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전선 첫 2차창작 단편.
FNC가 민수용 인형이었다면 과거에는... 하고 생각해봤었다.
-FNC 과거날조 있음
-지휘관은 여성입니다 (잠깐밖에 안 나오지만)
"G41은 과자 안 먹어?"
"멍멍이는 초콜릿를 먹지 않는답니다."
"그러면 나 줘! 에잇!"
시작은 그런 일이었다. 과자 욕심 많았던 FNC가 과자를 먹지 못한다고 밝힌 G41의 과자를 잽싸게 낚아채어, 포장을 뜯고 낼름 입에 집어넣은 것이다. 빨간 비닐 포장에 싸인 과자는 두터운 초콜릿 코팅이 되어 있었다.
"야! FNC! 부관님한테 뭐하는 짓이야!"
"안 먹는다고 하면 아까우니까, 내가 먹으면 되잖아?"
"너 자꾸 그러면 지휘관님한테 이른다?"
그리고 기지 내 규율을 학습한 전술인형들 사이에서, 전투식량을 갈취하는 일은 당연히 고운 시선으로 보일 일이 아니었다. 아는지 모르는지, FNC는 베어먹어 반 토막 남은 과자를 보란 듯이 입에 넣은 채 자기 딴엔 정당한 이유를 말했다. 입에 먹을 것을 넣은 채 말하는 것은 인간과 거의 비슷하게 생긴 인형, 특히 민수용 인형들에게는 제일 먼저 예의가 아니라고 학습되는 악습이었다. 전술인형으로 개량되는 과정에서 기존 기벽에 수정이 가해졌는지, 아니면 전투를 제외한 방면의 세세한 행동방침을 무시했는지는 몰라도, 지금의 그녀는 버릇없는 꼬맹이, 그 자체였다.
그래도 FNC에게 싸움을 거는 인형은 없었다. 어린 몸집에는 어울리지 않게 그녀는 유능한 군인이었다. 자기보다 훨씬 큰 철혈의 백병 인형도 상대가 되지 않았고, 여차하면 작은 몸을 살려 그 덩치 더 큰 인형 사이로도 잘 비집고 들어갈 수도 있었다. 아무리 그리폰에서 운용하는 대부분의 전술인형이 민수용을 개량한 것이라 해도, 군용 인형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 이 기지에서 존재를 허락받는 이유는, 그녀 본인이 잘 싸우기 때문 그 하나 뿐이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차라리 '해체'되어버려도 좋잖아. 전쟁통이라도 너 같은 애는 필요 없어. 가서 과자나 팔아."
한 인형이 그렇게 말한다. 이때까지 능력을 이유로 넘어가주던 그 부분을 공격하는 것이다. 잘게 씹은 과자를 시원스런 목넘김으로 삼킬 참에 뜬금없이 그녀에게 향한 말의 비수에, FNC는 사레가 들려 켁켁거렸다.
"너는 식량이 얼마든지 중요한지 몰라? 네가 원래 어디서 왔는진 모르겠지만, 우린 인형이고 여긴 군대야. 그런 꼬맹이 같은 마음으로 있을 생각 하지 마."
머리 반 개 높은 눈높이가 FNC를 사납게 내려다본다. 사뭇 호전적이다. 져 주지 않는 성격인 FNC가 웬일로, 싸늘한 경멸이 담긴 눈동자에는 주눅들어 고개를 숙인다.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싶으니, G41이 나서서 한 마디 했다.
"자자, 그리폰의 인형들끼리 싸우면 안 되죠."
"그치만 얘가 부관님한테!"
G41의 말에 인형들은 FNC를 가리키며 너도나도 호소했다. 처음에는 아까 그 인형 한 명이었지만, 다들 저마다의 불만이 있었는지 FNC의 말썽을 고자질하기 바빴다. 전투식량을 몰래 먹었다, 과자에 혹해 적에게 정보를 팔아넘길 뻔 했다... 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이런 무책임한 꼬맹이 인형이 최전선의 신임받는 전투원이라는 사실에 대한 분노든, 열등감이든, 그 무엇이든 이 인형을 열외시키려고 반응했다. 아마도 군용 인형이 되면서 관심병사를 기수열외하려는 영향을 가지게 된 탓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머리 안 쓰다듬어 줄 거에요."
