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2일 개최되는 앙상블 스타즈 온리전 개화! 앙상블 페스티벌 스11a에 위탁할 예정인 카게히라 미카 중심 소설본 'Twin Tail Tales (부제 : 저, 트윈테일이 됩니다!)' (가제) 샘플.
사양은 A5 소설본 / 중철 / 전연령 / 32P
미카가 트윈테일을 하거나 귀여운 옷을 입거나 여기저기서 귀엽단 말을 듣거나 귀여움이란 이름의 정의를 관철하거나 하는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커플링 요소는... 본격적인 연애요소는 없지만 미카른 성분이 꽤 있는 편입니다.
돌발본이므로 출력 분량은 극소량입니다.
주의사항
-여장이라는 개념을 굳이 사용하지는 않습니다만, 남성으로 패싱되는 캐릭터가 일반적으로 여성의 용모라 여겨지는 차림새를 하는 묘사가 있습니다.
-일부 캐릭터의 젠더 정체성에 대한 독자해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호칭 등 작중에서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설정 날조, 독자해석이 있습니다
샘플의 내용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개행처리의 사양은 본 회지에서는 다릅니다.
목을 간지럽힐 정도로 머리가 뻗었다.
세수를 하고 나오다 얼굴에 달라붙은 젖은 옆머리를 뒤로 넘기다 보니 머리가 길어진 것이 눈에 띄었다. 소년이 마지막으로 머리를 잘랐던 때를 향해 날짜를 거슬러 올라가니, 제 동거인이 머리를 잘라주지 않은 지 한 달은 족히 지났다. 얼핏 무질서하게 뻗친 검푸른 머리는 밀리미터 단위의 세공의 결과물이었고 항상 일정한 길이로 유지되고 있었다.
인형에게 자라는 것은 필요가 없었을 텐데. 집요할 정도로 완벽에 집착하던 동거인이, 자신의 유지보수를 빼먹는 일은 없었다. 자주 깜박 잊는 소년도 그에게 관리받는 날만큼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내 머리가 이렇게 길었었나? 안타깝게도 아직 인형의 작은 머리로는 그 이상을 헤아릴 수 없었다. 그렇다고 완전무결한 제 스승이 틀렸을 리는 없다고 믿었으므로, 그는 원래 이 정도 길이였겠거니 하고 결론을 내렸다.
목을 긁적이면 아래로 삐쳐 늘어진 머리가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었다. 역시 꽤나 길었다. 그 감촉이 신기해 몇 번 숱을 쥐었다 펴 본다. 이 정도면 묶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소년의 머릿속에 문득 예쁜 것들이 떠올랐다. 그 사람의 방에 있었던, 금발의 아름다운 인형 아가씨를 떠올린다. 그녀 뒤로 카탈로그에서나 보던 인형들의 머리칼이 나부꼈다. 결 좋은 인조 모발을 가지런한 양갈래로 동여매고 있던 리본과 장식들이 떠오른다. 상상은 손에 착착 감겨, 정신을 차렸을 때면 왼쪽 손이 머리를 쥐고 묶을 머리를 가늠하고 있었다. 한 움큼 묶을 정도의 숱이 모였으니, 이 정도면 묶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발끝을 세워 살금살금 자기 방으로 가, 서랍의 멋없는 검은 고무줄 두 개를 꺼냈다. 예쁘지는 않지만 연습삼아 쓰기엔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나는 손목에 감고, 하나는 입에 문다. 다시 왼쪽 머리를 쥐고 엄지와 검지에 건 고무줄을 휘휘 감는다. 오른쪽을 쥐고 또 묶는다. 세면대의 거울 앞에는 비뚤어진 양갈래 머리를 한 자신이 있었다. 고무줄 사이로 삐죽하게 몇 가닥의 잔머리가 삐져나온 것이 조금 거슬렸다. 아, 역시 나 혼자 묶으면 짝이 안 맞네. 하지만 왠지 묘한 쾌감이 들었다. 평소에 거울을 보면서 만족해본 적이 없었던 탓인가, 가슴에 들어차는 들뜬 기분이 생소했다. 하지만 그 기분은 중독성마저 있었을 정도로 좋았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스승님의 인형.
어떤 인형이 되고 싶은가.
그것은. 아름다운? 우아한? 예쁜? 아니면.
생각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답이, 처음으로 그의 머릿속에서 싹트려 하는 순간이었다. 그 단어를 규정하는 순간, 인형은 또 한 번 제 발로 설 힘이 생기리라.
'그런데, 그런 머리를 하는 아이들은...'
