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리 첫 2차창작. 유키나의 취미가 '없음'인 것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히다마리 로드나이트 빨리 한섭 실장되면 좋겠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표현은, 내게는 지긋지긋하고도 생소하기 짝이 없었다.
그것은 오랜 친구가 자주 읽는 로맨스 소설의 문구나, 대중에게 아첨하는 노랫말들이 도장처럼 찍어낸 단락으로 나타나 지긋지긋하게 들어온 말이었다. 말의 무게라고는 재어도 열 손가락 밖에서 소수점을 찍을 정도로 가볍기 그지없었다. 마치 대단한 것을 말하지만 잠깐 마음이 홀리고 마는 현상 투성이었다. 학교가 파한 후의 교정이나, 라이브하우스 바로 근처의 상가에서 인파는 동시다발적으로 말한다. 좋아한다. 좋아한다고. 무엇이냐고 하면 설탕을 뺀 블랙커피부터 별 무늬 캔뱃지까지, 신인 아이돌 밴드의 데뷔곡부터 인기 온라인 게임의 장비까지 중구난방이다. 그렇게 가볍게 입에 담고 철 따라 바뀌는 것이 좋아한다는 말로 수식되는 기호의 정체다. 사랑이니 꿈이니, 거창하지만 남용되는 가치들을 표현하는 말은 이름도 모르는 옆 학교 학생의 스마트폰에 주렁주렁 달린 장식품만큼이나 가볍고 덧없었다.
하교길의 행선지는 머리보다 발걸음이 먼저 기억하게 되었다. 헤드폰에 귀를 푹 묻은 채로 가벼운 기호들이 이루는 속 빈 문장들을 차단한다. 수없이 들어 인트로의 코드며 연주기법, 믹싱 방식까지 꿰고 있는 뮤지션들의 노래에 빠져든다. 멍하니, 잡생각에 빠지지 않은 채로, 들으면서 수없이 분석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에 나서곤 했다. 상상하는 것은 음악의 선지자들이 제시한 길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나와 내 동료들이 소화해낼 수 있을까. 단순히 기타 소리가 멋있다, 보컬의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 그런 감상은 필요없었다. 여기까지 와서 거기에서 생각을 멈추는 것만큼 무의미한 게 있을까.
라이브하우스에 도착하면 언제나처럼 다시 연습실에 들어가, 악기 소리와 악보 위 음표들에 파묻힌 채로 나를 하나의 악기로 다듬어갈 뿐이었다. 최고의 소리를, 최고의 감성을 담아낼 수 있도록.
정점을 노리는 것 외에 안중에도 없는 내게는, 알량한 기호에 나를 할당할 여유는 없었다. 그렇게 믿어왔다.
그렇게 말하는 나도, 싫지 않은 것 정도는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둘 생각도 없고, 싫어하는 것에 감정을 쏟기보다는 배제해버리는 나한테, 싫지 않은 것은 곧 존재를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돌아가는 길목에는 고양이가 많았다. 검은색이거나 흰색이거나 얼룩이거나 줄무늬인 꼬리 긴 생물들은, 벽이나 철창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듯 내게 정해둔 엄격한 방침들의 틈새로 요리조리 들어와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 때의 마음을 되새겨보면, 마음이라는 커다란 방 안에 크기도 무늬도 털길이도 제각각인 요 생물들이 구운 식빵처럼 자리잡은 광경이었을까. 참으로 웃긴 비유다. 늘 노래가사를 쓰기 위해서 다듬어온 말에 이런 익살맞은 비유는 필요없는데도.
그리고 고양이보다 훨씬 크고 (당연하지만, 인간이니까) 훨씬 능숙하게, 어느샌가 내 옆에 있곤 하는 사람이 있다. 잠시 헤드폰을 목으로 내리고 길고양이들과 노닥거리고 있는 사이, 옆에서 발 맞춰 걷는 발걸음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고개를 돌려 보면, 립 틴트로 멋낸 입술이 고양이처럼 - 그녀에게 고양이 같다는 비유를 쓰는 것도 슬슬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좀 더 가볍지 않은 언어를 쓰고 싶었다 - 웃음을 내밀었다.
"리사, 오늘은 연습 없는 날인데, 굳이..."
어느새, 먼저 이름을 부르게 되었다.
헤드폰을 끼고 있으면 리사는 나를 부르지 않는다.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내 손이나 옷자락을 붙잡지도 않는다.
