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이 될지 2차창작이 될지 모르던 언젠가의 무언가. 일단 던짐
그나저나 나 버려진 인형 소재 진짜 좋아하는구나(...)
인형에게 단 것과 좋은 것을 먹여 기르면 마음이 생겨서 주인에게 보답한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인형이란 곧 어릴 때 놀고 버리는 물건이어서, 실제로 단 것과 좋은 것을 먹고 마음이 온전히 자란 인형은 드물다고 한다. 마음이 생기다 말고 버려진 인형은 자라다 만 흔적기관이 시커멓게 썩어들어가서, 단 것도 좋은 것도 잘 먹지 못하게 되고, 설령 다른 주인을 찾더라도 다시 마음이 자라는 것은 고사하고 버려지기 전의 상태처럼 건강하고 예쁘게 돌아오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쓰레기장에, 헌옷수거함에, 길거리에 그렇게 버려지고 방치된 인형들은, 썩어들어가는 이물이 몸의 다른 부위들을 아프게 하는 것을 견디면서 폐기될 날을 기다린다. 유기동물처럼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자립할 능력도 갖추지 못한 그것들은, 과거에 가졌던 잠깐의 희망을 회상하면서, 따뜻한 마지막 불씨를 피우고 거기에 매달린다. 천으로 만들어진 몸뚱아리는 타기 쉽다. 요컨대, 그것들은 '타는 쓰레기'다. 마음이 애타도록 키워졌다, 쓰레기처럼 버려져서, 죽어갈 때는 마음을 태워 조금이라도 따스해지고 싶어한다.
일부는, 그러니까 용케도 '재활용'되는 것으로 쓰임새를 찾은 인형들은 다른 물건의 재료가 되기도 하지만,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사랑받을 일은 없다. 생기다 만 심장은 불순물로 간주되어 적출된다. 하지만 쓰이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주인의 일상에 다시 녹아들었기에 좀 더 나은 최후라고 여긴다. 불완전한 환생.
그런가 하면 몇몇은 아예 새로운 소체를 얻어 사랑받는 경우도 있다. 인형으로서의 환생이다. 본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은 아니지만, 몸뚱이를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본래 몸이 가진 아픔도 사라지는 것 같다. 다만 본래 모습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도 있는 것 같으며, 한번 버려진 기억으로 인해 심장이 잘 자라지 않는 것은 같다. 거기다가, 이런 경우는 인형이나 직물을 다루는 소질을 가진 주인을 만나야 한다. 드문 일이다. 애초에 그런 소질을 지닌 주인은 인형을 버리지 않는 사람이거나, 아예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인형을 처음부터 만들고 사랑을 부어넣을 수 있는 자들이기에, 기성품, 하물며 낡고 헤지고 타인의 손을 거친 것을 굳이 찾을 이유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버려지거나 파손된 인형이 원하는 제일 행복한 결말은 무엇일까? 새로운 주인을 만난다고 해도, 열 마음조차 닳아 없어진 인형에게 새 마음을 만들어 이식해도, 그것이 바로 자리잡아 온전히 자랄 수 있을까? 그 정도까지 이미 폐기물이 되어버린 솜덩어리를 사랑해줄 인간을 만난다면 버려진 인형이 아니더라도 최고의 행복일 것이다. 그래도, 그런 사람은 단순히 기다린다고 해서 찾아오지 않는다. 뭐, 인형들도 한때는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능력이 있었으니까, 어쩌면 사랑을 주는 기쁨을 아는 인형이라면 받는 기쁨을 되찾을지도 모른다. 그런 몸뚱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사랑스러워 보일 것이다. 최대한으로 아양을 떨어서 주워가라는 신호를 보내는 건, 아무리 사랑을 먹고 사는 인형이라도 구차한 것일까? 그렇게 마지막 발버둥이라도 쳐 보는 개체들도 있다. 찢어지거나 태워져 분해되기 전에.
여기에 한 인형이 있다. 이 아이도 상처투성이, 이미 쓰레기장을 고향처럼 여기는 처량한 타는 쓰레기. 움직임을 잃은 채 숨 죽은 비닐과 솜과 플라스틱과 여러 합성재들을 침구 삼아 누운 그 아이도, 아직 눈을 감는 것만은 포기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 그 눈이야말로 비상하게 살아있는 것이었다. 저를 데려가 주세요? 아직은 타버리고 싶지 않아?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 두 눈은, 많은 것에 지친 가운데 까닭 모를 갈망 하나를 품은 채 똘망히 빛나고 있었다.
어느새, 사람의 발소리가 고요한 쓰레기장에 다다른다. 살짝 분 바람에 인형의 귀가 움직였는지도 모른다. 거기 당신, 이 아이를 데려가주지 않겠습니까? 바느질 자국도 조금 터졌고 머리 안의 솜도 약간 모자라지만, 착한 아이에요. 어쩌면 당신이 모르는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답니다. 죽기를 기다리는 주제에 삶의 세계를 고스란히 담은 눈만이 살아 움직이는, 가련한 아이의 눈을 바라봐주세요. 주워가지 않더라도, 정말로 타는 쓰레기란 선고를 받기 전에 약간의 온기라도 안으면 더 잘 탈 수 있을지 모르니까.
'분홍색 사탕통 > 팝핑 캔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슈이즈] 녹색의 창 (0) | 2016.10.29 |
---|---|
[리슈모나] 기브 & 기브 & 테이크 (0) | 2016.09.27 |
[사토코이] 무제 (0) | 2016.09.08 |
[???X치르노] 무제 (0) | 2016.09.08 |
언젠가의 기억. (0) | 2016.09.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