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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사탕통/팝핑 캔디

[리슈모나] 기브 & 기브 & 테이크

by 료밍 2016. 9. 27.

생일 하루 지나서 쓰는 마에조노 리슈리 생일 축전.


-캐릭터 붕괴와 독자해석과 사약커플링이 난무합니다.

-리슈리의 사투리 부분은... 그냥 가볍게 흔적만 남아있다는 느낌으로 썼습니다.

-조노릿슈의 표기는 조노리쉬로 했습니다만... 음...




마에조노 리슈리는, 수많은 재능의 메카인 나나스타에서도 꽤나 독특한 아이입니다. 하코스타의 무대 위에서 빛남으로 승부하는 아이돌들에게는 물론 그들만의 전투복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을 만드는 장인은 예나 지금이나 이 땅에 있어왔죠. 나나스타의 의상실을 점거한 채 독창적이고 조금 기묘한 천의 세계를 펼치는 리슈리의 손이 빠르게 척척 움직이는 모습은, 가히 나나스타의 무구를 만들고 손질하는 의상장인이라고 부를 수 있지요. '세계'라고 했던가요, 그녀의 천의 세계. 이른바 조노리쉬 월드라고 한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 적재적소에서 빼꼼히 머리를 내밀거나 달랑달랑 매달린 채로 귀여움을 뽐내는 인형 데코레이션? 아니면 이쪽을 쳐다보는 거 같은, 조금 기묘하지만 매료될 것 같은 인형의 눈동자들? 특징적인 버섯 아플리케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겠군요. 기성품 옷은 대량생산이 기본이 된지 어언 백 몇년이 지난 지금, 수작업으로 의상을 뽑아내는 무시무시한 속도도 가히 놀랄만한 재능인지라, 그것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조노리쉬 월드의 진가라면, 역시 사람을 어느새 빨려들게 해 버린다는 것입니다.


마에조노 리슈리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을 서슴치 않습니다. 인형이든, 옷이든, 누군가가 안거나 입을 것이 되어버립니다. 츠노모리 로나의 생일에는 그 전설적인 나나사키 니콜의 옷의 레플리카를 만들어주기도 했죠. 리슈리가 바느질을 하는 주변에는 모두가 둘러앉아, 자기도 바늘에 실을 꿰어보거나 리슈리가 만든 작은 세계의 주민들을 쓰다듬고 안아보거나 합니다. "이거 좀 봐도 돼?" 라는 말조차 필요없습니다. 나도 리슈리가 만든 옷이 입고 싶어, 라는 말에 리슈리의 손에는 준비된 듯이 그 아이의 치수에 맞는 옷이 걸린 옷걸이가 나타납니다. 나나스타의 모두의 옷 치수가 그녀의 머릿속에 있습니다. 단순히 44니 55니 하는 정량의 숫자가 아니라 몸이라는 소체가 아름다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이와 너비를 알고 있어요. 그녀는 자신의 세계를 맛보려는 모든 여행자들을 환영합니다. 이렇게 그녀는 아낌없이 주는 아이입니다. 그리고 모두는 그녀의 솜씨는 물론이고, 확장되어 자신을 또 한명의 주민으로 만들어버리는 조노리쉬의 세계에 또 한번 감탄합니다.


조노리쉬 월드의 창조자는 대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창조자? 조물주? 신? 신이라고 한다면, 역시 사람들의 믿음으로 지탱되는 존재겠지요. 만들어진 세계를 허락받고 그 세계에 관심을 표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마에조노 리슈리는 그것으로 만족하고 행복해합니다. 카미시로 스이의 배웅을 받으며 외국으로 떠나던 때도, 리슈리는 조노리쉬를 기억해주는 친구들을 위해 조노리쉬 월드를 더욱 넓혀오는 것이 그들을 위한 최선이라 생각했습니다. 자부심과 자애가 섞인 이 기묘한 태도는 정말로 한 세계를 만든 신의 관록과도 같아보입니다.