상식적으로, 헤드폰을 끼고 있다면 멀리서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또한 무언가에 깊이 몰두하고 있으면 외부 자극에 동요하기도 쉽다. 특히나 나는 음악에 둘러싸이면 내가 무엇을 하는지조차 잊어버리기에, 그 몰입의 순간이 깨지면 혼돈에 쉽게 휩쓸리고 만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쉽사리 사고가 닿지 않는 영역까지도, 이마이 리사는 이렇게나 쉽게 생각하고 또 배려한다.
한때 음악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결심했던 시절에는, 그녀를 무시하고 먼저 길을 떠나버린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어느샌가 발을 맞춰 와 있었다. 내가 말을 걸지 않아 혼잣말이 되더라도, 줄곧 내가 속한 풍경의 일부인 것처럼 곁에 있었다. 어째서인지 자연스럽고, 아늑하기까지 한 광경이 되어버린.
"그래도 집에 같이 가는 정도는 할 수 있잖아? 방향도 같고, 새삼스럽게."
"지금 가는 길은 라이브하우스 방향이야. 나는 그저 개인 연습이 필요해서 가는 거야."
"혼자 무리해봤자야. 유키나도 지금 목 상태로 무리하면 목 나갈걸? 그리고 상가도 이 근처고."
"굳이 보컬 트레이닝이 아니더라도 연습할 길은..."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 슬쩍, 그녀가 손을 잡는다. 무리하게 연습한 탓인지 두툼한 붕대가 감긴 검지손가락이며, 예전과 다르게 손톱이 짧게 정리된 섬세한 손가락에 다시 잡히기 시작한 굳은살이 내 손에 닿는다. 무리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무안함 때문인지, 아니면 얼굴에 조금 내려앉은 열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인지 고개를 돌리면 그녀의 시야도 나를 따라왔다.
"유키나도 가끔은 푹 쉬었으면 좋겠어.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나가거나, 기분전환으로 쇼핑도 좀 해 보고."
"리사의 말도 일리는 있어. 한정된 장소만을 오간다면 영감이 경직되기 쉬우니까. 단지 나는 하나에 집중하는 게 편해서 다른 데 생각을 쏟는 게 익숙하지 않을 뿐이야."
"그럴 때면, 좋아하는 걸 생각해보는 건 어때?"
좋아하는 것. 아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질문이지만, 내게는 물어볼 때마다 곤란한 것이었다.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이었고, 확실한 대답을 모르는 것에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에 애써 둘러대다 허둥대는 꼴을 보이기 싫었다.
"별로 생각해본 적 없어."
그 중 하나가 많은 사람에게는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는, 어쩌면 제일 먼저 답을 떠올릴 수 있는 질문이라는 것에, 일말의 의문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유키나는 평소에 좋아하는 거에 엄청 집중하는 줄 알았는데. 고양이나 락 같은 데에"
"그런 것들은 싫지 않으니까 존재를 허락하고 있는 거야."
"그런 게 좋아하는 거 아냐?"
"솔직히 말할게.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
정확히는, 좋아한다는 감각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 와서도 내 고집은 정정하기를 거부했다.
어찌됐든 지금의 내 대답은 공란이다. 그 상태가 의문을 불러오는 것이라면, 지금으로선 일단 상의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모르는 것이 있다면 모르는 채로 있어선 안 되었다. 이미 한 번, 나는 동료들을 저버릴 뻔 했으니. 적어도 리사한테는 아무것도 숨기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말해도, 리사는 딱히 그걸 신기하게 바라보는 눈치는 아니었다. 잠시 고민하는 듯 으음, 하고 짧게 콧소리를 내다가, 리사는 내 양손을 꼭 쥐고는 경쾌하게 내게 제안을 던졌다.
"그러면 좋아하는 것 찾기 어때?"
"그게 뭐야?"
이 역시도, 순수하게 모르기 때문에 물어본 것이었다. 리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바보같이 보일까봐 엄두도 못 낼 말이었다.
"유키나가 좋아하는 거, 같이 찾아보면 어떨까 해서. 나는 왜 좋아하나? 이런 게 있어서 어떻게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고... 그런 걸 찾아보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생기지 않을까?"
"쉽게 말해서 영감을 일으키는 걸 찾는 거구나."
"그렇기도 하지만, 음악에 집중하지 않을 때도 마음이 편해지거나 들뜨는 게 있을 거 아냐? 눈치채지 못하더라도, 유키나에게도 그런 소중한 게 있을 거야."