그 말 한 마디에, 인형들은 "으, 잘못했어요." 하고 바로 꼬리를 내렸다.
G41의 '머리 쓰다듬기'는 단순한 애정표현을 넘어, 그녀가 동료 인형들을 전우로서 인정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인망 높고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그녀는 적도 만들지 않지만,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그녀의 눈에 나는 것을 많은 인형들은 두려워했다. 모두에게 상냥하고, 모두를 특별한 기분이 되게 만들기 때문에. 인품 좋은 G41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의 그녀의 상냥함은 소대의 기강에서 큰 무기이자 고취수단이 되는 것이었으니.
"간식 시간 끝났으니 숙소로 돌아가세요. FNC 씨는 잠깐 제 방으로 따라오세요."
"에에엥, 나, 잘못했어요?"
"가서 이야기해요, FNC."
인형들이 흩어져 자기 방으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린 후, G41은 FNC의 어깨에 왼팔을 얹어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강화의수의 주황빛 손가락은 당장에라도 전술인형의 어깨를 으스러뜨릴 악력을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깨에 들어가는 힘 하나 없었다. FNC는 G41의 안내를 받아 따라가지만, 자신이 향하는 곳이 아까 다른 인형들이 간 곳과는 방향이 다름을 눈치채고 바로 말했다.
"G41, 소형인형 숙소는 저쪽이야."
"알아요. 지금은 저희 숙소로 갈 거예요."
돌격소총과 각인된 인형임에도 소체가 소형이라는 이유로 대체로 좀 더 작은 무기를 쓰는 소형 인형들의 숙소에 배속된 그녀는, G41과 같이 비슷한 규모의 총기를 쓰는 인형들과는 훈련 때나 같이 지냈다. 아무래도 인간 지휘관에게는 '같은 또래'로 보이는 인형끼리 모아놓는 것이 훨씬 인형들의 정서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였으리라.
"FNC, 과자 더 먹고 싶죠?"
G41은 잠깐 멈춰서더니, 몸을 돌려 FNC와 마주보고는 FNC의 두 손을 꼭 잡는다. 허리를 조금 숙여 키 차이가 나는 그녀와 눈을 맞춘다. FNC는 과자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기대를 금치 못했다.
"우리 둘만의 비밀이에요. 과자 먹으러 가지 않을래요?"
그런 FNC의 기대를 부추기듯이 G41은 특유의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FNC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G36 씨와 M45 씨가 늘 맛있는 빵과 과자를 나눠줘요."
"우와, G41네에는 그런 것도 막 나눠줘?"
"두 분의 취미라서요. 그래서 항상 고마움의 표시로 두 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답니다."
"좋겠다... 나도 G41네 숙소로 옮기고 싶어."
"헤헤, 그래도 거기선 너무 욕심내면 안 돼요?"
생글생글 웃으며 향한 G41의 숙소는, 마치 동물이라도 길렀던 듯이 어지러웠다. 숙면포드 안에 있어야 할 이불은 바닥의 매트 위에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몰래 반입해온 사족보행형 철혈 기계병 몇 마리가 나뒹굴고 있었다. M4 SOPMOD II에게서 받아온 것일까. 부서진 Dinergate들은 요즘 전술인형들 사이에 인기있는 장난감 겸 애완로봇이었고, 특히 소형 인형 숙소에서는 숙소 거실에 풀어놓고 기르는 것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멍멍이들, 잘 있었나요. 주인님이 왔어요. 주인님의 주인님이에요!"
G41이 숙소에 발을 들이자마자 Dinergate들의 시각센서가 쫑긋거리는 귀를 향한다. 뽈뽈 뛰어다니더니 그녀의 발치에 모여 뛰어논다. G41은 Dinergate들의 머리를 하나하나 쓰다듬으며 따뜻하게 미소지었다. 철혈의 인형에게마저 그녀는 자비로웠다. 물론 전투시의 자비는 총알 몇 발에 담겨있었지만. G41의 손길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간 Dinergate 한 마리는 이 숙소에선 처음 보는, 옆의 작은 소녀의 발치를 빙글빙글 돌았다.
