못한 때에 그만두자고 말했다. 그것은 때론 슈의 말실수에서 기인하는 것이었지만 미카는 좀처럼 그 때문이라고 말하지 못했고, 힘들어보이는 건 자신이었음에도 그것을 이유로는 불평 하나 않았다. 단지, 스승님이 불편할까봐. 아무도 스승님을 몰라주니까. 사랑하는 마음은 진심이라도, 그런 핑계를 대서까지 본심을 억누르는 꼴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비극이었다. 꼴사납고 비굴하다. 그렇게 일축해버렸지만, 나중에 미카가 한 세 번은 쓰러지는 것을 보고 나니 슈의 머릿속에서 비상사태가 울렸다.
나를 위해 너는 어디까지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지?
고뇌하면, 그의 무릎 위를 누르는 무게가 사라졌다. 스르륵 하고 안심담요만이 그 자리에 어중간하게 걸쳐져 있을 뿐이었다. 띵, 하고 에어컨의 버튼을 눌러 기동을 정지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끈 것뿐이고 냉기가 사라지기까진 시간이 걸렸지만 벌써부터 목이 막힐 것처럼 더웠다. 순식간에 후덥지근해지는 것이 여름 공기라지만, 더워 죽기 전에 무수히 많은 죄의 탁류에 질식할 것 같았다.
나는 ‘사랑할 수 있는 자’로서 실격이구나.
제 옆으로 돌아온 미카가 변함없이 다정하게 웃어서,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는 침전하는 길밖에 없었기에.
의심 하나 없던 오만한 관리자는 내일도 같은 질문을 묻기로 했다.
수록 단편 '안아주는 매듭' 중 일부
미카는 어릴 적부터 인형을 끈으로 장식하기를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초록색 리본이 특히 좋았다. 시설에 모인 아이들이 슬슬 하나둘씩 잠들어 장난감을 두고 다투지 않아도 되는 저녁쯤이면, 낮에는 양보해야만 했던 장난감 상자를 열었다. 평소에 좋아하던 봉제인형들 사이에는 미카가 데려온 것들도 있었다. 예전에 버려졌던 것을 주워와 깨끗하게 빨아 놔두니, 어느새 시설의 식구가 되어 놀이방에 자리를 잡았다. 혼자서는 외로워서 소꿉놀이는 할 수 없었지만 예쁜 옷은 입히고 놀 수 있었다. 놀이방에 딸린 벽장에서 꺼낸 상자에는 바느질 도구들과 손바느질을 서툴게나마 배워 만든 옷들, 그리고 긴 리본이 갖춰져 있었다. 오늘은 고양이 씨랑 놀아야지. 누덕누덕 기워진 고양이 인형에게 옷을 하나하나 대어보기를 반복하다, 며칠 전에 만든 원피스를 입힌다. 장식이 있으면 좋겠어서 좋아하는 초록색 리본을 꺼낸다. 인형의 푹신한 몸 위로 요리조리 리본을 감아본다. 스르르, 하고 인형은 물론이고 제 팔에 스치는 차갑고 매끄러운 리본의 감촉이 좋았다. 목에, 팔에, 머리에도 감아보지만 영 예쁜 그림이 안 나왔다. 답답해서 미카는 한 손에 끈의 끝을 쥐고 제 팔목에 리본을 감아보았다. 한 줄, 두 줄, 부드럽게 팔목을 감싸는 이 끈을 보면, 세게 당겨서 꽉 조여보고 싶어졌다. 유하지만 단단하게 팔을 누르고, 뒤척이지 않게 끌어안아주는 초록 리본. 쭉 당기자 연한 살에 파고든다. 조금 가렵지만, 눌리는 느낌은 싫지 않았다. 하지만 한 손만으로는 끌어안긴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마 두 손을 묶어보면 더 잘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러나 슬프게도 이 놀이는 혼자서는 할 수 없었다. 혼자 할 수 없는 반쪽짜리 놀이가 주는 고양감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도 내밀한 것이어서, 쉬이 나눌 만한 것이 되지 못했다.
인형이 된다면 끈으로 예쁘게 장식되고, 혼자서는 못 푸는 매듭에 끌어안길 수 있을까. 그 바람은 무의식 속에서 영영 잠들어 있을 뻔 했다. 미카가 스스로 인형을 자처할 만큼 적법한 관리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라이브하우스의 무대 뒤 대기실에서, 언제나처럼 슈는 미카에게 무대의상을 입혀주고 있었다. 벨트와 끈, 레이스 장식이 집요하게 메운 의상은 무대의상이라기보다는 아름다운 구속복 같았다. 가라앉은 색감과 피부 하나 드러내지 않는 답답할 정도의 정갈함 속에 열정을 가둬, 무대 위에서 폭발시키기 위한 절제의 옷. 끈 하나를 여미는 것은 그만큼의 결의 하나를 몸에 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미카는 자신보다 좀 더 신중한 한 살 위의 관리자에게 제 옷매무새를 늘 내맡기곤 했다. 자신이 하면 흐트러지니까. 그것은 슈에게는 여전히 남은 불신이었지만 미카에게는 신뢰의 증거였다. 그러나 이 의상을 고안할 때부터 슈가 굳이 안 그래도 될 부분까지 옷 입는 걸 도와준 이유는 정작 다른 데 있었다. 그리 보여도 무대의상이라 입고 큰 동작을 해야 하는데, 미카는 옷에 달린 끈들을 너무 꽉 조여 버리는 것이었다.
"그치만 내는 이 정도 조이는 게 좋데이."
너무 조이면 움직이는 데에 방해가 된다고 몇 번 타일러도 계속 그렇게 해 오는 건 평소 슈가 그렇게 꾸짖던 학습능력 없음의 탓으로 돌리기가 제일 쉬웠지만, 이젠 마냥 말만 들으면 되는 얌전한 인형의 자리를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되었다.