조노리쉬 월드의 창조자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도도독 하고 돌아가는 소리를 내면 거기 맞춰 리슈리의 콧노래가 어울려지곤 하던 작업실의 재봉틀과, 입은 사람들이 품었던 무대의 열기가 고스란히 남아있을 하코스타의 무대의상 컬렉션은 그녀의 공간이라고 할 정도로 조노리슈 성분이 높습니다. 리슈리의 공간이지만, 리슈리의 것은 아닙니다. 마에조노 리슈리란 자기 소유라는 개념은 그다지 강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런 마에조노 리슈리도, 이 세상에 태어나고 만들어졌을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녀가 만드는 인형들처럼, 신체의 섬유들이 짜여져 신의 형태로 내려진 날이 있었겠지요. 바늘과 실과 천만 있다면 순식간에 입을거리를 만들어내는 장인의 섬세한 손도, 누군가가 짜내어 세상에 내려준 것이겠지요. 리슈리의 그 몸체 역시도 또다른 옷걸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몸뚱이는 리슈리 자신의 것이겠지요. 이 옷들 중에서는 리슈리 자신을 위한 것도 물론 있습니다. 자신의 것? 뭐, 자기가 입는 옷, 자기가 가지고 다니는 가방, 손에 익은 바늘... 하지만 누군가에게 못 줄 것도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옷이라면 치수가 다르겠지만, 프리사이즈도 있으니까요. 


"리슈리쨩은 갖고 싶은 거 있어?"


그래서,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그녀는 당황했습니다. 이때까지 주는 건 많이 해왔지만 뭐가 받고 싶은지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날들 안에 자신이 난 날이 다가오는 것도 눈치 못 챈 채, 고양이 같은 입을 살짝 모아 웃으며 말합니다.


"으응? 니, 갖고싶은 거 있나?"

"아니아니! 미안! 말이 이상했나? 리슈리쨩의 이야기야!"


말을 꺼낸 것은 나나스타에서 리슈리만큼이나 천을 사랑하는 소녀, 쿠모마키 모나카였습니다. 리슈리와 같은 장인은 아니지만, 아니, 오히려 손재주라곤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어울리는 옷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것만큼은 나나스타에서 제일 가는 그녀. 아이돌의 무구를 만드는 게 리슈리라면, 그 모양새를 맞춰 하나의 세트로 만드는 것은 모나카라고 할 수 있겠죠.


"리슈리쨩, 내일 생일이지? 나랑 같이 후쿠오카-04에 가자!"

"생...일! 아! 그렇구마! 몰랐는데! 오늘 날짜가..."


홀로컴을 꺼내서 날짜를 확인하면, 손가락으로 셀 정도가 아니라 아예 9월 25일이라는 선명한 날짜가 보입니다. 한 숨 자고 일어나서 울리는 알람은 그녀의 생일을 고할 것이겠지요.


"그래서, 항상 나나스타를 위해 고생하는 나나스타의 패셔니스타 리슈리쨩을 위해서 서프라이즈 데이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풍성하게 올려 묶은 머리가 흔들리며, 살짝 엎어질 듯한 큰 동작으로 리슈리의 팔을 잡아챕니다. 생일이라는 말이 입에서 나와도, 리슈리는 그런갑다- 라고 작게 환호할 뿐입니다. 뭐, 소위 '천연'이라고 했던가요? 바늘을 만질 때가 아니면 얼빠져 있는 리슈리였기에, 이런 일도 꽤 흔합니다. 물론 그 말을 하는 쪽인 모나카도 자신이 방금 말한 것에 어떤 모순이 있는지는 누군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모를 태세네요.


"모나카, 그렇게 말하면 더 이상 서프라이즈가 아니게 되잖아... 그건 그렇고, 리슈리, 하루 이르지만 생일 축하해."


그리고 타이밍 좋게 딱부러지는 사람, 텐도지 무스비가 나타나 자신들의 백일몽에 빠진 두 사람을 돌려놓습니다. 내일 찾아올 큰 소식에 두 사람이 더 찾아와, 나나스타의 사무소는 조금씩 이야기의 활기가 가미되기 시작했습니다.


"앗, 그렇네! 무스비쨩! 말해줘서 고마워! 에헤헤..."

"아이다, 나 모나카가 말해줘서 이제 알았으니까 놀라긴 놀랐데이. 무스비도 고맙구."

"뭐야, 내일은 리슈리 생일? 축하해 리슈리! 으음, 선물로는 뭘 주면 좋을까? 송이버섯 한가득?"

"리슈리씨, 생일 축하드려요! 저번 생일때 니코 님의 옷 고마웠어요!"

"아하하, 스이랑 로나도 고마워. 내일은 조노리쉬한 버스데이구나!"


생일의 주역은 리슈리인데, 어째 들뜬 건 그 주변인 것 같네요. 여기까지 자기 자신의 일에 자각이 없으면 이것도 소소한 병이 아닐까 싶습니다. 천연이라는 병은 고질병이에요. 아주 고질병.


"근데 서프라이즈 데이트라니 모나카, 혹시 리슈리랑 단 둘이...?"

"아잇, 치사해 모나카, 리슈리를 독점하다니!"

"에에에엣 들켰어?! 미, 미안해요! 다들 빼놓고 갈 생각은 없었는데, 그... 리슈리쨩이랑"

"그래도 모나카 씨, 리슈리 씨랑 최근에 못 만났으니까 단 둘이 같이 가고 싶다면..."


