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카 전력에 주제 '사탕'으로 참여. 내용도 없고 주제도 없다.
포식과 음미의 경계... 같은 걸 생각해보았다. 여기의 인형은 사실 인형이라기보단 히토가타라는 의미에 가까울지도
작업 BGM은 ShibayanRecords - オズネイ・ハマンはもういらない
-마치 나쁜 어른이 된 듯이 너를 포식하고 싶었다.
바알간 혀를 그보다 새빨간 사탕 위로 굴리는 네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소파에 푹 기대듯 얼마 되지도 않을 무게를 실어 앉은 너는, 그 작은 머리로 다 품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상념에 잠긴 듯했다. 눈이 닿는 곳에 둬야겠다고 말한 것은 어디까지가 그에게의 권고였고 어디까지가 내 만족을 위해서였는가? 시트러스 향이 날 듯한 사탕과자 눈은 갈피를 잃고 동화 속 과자집이라도 보고 있는 듯 망연했다. 사탕을 물고 오물거리는 입술을 보고 입맛을 다시고 있음을, 이제는 기민하게 알 수 있었다. 옛날 이야기들은 악당이 아이를 꾀어 잡아먹는 이야기 투성이었다. 빵조각 길을 만들며 과자집을 향한 아이는 본디 과자가 될 운명이었다.
입가에 사탕 녹은 물을 잘못 바른 연지처럼 묻힌 너를 보면 군침이 돈다. 그 무방비함이 참을 수가 없었다. 설령 내가 널 찢어발겨 물어뜯는 짐승이더라도, 혹은 뜨겁게 끓는 솥에 삶을 나쁜 마법사라도, 그 어떤 포식자가 되더라도 너는 생존에서 도태된 초식동물마냥 무방비할 것이다. 하지만 너를 해쳐서 맛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은 멋도 맛도 없고, 우아하지도 못하다. 무엇보다도 네 몸에 상처내는 건 너를 소유할 것을 허락받은 나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충분히 네 몸 속까지 단 맛이 스미도록, 네가 좋아하는 단 맛을 네게 선사하고서 맛보고 싶다. 과자 반죽을 알맞게 섞듯 서로의 정을 휘저어, 달콤한 나선을 그리고 함께 달아오르는 것. 그것이 어우러짐이다. 빵이나 과자를 맛있게 부풀리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포식이 아니라 음미였으니.
아아, 하지만 너는 천진하고 무방비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만은 아니었다. 너를 향한 내 식탐은 충분히 허락받은 것이었다. 스스로 포식자를 위한 만찬이 되고, 음미하는 법까지 가르쳐주겠다는 듯이. 예쁜 설탕 결정을 짝 맞지 않게 끼운 두 눈이, 소리 없이 자리잡은 내 기척을 포착하고는 이쪽을 향한다. 내 눈은 필히 포식자의 눈이었겠지만, 그것조차 받아들일 듯 순도 높은 갈망의 눈이 나를 본다. 순한 눈이 기분좋게 일그러지며 너는 허락을 가장해 갈구했다.
사탕 녹은 물과 막대사탕을 머금은 입을 조금 벌리고 기분 좋게 늘어진 콧소리를 내는 너. 그 입에서 떨어지려는 막대사탕을 재빨리 잡아 입 안에 넣어주었다. 칠칠치 못하기도 하지. 다그치기보다는 직접 물고 있는 법을 가르쳐주기로 했다. 도로 입에 넣은 사탕으로 네 혀 위를 누르며 긁어주었다. 말캉한 표면을 녹아 미끄러워진 사탕으로 비비는 감촉을, 전채요리를 맛보듯 음미한다. 넣었다 빼는 손짓을 거듭하면 아쉬운 듯 혀 끝이 사탕을 휘감으려 하는 것조차 하나하나 느껴졌다. 녹은 설탕물은 물소리와 으응, 아, 하는 목소리로 치환되어 들려온다. 흐트러진 발음으로 뭔가 들었던 것 같다. 휘어, 휘어혀, 아아, '휘저어줘'였구나. 솔직하게 말하는 아이는 착한 아이니까, 쓰다듬어 줘야겠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바라는대로 입을 사탕으로 유린한다. 입 안만을 건드렸는데 온 몸을 떨며 내게 엉겨붙어오는 네가 사랑스러워 사탕을 빼내면, 갈증에 애타 울면서 너답지 않게 똑바로 말한다. 넣어서 휘저어줘, 하고.