"기호...라 하면, 의외로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가벼운 건 아니란 거네.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별로 마음을 쓰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는 말을 잇지 않고, 서로 고개를 끄덕인 채 익숙한 행선지를 비틀었다.
인파, 가게, 전시된 물건들. 그 이상의 생각을 해본 적 없는 상가 건물 안에서, 나는 리사의 손에 이끌려 열심히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을 주시했다. 그 결과 꽤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액세서리 샵에 있던 고양이 귀 머리띠 - 장난용이 아니라 큐빅 장식이 달린 진지한 패션 아이템이었지만, 평소 입는 사복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 , 고양이 귀가 달린 헤드셋 - 지금 쓰고 있는 헤드셋이 워낙 좋았지만, 솔직히 가지고 싶었다 - , 고양이 캐릭터 모양의 휴대폰 스트랩 - 스마트폰에 무언가가 달리면 거슬렸다 - 등, 눈길을 빼앗은 것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역시나 모방품이더라도 고양이는 고양이었다. 어느새 마음 안에 비집고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는 것들. 어쩐지 눈가도 입가도 느슨해지는 것을 느낄 때마다 확, 하고 얼굴에 열기가 올라오는 것도 덩달아 느꼈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리사는 특유의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여유로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리사는 추천해줄 만한 거 없어?" 라고 물으면, "어차피 나랑 유키나는 취향도 다르니까. 유키나가 좋아하는 걸 찾아봐" 라고 말할 뿐이었다.
조금은 덜 부담스러운 고양이 물건을 찾아서 상가를 걷고 있을 때쯤에, 나는 스마트폰 케이스를 파는 가게 앞에 멈춰섰다. 여기에 멈춰섰을 때, 리사는 뭔가 익숙한 걸 떠올린 듯이 아, 하고 소리를 냈다.
"아, 맞아, 예전에..."
"리사?"
"아, 그, 전에도 여기서 폰 케이스를 산 적이 있었어! 그래서 유키나랑 같이 들르니까 반가워서, 아, 하하..."
그것이 그렇게 말을 고민할 일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가게에 전시된 스마트폰 케이스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장식이 많이 달리지 않은 것이면 좋을 텐데, 하고 고민하던 차, 내 눈을 바로 사로잡은 것이 하나 있었다.
잡기 좋은 부드러운 곡선형의 테두리와 안전해 보이는 적당한 두께에 더해, 케이스의 위로 둥글게 솟아오른 두 개의 귀. 실용성 속에서 자기주장을 드러내고 있는 그 부속물은 귀라고밖에 할 수 없는 형태였다. 여기에 뒷면에는 아무리 봐도 고양이 얼굴과 꼬리인 그림까지 그려져 있었다.
운명을 느꼈다.
스마트폰 케이스의 원 기능인 보호에도 충실하면서, 그 형태에서 최대한 구현할 수 있는 '고양이스러움'이 완벽하게 재현되었다. 내가 찾고 있던, 내 일상에 숨어들어 식빵처럼 눌러앉은 고양이였다. 심지어 멀리서 보면 진짜 식빵같이 생기기까지 했다.
무의식 중에 손을 뻗어서, 손으로 하나하나 넘겨가며 마음에 드는 색깔을 고른다. 있다. 보라색.
"이거다."
진열장의 고리에서 운명의 고양이(케이스지만)를 데리고 계산대로 홀린 듯이 다가가 계산을 마치면, 그녀의 손에는.
"나랑 같은 거네!"
곡선형의 몸체 위로 솟아난 고양이 귀 하며, 표정만 다를 뿐 같은 화풍임을 알 수 있는 고양이 얼굴 그림이 인상적인 빨간색의 케이스. 모서리의 고리에는 통조림 모양의 액정 클리너 장식이 달려 있었다. 설마하니 같은 것을 고르게 되었을 줄은.
"사실 이거 살 때, 유키나 것도 같이 살까 했는데, 휴대폰 기종도 정확히는 모르고, 이런 건 본인이 고르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해서."
내가 없는 공간에서도,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 하고 고민했던 것이다. 그 성의에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또 다시 얼굴 근육이 느슨해졌다. 왜인가 오늘은 그걸 숨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네, 우리, 같은 거구나."
"응. 유키나랑 나, 좋아하는 건 보통 다르지만, 이렇게 같은 것도 있으니까 통했다 싶어서 기뻐."
좋아하는 것은 나누면 기뻐지는 것. 서로 다를 수도 있고 같을 수도 있는 것,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당연한 것인데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전부 잘라내왔던 나날들이 사무쳐온다.