"너, 과자가 먹고 싶어? 그래도 네 다리로는 안 닿을 거야. 꽁꽁 숨겨놨거든!"
그 말에 Dinergate는 FNC를 빤히 쳐다보더니, 그녀의 다리를 들이받았다.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는 FNC의 빨간 모자가 툭 하고 떨어졌다.
"거긴 안 돼! 비밀이란 말야!"
아니나다를까, FNC의 모자 속에서 초콜릿 포장 하나가 더 튀어나왔던 것이다. Dinergate는 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센서로 훑었다. 그 행태는 마치 강아지가 처음 보는 음식의 냄새를 맡는 것 같았다. 철혈은 효율적인 인형을 만들기 위해 모태가 된 생물의 자연스러운 표현을 최대한 반영하지 않았지만, 그리폰에 반입된 인형은 영락없는 동물 같은 행세를 하곤 했다. Dinergate는 짧은 다리로 초콜릿을 툭 하고 쳐올려 머리에 얹고는, 로봇 특유의 균형감각으로 떨어뜨리지 않고 G41에게 머리를 슥 들어보였다. 과자 가져왔어요, 라고 자랑이라도 하듯이.
"나쁜 멍멍이! 으에에엥, 내 과자란 말야!"
"고마워요, Dinergate. 하지만 남의 것을 뺏으면 안 돼요. 그리고 저는 초콜릿을 못 먹는답니다. 자, 돌려주세요."
G41의 따끔한 잔소리에 Dinergate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울상을 짓는 FNC에게로 기어가 그녀의 떨어진 모자에 과자를 다시 넣어주었다. 그 행동을 본 G41은 재차 Dinergate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FNC 씨도 머리 쓰다듬어줄까요?"
"난 착한 아이가 아닌걸. 그래도 돼?"
"하지만 FNC씨, 늘 싸우러 갈 땐 말과는 다르게 침착하게 잘 헤쳐나가잖아요. 아, 이제 곧 다음 더미를 만들 때가 되었겠지요? 세 번째 더미도 익숙해진 거 같으니... 훌륭한 성과에요. 전원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게요!"
"칭찬은 되도록이면 과자로 줘."
"조금 기다려주세요. 곧 가져올게요."
G41은 숙소에 비치된 냉장고의 컵케익 모양 메모지를 눈으로 슬쩍 훑고는, 냉장고에서 시나몬 롤 몇 개와 가운데에 큰 구멍이 뚫린 케이크를 꺼냈다. 나뭇결 같은 둥근 굴곡이 보이는 케이크의 겉에는 초콜릿이 먹음직스럽게 발려 있었다.
"G36 씨의 특제 바움쿠헨이에요. 먹을 수 없어서 아껴두려고 했는데 FNC 씨가 오셔서 다행이네요. 여긴 M45 씨가 나누어준 시나몬 롤이에요."
"우와! G36 굉장해! M45도 굉장해!"
케이크를 내 오자 마자 손으로 미리 잘린 조각을 집어 입에 넣는 FNC. G41은 손으로 먹으면 더러워지잖아요, 하며 그녀의 손을 제지하고는 오른손에 포크를 들려주었다. 포크를 쥐어주자 마자 그녀는 무서운 속도로 케익을 떠서 입에 넣어갔다. 잘 먹는 아이는 보기 좋네요, G41은 자신이 못 먹는 초콜릿 케익을 눈으로 보며 맛을 상상하고 있었다. 잠시, 전투시에만 켜지는 붉은 빛이 그녀의 왼쪽 눈에 들어와서, 초콜릿을 훑으며 성분을 면밀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나도 G36이랑 M45랑 같이 요리 하고 싶어."
"FNC 씨는 요리를 잘 하나요?"