부탁을 가장해 유혹하는 네 눈가에 물기가 맺힌 것조차도 설탕물 같아서, 머리를 곱게 한번 쓸고는 눈가에 입을 맞춰 맛을 보았다. 네 눈을 핥으면 내가 상상으로만 알던 그 맛이 날까. 네 주머니 안에서 굴러다니던 파랗고 노란 알사탕들. 사카린의 단맛은 꺼리던 나는 네가 즐겨 먹던 맛을 입에 넣는 대신 네 눈알을 맛보는 걸로 그 체험을 대체하려 했다. 문득 네 주머니 안의 사탕에 없는 색을 떠올렸다. 포도맛이었나. 보라색이었지. 너는 내 눈을 사탕이라고 생각했었구나. 파르르 떨며 감기는 눈꺼풀 사이를 혀로 헤집으면, 짠맛보다도 단맛이 착각처럼 혀 끝에 내려앉았다.
우으, 아, 이물이 들어가 휘저어진 탓에 부자유한 입은 신음하며 붉고 말간 물을 흘린다. 색소로 붉어진 입술을 타고 빨간 게 흐르니, 마치 네 몸에는 피 대신에 단물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조금 네 안을 맛보고 싶어져서 사탕을 빼고 그 자리에 입을 맞췄다. 과일의 껍질을 가르듯이 입술을 혀로 침범해 안에 고인 단물을 마셨다. 얽혀오는 혀를 애태우듯 가볍게 깨물자 너는 몸부림친다. 어느새 팔을 내 어깨에 두르고 엉겨붙어서 이런 반응을 하니, 음미와 포식의 경계가 흐려질 것 같지 않은가. 남김없이 네 입 속을 채운 단맛을 핥아내 내 것으로 만든다.
입술을 떼면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네 가슴이 오르내린다. 좀 더 너를, 너를 맛보고 싶다. 무형의 허기를 삼키며 너를 끌어안았다. 과일 흉내와 설탕 흉내를 내는 향들 너머로 이불 속에서 익숙해진 단내가 끼쳐왔다. 잘 차려진 만찬처럼 내게 신체를 열어, 너는 잡아먹을 듯한 내 포옹을 네 품으로 끌어들였다. 동화 속의 포식자는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 중 어느 쪽을 잡아먹었지? 서서히 황홀경에 젖기 시작한 네 얼굴은 어른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 같기도, 더 먹고 싶어 꾀를 부리는 나쁜 아이 같기도 했다. 그래도 결국 너는 뭔가를 바라고 있는 것은 똑같았겠지.
사탕과자로 만든 달디단 인형, 언젠가 네 안쪽까지 먹어치울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좀 더 달콤한 것을 많이 먹여, 네게 좀 더 붉은 것이 자라날 때, 극상의 맛을 보고 싶었다.
-당신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단 것이 되고 싶어.
있지, 사탕을 먹으면 기분이 좋고 달아. 입 안에 꽉 차는 단 맛은 혀 위에서 녹아내려 감각을 꽉 붇들고 온 몸으로 파고들어. 그 기분이 너무 좋은데, 안타깝게도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은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담백한 것이 제일이라며 평소 좋아하던 빵에는 잼조차 바르지 않고, 그저 내 몫에 자기 몫까지 듬뿍 얹어주던 기억이 난다. 군것질은 하지 말라고 엄하게 다그치면서도, 틈만 나면 내게 단 걸 잔뜩 먹였다. 잘 먹는 건 자신없지만 내 스승님이 준 것과 단 건 먹을 수 있으니까 힘내서 열심히 먹었다. 그러면 스승님은 얼마 되지 않는 자기 몫의 식사를 천천히 입에 가져가면서 나를 지켜보곤 했다. 마치 내가 입에 음식을 잘 넣고 잘 씹어 넘기는가를 관찰하듯이. 관찰? 내가 안 먹는 게 걱정되니까 눈을 뗄 수 없는 거겠지만, 가끔 그 사람의 눈에는 이상한 빛이 감돌았다. 뭔가가 먹고 싶다는 듯이. 스승님도 단 게 먹고 싶었을까? 내게 먹이는 걸로 알고 싶었다면 자기가 먹으면 좋았을 텐데.
입에 제일 좋아하는 딸기맛 막대사탕을 물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마 그 완벽하고 기준 높은 사람의 성에 어지간한 단 것이 맞지 않아서이리라. 내가 평소에 먹는 싸구려 사탕 정도로는 그 사람의 갈구를 채워줄 수 없었다. 분명 스승님은 단 걸 탐하고 있다. 그것만은 내가 그 두 눈을 봤기 때문에 알고 있다. 사탕이나 잼이나 차의 설탕 한 숟갈 정도로는 채워지지 않는 짙은 갈구가 보랏빛의 눈에 서린 것을 나는 목격했다. 그러면 그 단 맛은 어디 있을까. 그것을 안 돌아가는 머리를 쥐어짜 생각하고 있을 때 폭삭 하고 내가 앉은 소파 옆에 사람의 무게가 실렸다. 좋아하지도 않는 설탕 덩어리를 물고 빠는 내 입술을, 입맛을 다실 때 그 눈으로 보는 그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나의. 나의 스승님이.