어디선가 그의 것이 아닌 목소리가 소년에게 달라붙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뭇 인간 소년들에게 금제처럼 그 목소리는 찾아올 채비를 한다. 다만 그는 인형이었기에, 기왕 제 손으로 처음 시작한 꾸미기 놀이를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
카게히라 미카와 이츠키 슈, 두 사람의 집에서 아침식사는 중요한 루틴이다. 인형사의 갖은 노력으로 이젠 식사를 거르는 일을 겨우 면한 유기체 인형은 앞에 차려진 접시에 놓인 달걀 프라이의 노른자를 어떻게 하면 훼손하지 않고 입에 넣을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미카는 젓가락을 어색하게 놀리며 왼손에 쥔 숟가락 위로, 흰자를 해체하고 남은 둥근 노른자를 천천히 밀어올렸다. 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헛놀리는 순간 한 쪽 젓가락이 푹 하고 노른자를 찔렀다.
"응아앗!"
찢겨나간 막 사이로 샛노란 것이 걸쭉하게 흘러내리니 상처에서 피라도 흐르는 듯 아프게 보였는지, 표정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갑자기 식탁에서 큰 소리를 치지 않아도 식사는 어디 안 간다."
"응아아... 미안타... 병아리씨! 미안타!"
이미 생명이 되기도 전에 뱃속으로 들어갈 운명은 마찬가지였던 계란 프라이에게 두 손 모아 사과하는 해학적인 모습에 슈는 평소처럼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입꼬리가 의뭉스럽게 올라가 있었다.
"으응... 스승님? 스승님도 병아리씨가 불쌍한 기가?"
"어차피 그렇게 될 운명이었던 것을. 자, 흘렀다고 남기지 말고 다 먹도록 하여라."
방정맞게 구는 미카의 행동을 여유롭게 받아넘기며 슈는 미카의 접시에 흐른 노른자 속을 숟가락으로 긁어, 아, 하는 소리에 맞춰 입을 벌린 미카에게 먹여주었다. 입가에 묻은 노른자위를 키친타월로 닦아주는 것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슈가 미카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머리에 손이 닿는 감촉에 미카가 흠칫 멈췄다. 머리를 쓰다듬으면 마냥 좋기만 하던 평소와는 달리 찡하고 피부 표면이 당기는 기분이었다.
"영양분이 생겼군."
"응? 무슨 소리고?"
"결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다. 역시 단백질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된 모양이구나."
슈는 몇 번 미카의 머리를 쓰다듬다, 목 아래까지 덮인 끝을 손끝으로 매만졌다. 의아하게 그 손길을 바라보던 미카는 손이 떨어지고 침을 한 차례 삼켰다.
"스승님, 내 머리, 그..."
자를 때 되지 않았나. 그렇게 묻고 싶지만, 동시에 왜인가 물었다간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무엇이냐."
"내 머리, 멘테 안 해줘도 되나?"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늘 하고 있다만?"
"아, 그나. 그냥 쪼까 머리 느낌이 바뀐 거 같아서?" 길이라는 단어를 일부러 고르지 않은 채 미카가 물었다.
"나는 그저 늘 하던대로 너를 조율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네 머리부터 사지의 끝까지, 내 손이 닿은 것에 오차가 있을 리가 없어. 네가 그렇게 느낀다면, 스스로의 몸이 좀 더 구색을 갖췄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겠지. 걱정하지 말거라."
"아... 마, 글쿠나. 아침 잘 먹었데이."
온화한 어조의 확인에 그제서야 역시, 이 길이는 스승님이 그대로 주신 길이가 맞구나, 하고 미카는 안도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만약에, 스승님이 허락한 길이가 아니었다면?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어쩐지 그것을 의심할 겨를을 주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미카의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떠오르곤 했다. 왠지 그렇게 생각하면 자신은 좀 더, 아직은 말로 쉬이 표현할 수 없는 자신만의 미학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슈가 좀전에 쓸어준 머리카락을 자기 손으로 한번 덧쓰고는, 그가 부르는 소리에 공상에서 돌아온 미카는 현관으로 향했다. 그의 손목에는 어제 머리를 묶었던 검은 고무줄 두 개가 걸려 있었다.
*
카게히라 미카가 소속된 2학년 B반 교실은 말하자면 유메노사키 학원에서 조금 버릇이 있는 아이들이 모인 곳이었다. 그럼에도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라 서로의 기벽에 간섭을 하지 않는 분위기는, 의외로 타인을 어떻게든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기묘한 단합력을 자아냈다. 가령 누군가가 종일 잠만 자거나, 옷소매에 구멍을 내서 다니거나, 웃는 얼굴과 정중한 말씨로 듣도 보도 못한 흉기의 이야기를 하거나, 자판기에서 뽑은 밀크티 같지도 않은 정체불명의 음료를 즐겨 마신다 해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한 사람이 조금 특이한 머리모양을 하고 등교한다고 해서 잠깐 술렁이다 마는 것 말고 달라지는 것은 없을 터였다.
"내 왔다!"
교실의 문이 열리면서 학생들을 맞이한 것은, 분명히 카게히라 미카 본인이었다. 코맹맹이 소리가 섞인 사투리 억양도, 학기 초에 비해 해맑아진 웃음도 분명 그였다. 단 하나, 엉성하게 양갈래로 묶인 머리를 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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