그 말에, FNC의 포크가 멈췄다. 말을 고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응. 예전에... 자주 요리를 했었어."
"주로 뭘 만들었어요?"
"수제 초콜릿이랑, 케이크랑."
FNC는 그 말을 하고는 초콜릿이 발린 케이크의 겉면을 떠서 입에 넣는다. 허겁지겁 먹던 아까와는 달리 천천히 오물거리며, 맛을 느끼면서 G41의 말에서 떠올릴 수 있는 것을 머리에서 끄집어내려고 했다. 민수용 인형이던 시절의 기억을.
"난 원래, 과자 가게에서 일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형이었어."
"그래요."
FNC가 무언가를 말하려 하자 G41의 귀가 곤두선다. 이야기를 들어줄 때군요, 그녀는 생각했다.
"과자 가게, 근처에 중학교랑 초등학교도 있었어. 아파트 단지도 있어서 아이들이 많이 왔어. 가게 주인님을 도와서 빵이나 과자를 굽기도 하고, 거기서 행사를 하면 시식코너에서 과자를 나눠주거나, 과자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해주곤 했어. 프럴린 초콜릿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제일 자신있고!"
먼 옛날, 과자 가게에서 일하던 시절의 기억을 회상한다. 전쟁으로 빛을 잃기 전, 상가를 수놓던 총천연색의 건물 빛깔. 그 중에서도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부드러운 색으로 가득했던 작은 과자 가게. 항상 들어가면 빵 굽는 냄새와 과자 토핑 향이 그윽하게 풍기던 기분좋은 고향. 고향 같던 곳. 아이들이 찾아오면 항상 FNC를 반겨주고, 그녀를 좋아해주었다. 지금은 총 이름을 딴 멋없는 이름도 옛날에는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단 맛이 혀 끝에 감도는 이름이었다. 행복한 옛 추억에 젖어드는 그녀의 눈가는 아이러니하게도 말라 있었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났어. 철혈은 인간의 말을 무시하고 날뛰었어. 그리고 우리 동네도 예외는 아니었는걸. 아이들과 비무장 시민이 많은 그곳도. 나와 상가의 인형들, 그리고 몇몇 어른들이 고향을 지키려고 나섰어. 인형인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우리 가게에 쳐들어온 철혈을 때려 눕히고, 총을 빼앗아서 녀석들을 처리했어."
"그 때부터도 FNC 씨는 강했네요."
"물론이야. 인형이니까. 아이들이 많은 가게니까,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방범기능도 갖추고 있었거든. 그래서 아이들이 나를 많이 좋아했어."
--- 멋있어! ---는 영웅이야! 하고.
지금은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 옛 이름은 떠올릴 수 없지만, 자신을 우러러보던 아이들의 목소리만은 떠올렸다.
---처럼 나도 되고 싶어.
그렇게 이야기하던 아이가 있었던 것도 기억한다.
---는 총 쏠 줄 알아? 나도 총 쏘는 법 가르쳐줘.
철혈의 습격으로 가족이나 거처를 잃기 시작한 아이들은, FNC에게 그렇게 말해왔다.
그렇지만, 그들은 인형이 아니다. 내가 부서지지 않는 건 인형이라서란다. 그렇게 말해주곤 했다. 자신처럼 기억을 저장해서 새 몸체로 옮겨갈 수도 없었고, 인형의 소체와 달리 인간의 몸은 총알에 쉽게 꿰뚫리리고 인형의 악력에 으스러진다.
그렇지만 그 나이 아이들은 '멋진 사람'에게 감화되기 쉬웠다. 특히나 자기 근처에 닮을 수 있는 소위 '지역의 영웅'이 있었다면 더더욱.
그 때부터 그녀는 영웅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으로 있기를 포기했다. 원래 아이들과 친숙하게 지내기 위해 미성숙하게 프로그래밍된 성격은, 본래 의도와 반대의 면으로 발현되었다. 아이들에게 부쩍 화를 내고, '나쁜 아이'처럼 떼를 썼다. '전투식량'이라면서 아이들이 손에 쥔 과자도 멋대로 빼앗아갔다. 아이들은 FNC가 많이 힘들어서 그렇구나, 하고 걱정했지만, 점점 매정해지는 그녀를 외면하게 되었다.