쭈뼛거리면서 자신을 옭아맨 말의 함정들 속에서 단지 얼굴을 붉히는 모나카.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걸로 모자라 아주 벌써부터 분위기를 쓸데없이 달궈버렸군요. 뭐, 한두번 있는 일도 아니지만요.


"그렇지만 리슈리쨩이 이번에 학교 체험 때 옷 코디하는 거 도와줬으니까 리슈리쨩한텐 제대로 갚아주고 싶었어!"

"으으,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지네... 뭐, 모나카 촬영은 제대로 했다고 하니까 잘된 건 잘된 거지만"

"여기 가방의 인형, 리슈리가 달아준 거야! 여기 주머니의 이 인형 데코도! 저어기 탈의실에서 리슈리가 셔츠 안쪽을 뒤집어서..."

"맞다, 그런기라. 오자마자 올만에 만났는데 서비스로 모나카가 모르는 아들 앞에서도 조노리쉬함을 선보일 수 있게 옷에다가 이런거 저런거 좀 달아봤다! 모나카 간지럼 억수로 잘 타드마! 잠깐 옷 좀 빌리자고 했"

"그만! 스톱! 이 이상은 파렴치하다고!"

"으, 왠지 두 사람이 무서워서 얼굴이 후끈거리는 것 같아!"

"스이, 그건 '무서운'게 아니라 '부끄러운'게 아닐까?"


자각 없이 조금 사적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르는 것 같아서, 무스비는 또 한번 제동을 겁니다. 갑자기 후끈거리기 시작하던 대화의 분위기는 그래도 겉잡을 수 없었는지, 듣고 있던 스이와 로나의 얼굴이 새빨갛네요. 에헤헤, 하면서 머리를 긁적이는 두 사람은 여전히 영문을 모르고 화기애애합니다.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

"모나카 어데 가게?"

"우리 집!"


모나카는 다시 한 번 리슈리의 팔을 낚아채고는 문을 가리키며 가자고 손짓합니다. 리슈리는 거기에 웃으며 응합니다.


"정말 저 둘... 이래서 괜찮을까. 모나카야 늘 그랬다 해도, 리슈리까지 자기들이 뭔 말을 했는지 전혀 모르고... 내가 다 얼굴이 부끄러워질 지경이야."

"무스비쨩,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 둘이 좋아한다면 "

"뭣? 리슈리랑 모나카가?"

"보면 알 수 있잖아. 그래도 난 둘이 걱정돼. 아이돌인데 스캔들이라도 나면 어쩌지..."

"아니, 괜찮아 그런 거! 니코 님도 하미 각하랑 공개연애 했으니까."

"역시 로나... 무서운 아이... 그런 걸 알고 있다니..."


세 사람은 자기만의 세계에 푹 빠진 채 나나스타 사무소의 문을 박차고 나가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멋쩍게 웃어보이면서도, 다시 화제를 바꿔 내일 생일의 주역의 행복을 빌어주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상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리슈리 선물은 뭘로 하지?"

"그래도 리슈리 인턴 끝나고 둘이 모처럼 만나는 건데, 올해는 모나카랑 둘이 같이 있게 해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로나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리슈리 씨에게도 리슈리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싶어. 리슈리 씨..."

"하긴, 로나 말대로 리슈리는 자기 일에는 많이 둔하지. 리슈리에겐 리슈리 자기만의 것, 자기만의 시간을 좀 더 가지라고 하고 싶어."

"인턴 때처럼 또 혼자 보내긴... 아, 혼자가 아니지. 그럼 리슈리의 선물은 모나카와의 데이트 코스로?"

"우리가 주는 게 아니지만, 응원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 거야."


세 사람은 마음 속으로만, 상냥한 세계를 만든 창조주가 또 다른 천의 세계를 가진 아이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을 배웅했습니다.


