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로그. 뒷부분 더 있었으나 유실됨. 하는수 없이 남아있는 부분만 긁어옴
뒷부분 전개는 사나코이였던가 사토코이였던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코메이지 사토리는 지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굳이 트라우마가 있어서라고 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 남의 마음을 희롱하는 스펠카드를 자기방어수단으로 쓰는 주제에 인간에게 미움받는게 싫다느니 하고 모순되는 군소리를 갖다붙이면 있던 방어벽도 상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녀 자신도 그저 인과응보겠거니 하고 지령전 안에 틀어박혀 있어왔다. 밖에 나갈 일이 생겨도 되도록이면 그런 걸 좋아하는 애완동물들이 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나 화염고양이 오린은 지상으로의 외출을 굉장히 좋아해서 시키지 않아도 나갔다 온다. 몇 차례 마음을 읽어보면 식료품 가게 주인이나 꽃집 주인, 서당의 교사 같은 사람들의 웃는 얼굴도 덤으로 얹어올 때가 있다. 붙임성 좋은 고양이라 인간들한테도 사랑받고 있는 모양이다. 그 중에서도 교사 쪽은 오린에게 꽤나 관심이 있는지 가끔 유심히 쳐다보거나 불시에 말을 걸거나 한다고 한다.
사토리는 애완동물보다도 사교성이 없는 자신의 신세가 어쩐지 처량하게 느껴졌다. 특히나 지금처럼 밖에, 그것도 지상에 나가야 할 때는.
오늘따라 오린이 늦다.
"언니, 밖에 나가게?"
어디서 들리는지 종잡을 수 없는 목소리. 마치 무의식 속에서 속삭이는 듯하게 어린 티 나는 하이톤의 말소리가 사토리의 뇌리에서 울렸다.
물론 사토리는 이 말소리가 매우 익숙했다.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혈육이자 지금까지 쭉 곁에 있었던 소중한 여동생이니까. 비록 마음의 눈을 닫아버려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마음을 읽을 수 없을 터인데도 거기에 답하듯 목소리의 주인공이 깜짝 등장을 했다.
"웬일이야? 갑자기 밖에 나가고..."
"오린이 안 돌아와서 혹시 일 났나 싶어서. 찾으면 바로 돌아올거야. 코이시도 같이 찾으러 갈래?"
"아~니, 사실 방금 사나에랑 놀다가 와서 조오금 피곤해... 대신 맛있는 거 사오면 같이 먹자!"
사나에라면 모리야 신사의 파란 무녀일 것이리라. 바깥 세계 인간이라서인가 상냥한 언동과는 다르게 꽤나 유별난 구석을 '읽어' 버렸지만, 그녀는 코이시의 첫 인간 친구다. 인간의 몸으로 평판 나쁜 지저 요괴, 그 중에서도 마음을 읽는 요괴 사토리 일족의 아이를 서슴없이 받아들이고 친구가 되어준, 코이시에게는 어쩌면 마음을 여는 출발점일지도 모르는 소녀.
본디 모리야 신사와 지령전은 우츠호의 일로 그리 썩 좋은 관계는 아니었지만, 코이시의 천진난만함이 플러스 요소가 되어서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버려 지금은 화해하고 나름 둥글게 지내게 되었다. 당사자들의 말로는 무의식 중에 뭔가 묵은 게 빠져나갔다나. 또한 그들은 사토리가 알고 지내는 몇 안 되는 지상의 존재들이다.
푸른 무녀를 생각하니 어김없이 붉은 무녀가 떠올랐다. 그 이변이 있던 날에 들은 말이 사토리의 마음을 쑤셨다.
자신은 사랑받을 수 없다.
침을 던지던 무녀답게 말에도 침이 서렸군, 하고 그녀는 푸념을 했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도, 사실을 말했다는 점이 더 쓰렸다.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이고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사람, 하쿠레이 레이무. 물론 몸싸움도 탄막싸움도 했지만, 자신을 지저로 몰아낸 자들처럼 자신이 싫어서 죽어라 공격하는 것과는 달랐다. 사토리가 그녀에게 스펠카드 시합을 신청한 것은 그런 인간상은 처음이었기에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던 탓도 있다. 시험이라기보다도 소통이었을까.