"전쟁 영웅이 되는 건 아이들을 더 위험에 빠뜨릴 뿐이야. 나는 인형이지만, 나랑 비슷한 몸집의 아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지 않는 것도 내 일이야. 그럴 바엔 차라리 '착한 아이'처럼 굴지 않아서 닮을 게 못 된다고 알아줬으면 좋겠어."
눈물조차 나지 않는 눈이 명백하게 슬픔을 담은 채 FNC가 말을 이어갔다. 그 말을 듣고 있는 처음부터 끝까지, G41은 표정의 움직임 하나 없었다. 단지 그녀의 모든 말을 경청하는 귀만이 이따금 쭈뼛쭈뼛 움직이고 있었을 뿐이다.
잠시 더 할 말이 없나 하고 G41이 FNC에게 물어도, 그녀는 침묵했다. 이야기가 다 끝났다고 판단한 G41의 눈가가 따뜻하게 휘어졌다.
"FNC 씨는 착한 아이네요."
"엣, 나...? 착한 아이는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쓰다듬어 줄게요."
놀라 눈을 휘둥그레 치켜뜬 FNC를, G41이 꼭 하고 안아준다. 강화의수에 힘이 실린다. 인형에게만 전할 수 있는 따뜻한 포옹. 부서지지 않는 자의 몫을 다 한, 그리고 애정이 깊었던 소녀를 감싸며, 통밀빵 같은 색의 머리를 빈 손으로 쓰다듬어준다.
"나, 작은 인형들이랑 만났을 때, 잘해주고 싶었어. 같은 인형이니까 부서지지 않고, 고향 생각도 나서... 그래서 소형 인형 숙소로 배정받고 싶다고 했어. 그런데, 여기 오면서 잘 떠오르지 않았나봐. 전술인형이 되면서... 으에에엥, 으에에엥. 잘못했어요."
"그래도 그렇게 조금씩 떠올려나간 건 좋은 일이에요. FNC."
머리를 쓱쓱 손으로 빗어내리는 감각에 FNC는 천천히 팔을 올려, G41의 허리에 둘러 끌어안았다. 토닥토닥, 머리를 빗던 손으로 등을 더듬어내린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FNC가 고개를 들고 말을 꺼낸다.
"나, 다음부터 요리 하는데 끼어도 돼?"
"어지간히도 요리가 하고 싶은가보네요, FNC 씨?"
"옛날 생각도 나고... 이렇게 맛있는 걸 나도 만들어서 많이 나눠주고 싶어. 그렇게 하면 인형들이랑 다시 친해질 수 있을까?"
"먹을 걸로 아이를 꼬시다니 꽤나 고전적인 수법이네요. 그래도 해 보세요. FNC 씨가 그렇게 하나하나 다른 걸 배워나가면, 좋은 인형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응! 나, 할래!"
빵 부스러기를 묻힌 FNC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퍼져나갔다.
"그럼 다음부터는 저희 숙소로 옮겨달라고 할까요? G36 씨와 M45 씨랑 자주 보는 게 좋을 테니까요."
"아니, 괜찮아! 나, 숙소 애들한테 맛있는 거 만들어주고 요리도 가르쳐줄 거야!"
다시 자신감을 되찾아 큰 소리로 외치는 FNC의 머리로 또 G41의 손이 가려고 하자, FNC는 손을 내밀어 흔들며 저지했다.
"너무 쓰다듬으면 닳을지도 몰라?"
"아니에요, FNC 씨. 눈 감아보세요."
G41은 그 대신에 눈을 힘줘 감고 기다리는 FNC의 머리 위에, 빨간 과자 포장을 얹고는 모자를 다시 씌워주었다.
"선물이에요, FNC 씨."
"고마워... 고맙습니다!"
그리고 FNC는 G41에게 허리를 팍 숙여 감사를 표했다. 툭 떨어지려 하는 과자와 모자를 손으로 받아, G41은 FNC의 '비밀'을 다시 차려입혀 주었다.