*


모나카의 집은 나나스타에서 지하철 한 두 정거장 정도, 타니마치 상점가 근처였습니다 놀랍게도 가까운데도 그렇게나 자주 지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리슈리는 웃으면서 모나카, 이렇게 가까운데 늦나? 라고 말해봅니다. 미안해요-! 하고 모나카는 평소대로 요란하게 사과하기 시작하지만, 그 표정은 당황이 아니라 웃음이었습니다. 둘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리슈리가 인턴십을 위해 외국으로 떠났을 때의 이야기를 하는 동안, 모나카는 고등학생 배역으로 드라마를 촬영한 이야기를 합니다. 서로 멀리 있었던 시간,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때의 시간, 자신들의 이야기들이 서로에게 겹쳐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야기는 나나스타의 모두들의 이야기로 흐릅니다. 카즈미의 소설 노트가 로나와 무스비를 감동시켰던 일, 퍼브와 무라사키가 마츠리와 유메노까지 데리고 밴드를 결성할 생각인 것, 마코토가 스미레의 도시락에 갑자기 경쟁심을 불태운 것, 마논과 모모카가 지배인을 아빠라고 불렀던 것... 하나하나의 기억들 뒤에는, 이야기의 주역인 아이들에 대한 칭찬이 이어집니다. 자신의 이야기보다 타인의 이야기를 더 많이 기억하는 그녀들, 그러면서도 나쁜 소리 하나 없이 하나같이 예쁘고 따뜻한 눈으로, 좋은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아이들. 그녀들이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눈은 비단 직물에만 해당되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역은 타니마치, 타니마치입니다. 다음 역은 야자마..."

"모나카."

"그러니까 그땐 제다 쨩이랑-"

"모나카. 타니마치역이데이."

"미안해-! 빨리빨리!"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른 모나카는 리슈리를 붙잡고 곧 닫힐 듯한 지하철에서 쏜살같이 빠져나갑니다. 다행이도 이번엔 옷자락이 끼이는 등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는데, 뭔가 투둑, 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습니다. 그것을 들은 리슈리가 닫혀가는 문 쪽으로 손을 뻗었으나, 그녀가 마지막으로 본 건 동그라미가 터진 모양새로 꼬인 고리를 머리에 단 채, 레일 아래로 떨어져가는 토끼 인형이었습니다.


"미안해요 토끼씨이이이이이이!"


모나카의 절규 섞인 사과는 토끼 인형을 무참히 찢어발기는 지하철의 굉음에 묻혀 사라졌습니다.


"미안해. 리슈리쨩이 준 인형인데 이렇게 잃어버려서..."

"괘안타. 또 만들면 되니까. 근데 자는... 안됐네. 많이 아플 끼다... 마, 조노릿슈 헤븐으로 가서 다시 태어날끼라."


두 사람은 바퀴에 유린당한 토끼 씨의 잔해를 향해 작게 묵념하고, 역의 개찰구를 지나 계단 위로 보이는 상점가에 도착했습니다. 언제나 북적이는 타니마치 상점가. 개중에는 모나카가 일했던 추억이 남아있는 가게들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대신으로 시작한 프리터 생활은 타니마치 상점가의 인맥을 풍부히 해뒀고, 비록 약간 실수투성이기는 해도 성실하고 의욕 넘치는데다가 요즘 하코스타며 드라마 촬영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모나카는 상점가 어디에서나 환영받았습니다. 리슈리의 손을 잡고 가게들을 둘러보면, 리슈리와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도 되살아나는 것이었습니다. 오사카에서 갓 상경한 리슈리에게 타코야키집을 소개해줬던 기억이 처음이었던가요.


"리슈리쨩, 먹고싶은 거 있어?"

"여 가게는 모나카가 잘 아니까, 모나카가 먹고 싶은거 할란다."

"에이, 그래도 내일이 주역인데 맛있는거 좀 불러 봐! 내가 쏠게! 내일도 당연히 쏠 거고!"

"음, 새송이버섯국?"

"아, 그러면 집에서 국 끓일거리 사갈까?"

"모나카가 요리하는기가! 내 기대할끼라!"


트레이드마크인 리슈리의 고양이 입 미소가 활짝, 입꼬리는 살짝. 그와 함께 리슈리는 모나카를 꼬옥, 하고 잠깐 껴안았다가 놓아줍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모나카는 리슈리의 볼에 쪽, 하고 입을 맞댑니다. 상점가 한가운데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주변에서는 쟤 요즘 TV에 나오는 쿠모마키 아냐? 옆의 쟤는 최근 후쿠오카-04에서 유명한 신인 디자이너 조노? 뭐시기 걔 같은데? 하는 소리가 인파 사이로 말머리를 내밀었다가 사라집니다. 아아, 또 저질러버렸군요. 하지만 이 둘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입니다.


상점가에서 버섯과 국간장, 야채 더미를 조금 챙겨 (물론 모나카가 동네방네 특별한 날이라고 소문을 낸 탓인지, 평소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가방에 넣은 두 사람은 드디어 상점가 근처의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문이 열리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찬거리 한아름을 들고 손을 꼭 잡은 두 사람은, 누군가 지나쳤다면 여기에서 동거하고 있다고 해도 믿을 만큼 끈적끈적한 사이로 보이지 않았을까요.


"다녀왔습니다-!"