"그렇구나. 좋아한다는 거. 그러네."
역시 말로는 전하기 힘들어서, 삐걱대는 낱말들을 애써 되풀이하는 것밖에 표현할 수 없지만, 분명 이 감정을 잘 다듬는다면, 좋은 노랫말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노랫말로 표현해낼 수 없더라도, 이 순간이 자아내는 온기는, 분명 소중히 하고 싶은 것이었다. 언제나 크게 뜨고 있던 눈이 휘어지듯 감기며 기쁘게 웃는다. 그 표정 또한 눈에 꼭 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하나씩 이름붙일 수 있다. 고양이, 조금 무리하게 도약한 일렉기타 리프, 헤드폰, 아마 시그내쳐 악기가 생긴다면 넣고 싶은 푸른 장미 문양, 보라색, 부드러운 쿠션, 설탕을 많이 넣은 커피, 단지 존재를 허용할 뿐이라는 사실이, 실은 내가 좋아서 그렇다는 것과 동치됨을 하나하나 뇌리에 새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리고 나는 너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거, 찾았구나."
"응."
지금도 그런 말에는 고개를 돌리고 대답했을까, 하지만 좋아한다는 감정은 적어도 가벼운 것만은 아니었다. 감정이 가지는 일상성이 결코 그 무게를 저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이제서야 깨달았다.
*
리사의 손이 다 나을 때 쯤, 그리고 나 역시도 목 상태가 나아졌을 때, 우리는 다시 라이브하우스의 연습실에 모이기로 했다. 주말 아침, 약속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연습실에 들르면, 의외로 나를 제일 먼저 반기는 건 시간 약속에는 철두철미한 사요가 아니라, 항상 5분에서 15분 정도는 늦기 마련인 아코였다. 별일이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의욕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람은 짐작하고 분석하는 게 아니라 알아가는 것이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에요, 유키나 씨! 아코, 오늘은 새로운 드럼 리프를 짜서 사요 씨를 놀래켜줄 생각이었어요."
"충고를 받아들여서 음악에 정진하는 건 발전의 토대야. 그리고 요즘은 늦지 않고 일찍 연습에 참여하고 있고. 좋은 자세야."
"크크큭, 그것은 어둠의 장막이 내리기 전, 태양에 살아숨쉬던 업화의 불씨가 나를 인도한 것이로다! ...이런 느낌?"
언제나처럼 멋드러진 대사를 담으며 혼신의 연기를 해 보이는 그녀가 있어서 지금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내가 그녀의 의지를 좀 더 무자비하게 꺾어버렸다면, 혹은 리사가 그녀에게도 내게도 한번 더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우리 밴드가 건재한 미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즐거워 보이네."
"즐거우니까요! 앗,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 한 것 같다? 이, 이것은 운명이 부른 인연의 재림! 이것은... 으으, 잠시만요, 다시 해도 되나요?"
지어내던 대사가 막혀 골머리를 앓는 시늉을 하며 조르는 아코에게, 나는 문득 묻고 싶은 것이 떠올랐다. 그것을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너는 Roselia를 진심으로 좋아해?"
그때처럼 물어본다. 내 자신조차도 기만하고 있던 시절과는 다른, 하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말로.
"당연하죠! 아코, 쭉 유키나 씨랑 같은 무대에 서면서, 다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는걸요. 하루하루 맞춰보면서 연주하는 것도, 새로운 무대의상을 생각하는 것도... 아, 저번에 짜온 드럼 파트는 연주용이 아니라 리듬게임 채보 같다고 사요 씨한테 혼났지만, 조금만 군더더기를 빼면 멋진 소리가 될 거래요! 파방- 하고!"
그렇게 천진하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천성이, 오늘따라 눈부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걸로 됐어."
어느새 나도 거기에 제동을 걸지 않게 되었다. 나 역시도 좋아하는 것이 있기 때문일까. Roselia의 다섯명이기 때문에 만들어낼 수 있는 소리가, 무대에서의 고양감이, 그리고... 늘 내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온, 고양이 같은 그 사람이 좋다. 손 안에 쥔 스마트폰은 고양이 모양의 겉옷을 입은 채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에는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노래를 써볼 기회가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나보다 조금 늦게 연습실에 들르는 그 사람을 한번쯤 놀래켜주고 싶다고, 유치할지도 모르는 대담함을 처음으로 겁 많던 마음에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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