"그래도, 오늘은 G36한테 갈 거니까 여기서 지내도 되지? 내일은 애들한테 사과하러도 갈 거고."
"잘 생각했어요. FNC 씨. 그러면 오늘은 저랑 같이 있어요! 많이 쓰다듬어줄 테니까요!"
"와아!"
창문 밖으로는 두 인형이 인연을 상기하고 맺어가는 날이, 기분좋은 색으로 저물어 녹아들고 있었다.
"어? FNC잖아. 안 보이더니..."
"어제는 미안했어."
"나 말고 부관님한테 사과는?"
"G41한테는 사과했어! 그리고, 이거!"
어제 한 소리 들었던 인형에게, FNC는 배운 대로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어쩐지 부푼 주머니가 많이 달린 허리의 륙색에서 리본이 묶인 빨간색 종이 포장지를 하나 꺼낸다. 팔을 쭉 뻗자 인형의 가슴팍을 팍 하고 치고 말았지만, FNC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만든 이것을 전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에.
눈 앞의 인형이 포장을 풀고 안에서 꺼낸 것은, 우둘투둘하게 초콜릿이 박힌 초콜릿 쿠키였다. 멀뚱히 하나를 집어 쳐다보더니, 입에 넣고 씹는다.
"우와, 맛있어! FNC? 이건 어디서 난 거야?"
"G36보다는 못 만들었겠지만, 배웠어!"
"직접 만든 거야? 고, 고마워..."
과자를 다 삼키고 나서,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그녀는 FNC에게 사과했다.
"나도 미안해. 어제는 내가 말이 심했지."
"괜찮아. 나 전쟁이 끝나면 과자가게로 돌아가고 싶으니까."
"그런 말 하지 마! 그런 말 하면 진짜로 못 돌아가고 부서질지도 모르니까."
어느새 두 사람은 어제의 험악한 분위기와는 달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 다른 인형들이 모여들었다. 무슨 일이야? 너희 싸운 거 아니었어? 정황을 묻는 인형들에게 대답 대신 FNC는 가방에서 잘 포장된 과자 봉지를 하나씩 건네는 것이었다. 모두가 하나씩 꺼내먹고는, 맛있다고 말해주었다.
"FNC 요리 정말 잘 해! 나도 배우고 싶어. 가르쳐줄 수 있어?"
"아직은 완전히 감이 안 돌아와서. 더 배우고 나면 가르쳐줄게!"
"우와, 멋있다!"
옛날 같은 따스함이 다시 피어나는 소형인형 숙소 거실에서, FNC는 그 날, 자신이 전술인형으로 여기에 있는 이유를 하나 더 찾은 것 같았다. 과자 가게도, 아이들의 미소도, 여기서 되풀이하는 이 행동은 인형인 자신처럼 다른 것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열심히 싸우고, 지키고, 친구를 만들고, 돌아갈 준비를 하기로 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싸우는 이유를 그 인형은 찾았다.
그 결의를 멀리서, 그리폰 제복을 입은 여성과 함께 G41이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 인형의 기호를 지켜주는 건 역시 소대 기강에 도움이 되는구나..."
"주인님은 알고 계셨던 거지요?"
"물론이죠, G41. 민수용 인형의 소재지는 전부 체크하고 있으니까."
"그러면 주인님. 저는 어디서 왔나요?"
"G41 당신은..."
G41의 악의 없는 물음에, 지휘관은 FNC에게 받은 과자를 건네는 것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주인님도 참, 저는 못 먹는다니까요. 초콜릿."
"이건 초콜릿이 아니라 건포도인데..."
"아, 그래요?"
언젠가 자신도, 저 아이처럼 '돌아갈 곳'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지금은 이 일상을 지키자고 마음먹는 G41이었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다음 전투에서 그녀는 또다른 자비를 철혈의 기계병들의 머리에 꽂아넣겠지. 그 자비가 지금의 자애를 웃돌지 않기 위해서, 그녀는 이 기지에 있는 모두를 아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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