모나카는 자신이 왔다는 것을 만 천하에 자랑이라도 하듯 큰 소리로 외치며 문의 비밀번호를 매니큐어가 발린 손으로 꼭꼭 눌러 문을 엽니다. 물론 자취중이었기에 집에서 반길 사람은 없지만요. 모나카가 든 짐을 나누어 든 리슈리도 뒤따라 문 안으로 들어갑니다. 가방을 아무렇게나 현관 근처의 벽에 던진 모나카는 이리 줘, 하고 리슈리에게 반찬거리 가방을 건네받고는 부엌으로 척척 걸어갑니다.


"기합 잔뜩! 리슈리쨩을 위해서 새송이된장국 만들어버리기!"


모나카의 의욕 넘치는 태도에 리슈리의 가슴속 기대도 부풀어 빠른 고동으로 변해왔습니다. 주방도구를 만지는 모나카의 솜씨 한 번 구경하고 싶어서 반, 서투른 모나카가 사고라도 치지 않을까 하는 심정 반으로 부엌으로 리슈리는 쪼르르 뒤따라갔지만, "에헴! 이것도 서프라이즈야!" 라면서 모나카에게 가로막힙니다. 아쉬운대로 서랍에서 수저만 챙겨서 가려고 했지만, "테이블 세팅도 이 모나카에게 맡겨주시라!" 라며 리슈리의 손을 잡아 막습니다.


"치사하데이 모나카..."

"으흠, 모나카 하우스에선 모나카 룰을 지켜야 하는 법!"


뭐, 말은 그렇게 하지만 특별한 날이니 리슈리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 거겠지요. 무엇보다 이건 모나카의 깜짝! 생일선물입니다. 이미 다 까발린 시점에서 돌발성은 성립하지 않는 셈이지만, 모나카나 리슈리나 그런 걸 신경쓰기엔 머리가 구름 한가득한 하늘 위에서 노니는 사람들이었던 것이 문제입니다. 아쉬운 신음을 내며 식탁으로 돌아간 리슈리가 의자를 뒤로 빼서 그 위에 놓인 방석의 레이스 패턴을 지켜보는 동안, 모나카는 콧노래를 부르며 모나카 특제 서프라이즈 국을 준비합니다. 리슈리가 좋아하는 새송이버섯을 하나하나, 퐁당퐁당 끓는 물에 집어넣을 때마다, 버섯 무늬의 아플리케를 옷에 한 땀 한 땀 고정시키던 리슈리의 손이 모나카의 머릿속에 수를 놓아갑니다. 함박웃음을 얼굴에 그린 채로, 모나카는 썬 야채를 하나하나 국 냄비에 집어넣습니다. 모락모락 퍼지는 김과 함께 국의 달큰한 향이 부엌을 점거합니다.


"리슈리쨩, 잠깐 눈 좀 감아봐."

"응? 응."


리슈리는 눈을 꼭 감고, 그럴 필요까진 없지만 모나카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싶은 마냥 자기 손을 눈꺼풀 위에 포갭니다. 식탁 위로 탁, 탁 놓이는 소리가 두 번 들리고, 약간 둔하지만 얌전한 소리가 식탁 위에 내려앉자 따뜻한 수증기가 확 하고 리슈리의 손등 위로 퍼집니다. 그 후 손등을 감싸는 건 모나카의 따뜻한 손. 손가락 사이를 손가락으로 메워 깍지를 끼고 리슈리의 손을 내리면 눈 앞에는 두 사람분의 밥그릇과 새송이버섯국을 담은 냄비가 있었습니다.


"짠! 모나카 특제 새송이버섯 스페셜! 서프라이즈!"

"우와! 짝짝짝짝짝짝!"


손으로도 입으로도 박수소리를 내는 리슈리에게 힘입어 모나카는 생일축하 노래를 부릅니다. 해피 비포어 버스데이, 해피 비포어 버스데이. 생일 하루 전이라고 많은 음절을 단조롭고 음 적은 멜로디 안에 우겨넣은 웃기는 노래에 리슈리가 웃어주는 게 너무 사랑스러워, 사랑하는 리슈리! 라는 가사에 도달한 순간 모나카는 또 리슈리의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춥니다. 타니마치 상점가에서 뽀뽀한 쪽과는 반대쪽입니다. 냄비의 열과는 다른 열기가 리슈리의 얼굴로 화악 올라옵니다.


"모, 모나카, 일단 앉그래이. 먹자."

"내일의 주인공인 리슈리가 먼저 먹지 않으면 모나카는 먹지 않습니다요!"

"알았데이!"