코이시에게 본격적인 변화가 생긴 것도 그녀가 찾아오고 난 뒤부터였을 것이다. 그녀와, 함께 찾아온 검은 옷의 마법사 키리사메 마리사. 그 둘에 대한 이야기를, 코이시는 즐겁게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했다. 괘씸하게도 그 검은옷 마녀에게 했던 좀도둑 같다는 말도 그대로 해준 모양이다. 하지만 그 때의 코이시의 생기 도는 얼굴을 사토리는 잊을 수 없었다. 인간이랑 친구가 되었다며 방방 뛰며 환호하던 그녀를 떠올렸다.
세 사람이면 없는 것도 만들어낸다더니, 사나에에 이어 레이무와 마리사까지 만나면서 자신을 경원시하지 않는 인간이 있다는 증거를 셋이나 만들어버린 코이시는 인간이란 종족에게 마음을 조금이나마 열게 된 것 같다.
-그래, 그들도 코이시에게는 상냥했지.
그 중에는 사토리의 능력을 꺼리는 자도 적지 않았다. 그나마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그저 오지랖이 넓었을 뿐. 좋은 쪽으로 오지랖이 넓다면 거미 양이겠고 좀 안 좋은 쪽이라면 질투쟁이 다리공주님이겠군.
애완동물 쪽으로 가도 대부분은 그냥 거처를 찾아 살고 있을 뿐, 정말 친구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아이는 몇 마리일까?
그리고 그녀의 여동생 코이시. 비록 마음은 읽을 수 없지만, 그리고 늘 무의식 중에 헤매듯 다녀서 숨바꼭질하듯 찾아다녀야 하지만 - 그래서 말썽도 늘었지만, 둘도 없는 여동생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는.
하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 버린-
"언니 무슨 생각 하는 거야?"
"...아니, 아무것도."
옛날이라면 그런 건 묻지 않고도 알 수 있었으면서, 하고 사토리는 옛날의 코이시를 잠시 떠올린다. 그 여린 마음이 상처를 입어 부서지기 전의, 마음의 눈이 열려있던 시절의 그녀를. 코이시는 그녀와 달랐다. 그 아이는 보통의 사토리 요괴와는 다르다. 그것은 비단 세 번째 눈을 봉인하고 스스로 사토리 일족의 저주스러운 굴레, 마음을 잃는 능력을 버렸다는 것이나, 그로 인하여 일반적인 사토리 요괴보다 상성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것만이 아니다.
그녀는 미움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누구에게도 마음을 읽히지 않는 그녀는 사토리의 힘에 구애받지 않는다. 동생과 싸울 일은 없지만 만일 정면으로 맞붙는다면 손도 쓰지 못하고 눈 깜짝할 새에 당해버리는 건 사토리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 코이시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의미가 아닌 것을 사토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지금의 코이시를 만든 것은 그녀의 여린 마음이라는 것을. 사토리 일족에게 쏟아지는 말들의 탁류를 버틸 수 없다. 버틸 수 없었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렸고, 마음을 잃어버린 것이다.
지금의 그녀는 미움받지 않는다.
동시에 사랑받지도 않는다.
자신을 좋아햐고 아껴주는 사람이 있어도, 그녀는 단지 상처받지 않을 뿐, 이미 긁히고 베여 닫혀버린 마음은 쉽사리 아물지 않는다.
그것이 그녀에게는 최선의 자기방어다.
사토리가 지상의 존재들과의 접촉을 꺼리고, 일부러 마음을 희롱하고 거짓말을 들춰내 타인과 떨어지려 하는 것처럼.
"그럼 언니, 잘 다녀와! 케이크 사올 거면 레몬 케이크로 부탁해!"
과장되게 팔을 휘휘 흔들어대며 인사하는 코이시를 뒤로 하고, 각종 색의 돌들이 모자이크로 장미 무늬를 이루는 현관을 나서며, 사토리는 줄곧 묻고 싶었던 한 가지를 마음으로 그녀에게 말해보았다.
'코이시, 너는 그대로 행복하니?'
물론 심장의 시야에는 어떤 대답도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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