내를, 달게 만들고 싶나?
생각이 미치자마자 둔한 몸도 금방 알 이변이 왔다. 당신의 시선에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 등허리에서부터 전율이 저릿하게 올라왔다. 머리부터 몸의 끝까지 발가벗겨지고 당신의 눈 앞에 차려져, 몸 안쪽까지 잡아먹히는 나를 상상하면 아직 열리지 않은 뱃속에 찡한 자극이 퍼졌다. 사탕을 핥던 혀는 사탕보다 단 것을 갈구하듯이 입 안의 빈 공간을 헤집기 시작했다. 나를 먹어요. 나를 마셔요. 이야기 속의 신기한 케이크와 물처럼 내 몸에 꼬리표가 달려있다면, 당신에게 어떤 신기한 일이 일어날까.
그 때와 같은 날 보고 있다는 걸 알아채자마자, 고양감에 소리를 지를 것처럼 입을 벌렸다. 입에 사탕이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그러자 어김없이 실수를 질책하듯이 손을 뻗어, 사탕이 떨어지지 않게 잡아준다. 칠칠치 못하게 입에 넣지 말라고 한 소리 들을 줄 알았는데, 아무 말 없이 스승님은 사탕을 꼭 쥔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혀 위를 사탕으로 꾹꾹 누르며 목구멍 앞까지 밀어넣는다. 목에 걸리지 않을 정도까지 아슬아슬하게 단 맛이 밀려들어왔다 빠져나가며 혀를 간지럽힌다. 그러더니 천천히 혀 끝을 중심으로 손을 굴리거나, 혀 옆쪽 약한 부분을 더듬는다. 입 안을 휘저어주는 게 좋아. 꼬옥 하고 다리를 움츠려 입보다 안쪽이 배배 꼬이는 걸 참았다. 휘저어줘. 말을 하려는데 혀가 꼬여서 나오지 않는다. 히, 히혀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미 충분히 휘저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말조차 할 수 없지만, 그 정도로 달게 저어지는 게 좋아서 숨이 막히고 눈물이 날 거 같았다.
몸 속까지 단 게 들어오는 느낌에 눈을 질끈 감으면 눈 위로도 말랑한 게 닿는다. 젖은 눈가를 더 젖은 혀가 맴돌며 훑고 지나가더니, 눈꺼풀 속에 숨긴 눈에 닿아 준동한다. 동그란 사탕은 눈알 모양. 그때 확 하고 알게 되었다. 내 스승님은 사탕을, 단 걸 먹는 느낌이 알고 싶었던 게 맞았다고. 그리고 이 사람에게 나는 그가 그토록 목말라하는 단 맛이 되어줄 수 있었다는 것을. 입 속에 고이는 단물을 삼키지 못하고 있으면 당신은 흘리지 말고 다 먹으라며 입을 맞춰 준다. 녹은 사탕보다 존재감 있고 달디단 혀가 입에 들어온다. 훨씬 달콤하고, 훨씬 채워지는 것 같다. 더 휘저어줘. 입은 막혀서 말할 수 없지만 안에 들어온 혀를 끝으로 톡톡 더듬으면 원하는 대로 더 해주었다.
기분이 너무 좋아 머릿속이 아득해질 때 쯤 야속하게도 입술이 떨어졌다. 뜨뜻하게 나를 녹이던 감각에서 풀려나면 미지근한 공기만이 입에 감돈다. 부족해. 들이마시는 숨에 남은 잔향은 목을 축이기엔 턱없이 모자란다. 달콤한 거 갖고 싶어. 스승님은 이런 걸 할 때면 다정하니까, 내가 힘들까봐 쉴 틈을 주는 것이겠지만, 나는 숨 찰 때까지 몰아붙여주는 게 좋은걸. 가만히 기다릴까? 좀 더 조를까? 감질나는 것도 끊임없이 주는 것도, 칭찬받아도 혼나도 달콤한 건 마찬가지기에, 그 모든 것을 그러쥐고파 꼬옥 하고 껴안았다. 그러면 스승님은 힘을 실어서 나를 내리누르고, 사탕의 포장을 풀듯이 내 열망을 폭로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좀 더.
달게 달아오른 몸을 당신을 위해 차린다. 언젠가 좀 더 안쪽까지 파헤쳐서, 나를 달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스승님이 원하는, 달콤한 설탕과자 인형이 되어서 먹힐 수 있다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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