눈을 똘망똘망 빛내며 가까이 얼굴을 들이댄 모나카 옆에서 리슈리는 새송이버섯 국을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어봅니다. 짭쪼리한 된장의 맛과 우려낸 야채의 향이 입 안에서 어우러집니다.


"자, 셰프 모나카의 요리는 어떻습니까 마에조노 리슈리 씨!"

"맛있어! 버섯 맛이 살아있데이!"

"와, 리슈리쨩은 버섯 맛을 알아? 난 이렇게 요리하는데도 사실 모르는데."

"버섯 맛은... 음... 버섯맛이데이! 고소한데다가 넣고 끌이면 쫄깃하게 씹는 맛이 있다 아이가. 모나카도 한입 무라."


젓가락을 집어 리슈리는 어쩐지 못 미더운 소리를 시작한 모나카의 입 안에 녹진하게 잘 익은 버섯을 넣어줍니다. 두 입 정도 씹고는 정말 맛있어! 하고 입에 먹을 걸 넣은 채로 말하는 모나카의 입가를 리슈리는 손가락으로 닦아줍니다. 이번에는 모나카 쪽의 얼굴이 붉어질 차례입니다. 참으로 이상하네요. 나나스타에서도, 상점가에서도, 남들 보는 앞에서는 조금도 부끄럽지 않았던 요 두 천연들이, 둘만 되자 얼굴이 붉어지는 광경이 말이죠. 한입째가 끝나고 나서도 리슈리는 열심히 모나카의 입에 젓가락으로 버섯 조각을 넣으며 버섯의 맛을 전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먹은 입 수가 늘어날 수록 모나카의 마음 속에는 작은 위화감이 일어났습니다. 분명히 오늘은 리슈리의 생일이고, 자신은 리슈리를 위해서 요리를 만들었는데, 그렇게 좋아하는 버섯은 오히려 내가 다 먹고 있잖아, 하는 생각이요. 밥그릇을 쳐다보면 리슈리는 반도 안 먹었습니다. 문득 떠올려보면 리슈리는 항상 그렇게 뭔가를 나누어주곤 하지만, 자신의 몫에 대한 생각은 희박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모나카 역시도 자기 일을 비교적 소홀히 하면서 다른 사람을 돕는 성격이긴 했지만, 그만큼 자기를 위해 준 '자기 것'에 별 생각이 없는 리슈리의 특이함이 더욱 눈에 띄었습니다.


"저기, 리슈리쨩, 리슈리쨩도 좀 먹어."

"아이다, 모나카가 만든 거고, 맛에도 조노리쉬함이 있다는 걸 모나카한테도 알려주고 싶데이! 새송이버섯은..."

"리슈리쨩을 위해 만들었으니까, 리슈리쨩이 먹어야지. 버섯 좋아하잖아?"


거기서 말을 멈추고 모나카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생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숟가락을 손에 집어들고 냄비에 담가 한 숟갈 떠서는,


"자, 리슈리쨩도 아- 해."

"아, 아? 음?"


리슈리의 입 안에 집어넣었습니다. 오물오물, 고양이 같은 그 입이 움직이며 다시 맛을 봅니다. 목울대가 움직인 것을 포착하면 또 한 숟갈을 떠서 리슈리의 입으로. 리슈리도 이에 질세라 젓가락으로 잘 익은 야채들을 밥과 함께 모나카의 입에 넣어줍니다. 마치 먹여주기 대회라도 된 듯한 광경입니다. 식기들이 식탁의 반대편으로 오가는 기묘한 식사시간이 끝나고, 기지개와 함께 포만감 실린 목소리로 식사시간의 종언이 나른하게 고해집니다.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데이!"


그리고 뭔가 생각난 듯, 모나카가 다시 리슈리의 손을 움켜쥡니다.


"아, 리슈리, 내 방 보여줄까?"

"맞다, 내 니 옷도 좀 보고 싶데이. 모나카는 옷 잘 입으니까 보면 공부가 될 거 같고"

"응! 바라던 바야!"


포푸리 장식에 걸린 이름표가 앙증맞은, 베이지 컬러의 문을 열고 소녀의 방에 도착하면, 약간 어지럽게 널린 옷가지들이 바닥이며 침대 위에 널려 있었습니다.


"으앗! 미안 이건 비밀인데! 잠깐 나가있어줘."


말은 그렇게 하지만 리슈리를 문 밖으로 쫓아내지는 않고, 입고 내던진 옷들을 건져올려서 책상 앞 의자 위에 꾸역꾸역 뭉쳐 올려놓습니다. 그 옷가지들도 역시 패션을 조사하고자 하는 리슈리의 기민한 눈을 피하지는 못했는지, 열심히 그녀의 눈 속에서 옷의 무늬나 재봉선, 장식 등을 분석당하고 있었지만요.