처음에는 그 습관이, 자라고 싶지 않아서 몸을 조여 압박하려는 경향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그렇지만 최근의 미카는 식사를 거르지도 않았고, 몸 치수를 잴 때마다 올라가는 숫자를 보는 제 눈이 이제는 안도감에 가까운 것도 얼추 파악은 한 것 같았다. 아니면 순전히 관리가 받고 싶어서일까. 그 단순할 정도의 솔직함이 이제 와선 썩 나쁘지 않았다.
"스승님, 멘테 해 도."
별이 내리던 무대를 거친 이후, 미카가 슈에게 메인터넌스를 조르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이렇게나 남의 손길에 길들여져서야 완전히 제게 묶인 것 같지 않은가. 찌푸리기 쉽게 올라간 눈썹이 난처함을 표한다. 또 앞으로의 나날이 걱정되지만 당장에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슈는 팔짱을 끼며 달라붙어오는 미카의 등을 쓸어 진정시키고 자세를 잡게 했다. 엉성한 옷매무새를 하고도 미카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유닛의 상징 되는 의상을 입은 자태를 뽐내다, 예정된 순서대로 우선 팔을 내민다. 여러 끈으로 묶인, 손목 위까지 덮는 소매가 눈에 들어온다. 둘의 의상에서 제일 눈에 띄는 차이였다. 처음에는 통일감을 위해 슈와 같은 프릴 소매로 만들었지만, 미카가 쭉 손목 부분이 가렵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바꾼 것이다. 천이 손목 위까지 감싸면 마음이 안정된다고 했던가. 여기에 흘러내리지 말라고 소매를 끈으로 감싸주었더니 끈을 맬 때마다 안마라도 받는 듯 나른한 콧소리를 냈다.
"으응, 응아아아, 조금만 더 조여 도."
미카는 손목의 끈을 조이면 꼭 기지개를 켜듯이 팔에 힘을 줬다. 팔을 덮는 압박감이 기분좋게 스며왔다. 작은 포옹이 팔 끝으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어릴 때 무의식에 잠재워놨던 기벽이, 정도를 아는 관리자에 의해 개화한다. 지금 와서는 그 실체도 알 수 있을 것 같아, 미카는 한번 선을 건드려보기로 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눈을 감고 홀린 것처럼 되뇐다. 끈을 쥔 슈의 손에도 힘이 실린다. 천천히, 정도를 알고서 끈은 당겨진다.
"으응, 아, 응앗…!"
미카의 콧소리가 높아지는 게 예사롭지 않아 슈는 그만 손을 놓았다. 관리자의 시선을 갖춘 보랏빛 눈동자에 잠깐의 열기가 확 치밀어 올랐다가 꺼졌다. 압박감에서 해방된 미카의 얼굴이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색이 다른 두 눈은 도망칠 기세도 주지 않은 채, 아까 머물렀던 시선을 찾아 마주본다. 슬슬 교감하는 것에 길이 드는 시기, 목격한 이변의 종류는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자못 만족스러운 발견이지만, 불안한 징조이기도 했다.
피학성애.
그 네 글자가 슈의 머리를 스쳤다. 제 통제벽이 성벽에까지 뻗어있다는 것을 제법 뚜렷하게 자각하고 있는 슈로서는, 자신과 꼭 맞는 성벽을 가진 사람이 자신과 맞는 성 지향성에 호감까지 있다면 천운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성벽만으로 사람을 고르는 경솔한 짓 따위 전혀 할 생각도 없었지만, 적어도 카게히라 미카라는 미지 속에서 자신과의 중요한 공통분모를 발견했고, 그것이 꽤 즐거운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렇지만 미카는 어떨까.
고통과 구속으로 쾌락을 얻는다는 특성상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자칫 몸에 흉터가 남거나 관절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는 행위를, 아무리 합의 하라도 선뜩 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군다나 미카는 통각이 둔하다. 날카로운 것에 베이거나 바늘에 찔리고도 그런 줄 모르고, 몸에 피로나 부담이 쌓여도 쉽사리 눈치채지 못하는데, 과연 무리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몸을 망가뜨릴지도 모르고, 무대 활동에도 지장을 줘 미카의 앞길을 막을지도 모르는 성벽에 응해주는 것이 슈는 영 내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기울어진 관계를 연기할 수밖에 없는 행위를, 실제로 기울어진 관계를 살아온 자들이 해도 되는가가 문제였다. 조금이나마 입 밖으로 합의를 낼 수 있는 사이가 되더라도, 여전히 완전한 수평은 아닌 관계. 미카는 이제 막 조르는 법을 배운 아이였다. 만약 미카가 자신의 성벽도 슈의 성벽도 알고서, 그것을 언제든지 슈가 자신을 해쳐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면.
그런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카는 슈의 팔을 끌어당기며 이쪽도, 하고 요구를 부딪쳐왔다. 허리 부분의 끈에 그 손이 닿을 때마다 눈을 꾹 감고 기대하며 기다렸다. 아쉽게도 아까처럼 안아주는 느낌이 날 정도로 조여주지는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미카가 앓는 소리를 내며 슈를 올려다봤지만, 슈는 피하지 말고 봐 달라는 듯한 금빛과 푸른빛의 열원을 지금만큼은 외면하고 싶었다. 무대가 곧인 것이 다행이었다.
"카게히라, 이번 무대를 마치고 집에 가면, 바로 내 방으로 오거라."
일그러진 열기를 조금이라도 무대에서 발산하고 나면, 바로 확인할 것이 있었다. 적어도 이번에는 제대로 대화를 꺼내자. 그것이 되도록이면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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