"아니, 내는 아무것도 못 봤다."

"사실은 전부 보고 있었으면서!"

"아니, 못 봤데이. 체리 무늬 원피스하고 그 밑에 치마하고 분홍 땡땡이 무늬에 레이스 달린 브ㄹ"

"그만! 그만! 리슈리쨩!"


아무리 엉성한 모나카라도 부끄러운 건 있는 법. 연인에게 자신의 치부를 보였다는 사실에 살짝 울상을 짓던 모나카는 리슈리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서 의자를 책상에 확 밀어넣고 옷장을 큰 소리 내며 열고, 탁탁 문을 두드립니다.


"입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입어봐도 돼!"


안 그래도 땡그란 리슈리의 눈이 더 크고 둥글게 떠지면서, 모나카의 옷장 속을 메운 현란한 천의 향연을 눈에 담습니다. 양말조차 벗지 않은 발이 톡톡톡, 옷장 앞으로 향하네요.


"근데 이거 입어서 안 맞거나 그러는 거 아이가?"

"괜찮아! 나랑 넌 사이즈 비슷하니까 다 맞을걸?"


사이즈가 비슷하다. 그 말에 옷을 집어들려던 리슈리의 손이 멈춥니다.


"그, 내 사이즈, 알고 있는 기가?"

"응? 보면 알잖아? 리슈리랑 나랑 사이즈 비슷한 거"


몰랐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몸 사이즈는 항상 옷을 입고 만드는 자인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고 리슈리는 믿었지요. 하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이 안다는 건 사뭇 다른 기분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리슈리 자신이 리슈리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 어쩌면 나나스타의 모두들은 그녀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리슈리는 모나카와 단 둘이 되기 전까지 그 사실에 그다지 개의치 않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녀의 친구들에 대해서는 몸 치수부터 최근에 들어온 일까지 줄줄이 꿰고 있었기에 타인에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지만, 그 반대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호의에는 면역이 극도로 없었던 리슈리였습니다. 그야말로 스스로에게 무심한 채 창조물들을 위한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랑하고 사랑받지만 고독하고 고고한 창조주.

그런 그녀도, 두사람이 되어 이렇게, 가깝고 간질간질한 감정을 품은 사람과 마주보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존재를 기억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허락을 구하는 것조차도 하기 전에 그녀조차 의식하지 않았던,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일깨워주는 눈 앞의 소녀에게, 리슈리는 무엇을 줘야만 할까요.


조노리쉬 월드의 창조주는, 받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조노리쉬 월드의 창조주는, 주는 것만으로 얼마든지 기뻐하고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받는 것도, 분명히 기쁜 일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아버린 것입니다.


"내, 그"

"리슈리쨩?"

"아니, 아인데, 그러니까..."

"입어봐도 된다니까. 아, 지퍼 혼자 못 잠그겠으면 내가 잠글게! 혹시 더 꾸미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돼! 리슈리 바느질세트 가져왔지?"

"응, 그렇긴 한데..."


모나카의 옷을 좀 입어봐도 되냐고 말하면 될 것에 뜸을 들이는 리슈리에게, 모나카는 옷장에서 꺼내 온 옷걸이 하나를 건넵니다. 리슈리가 좋아할 만한 반입체의 곰인형 아플리케가 커다랗게 중간에 붙어있는, 니트 재질의 크림색 원피스였습니다.


"이거 입어볼래?"

"아, 우와, 이건 어디서 났나!"

"후쿠오카-04에서 세일하길래 샀어! 내 취향이랑은 좀 안 맞지만 리슈리쨩이라면 좋아할 거 같아서...?"


자신이 다른 사람의 세계의 일부가 되는 것은 이런 것임을, 리슈리는 눈치챘습니다. 자신이 구축한 세계의 크기가 그제서야 와닿았습니다. 자신의 옷을 입어줬을 때 나나스타의 사람들이 보였던 미소가, 자기 것처럼 뭉클하게 마음을 감싸옵니다. 이렇게나 따스한 기분을 내가 주고 있었다면, 자신도 이 기분에 조금 몸을 맡겨도 될 것 같아. 동시에 이 소녀의 체온이 깃들었을 옷이 자신을 감싸게 될 것이 너무나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고맙다, 라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마음에 들면 내일 가서 하나 사줄게!"

"고, 마워..."


평소와 같은 장난끼 가득한 미소와는 다른, 눈꼬리까지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는 미소가 모나카를 바라봅니다.


"자, 잠깐 뒤로 돌아봐도 되나"

"알았어."


그러나 모나카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아까 리슈리가 눈을 가렸듯이 눈을 감고 손으로 눈 위를 덮었습니다. 비록 부끄러움에 눈은 가리더라도, 타인의 호의를 처음으로 기억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가까이에 있음을 알려주고는 싶었기 때문에 말이죠. 셔츠와 치마의 단추를 풀고 옷가지가 바닥에 툭 하고 흘러내리면, 리슈리는 자신의 몸이라는 소체 위에 모나카가 건넨 원피스를 걸칩니다. 벽에 기댄 긴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대충 다듬고, 리슈리는 아까처럼 모나카의 손에 깍지를 껴서 내립니다.


"어때?"

"우, 우와, 베리 조노리쉬!"

"아하하, 잘 어울리나보네...! 내 기쁘다!"


그렇게 몇 시간이고 리슈리와 모나카는 옷장을 뒤지며 이런저런 옷들을 입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나카의 말대로 어느 옷도 사이즈가 꼭 맞았습니다. 마치 먼 곳에 있던 또 한명의 주인을 찾은 듯이, 모나카의 옷들은 리슈리에게 어우러집니다.


"후아, 공부가 많이 됐다!"

"수고했어 리슈리! 꽤 마음에 드는 게 많았나보네? 내 취향도 리슈리랑 그렇게 다르진 않은 거 같아서 안심돼. 내일 후쿠오카 가면 이런 거 잔뜩 사자!"

"근데 그, 지금 많이 늦지 않았나?"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 내일도 자고 가도 되지만!"

"고맙데이. 근데 모나카도 씻어야제?"

"샤워는 먼저 해도 돼. 나는 그동안 먹은 거 정리할테니까."


화장실에 들어가 물을 틀고 미지근한 물로 하루의 들뜸을 씻어내면서, 리슈리는 자신의 몸을 되새겨봅니다. 비슷한 몸. 천을 만지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 쿠모마키 모나카가 그녀 자신의 세계로 향하는 벽장 문을 열고 놀러오라고 손짓했을때, 자비로운 세계를 만들었지만 스스로의 몸을 기억하는 걸 잊었던 창조주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요. 다른 세계와 자신이 만났을 때, 타인의 몸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몸을 기억한 그녀는 놀랐습니다. 간질간질한 털실 뭉치가 리슈리의 가슴 속에서 조금씩 그 모양을 풀어, 불규칙적인 매듭을 만들어 마음에 걸기 시작합니다. 아직까지 뛰는 심장을 목욕타월로 감싸안고, 리슈리가 문을 열고 나오면 욕실 매트 앞에는 잘 개어진 원피스 잠옷이 있었습니다.


잠옷을 입고 모나카의 방 침대에서 기다리면, 뚝뚝 흐르는 머리에 타월을 둘러싼 모나카가 뒤이어 들어왔습니다. 길고 풍성한 머리카락은 타월 하나만으로는 마르지 않았는지, 여분의 타월이 목에 걸쳐져 있었습니다. 침대에 걸터앉아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며, 모나카는 리슈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리슈리쨩은, 뭐라 해야 하지, 주변에서 주는 걸 좀 더 받아도 돼."

"응?"

"이때까지 계속 주기만 하고 받는데는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서."

"그래도 내는 대가 바라고 그카는 것도 아이고, 내가 좋아서 하는 기다."

"그치만, 주는 걸 받는 건 기쁜 일이잖아? 리슈리도 그런 기쁨을 좀 더 알았으면 좋겠다는 거야."


뭐라고 반박할 수도 없는 말을 납득한 채, 대답 대신 리슈리는 웃었습니다. 오늘 몇번이나 얼굴을 붉히고, 몇번이나 미소를 지었는지 세는 것도 잊어버렸지만, 목욕타월보다도 포근한 감정은 잊을 수 없는 생일 전야의 잠자리를 펴 주고 있었습니다.


"후, 다 말랐다. 내일은 많이 돌아다닐 거니까 일찍 자자. 리슈리쨩."

"응. 잘 자래이, 모나카."


짧은 리슈리의 머리도 긴 모나카의 머리도 물기가 날아간 때,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웠습니다.한 세계의 창조주는 다른 세계의 주인을 감싸안습니다.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조용히 자는 모나카를 끌어안아, 어깨나 허리에 팔을 둘러봅니다. 자신의 몸을 기억하게 해준 꼭 닮은 몸을, 평소에 안고 자던 곰인형처럼 몸 앞에 끌어안으며, 리슈리는 모나카의 세계에서 잠들었습니다. 자신이 생명을 받고, 창조할 수 있는 손을 받은 날을 고대하며. 사랑받는 창조주로서 다른 세계의 선물들을 받으며 웃을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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