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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사탕통/코튼 캔디

서브라이터 발키리 관련 넋두리 백업

by 료밍 2017. 7. 8.

앙상블 스타즈의 서브라이터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최근에 많이 늘어났지만 발키리P 중에서는 여전히 소수의견이라 생각하는데 나는 서브라이터의 발키리를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미카에게 발키리와 슈 이외의 삶이 존재한다는 걸 잊지 않는 부분을 제일 좋아한다.

발키리의 평소 이미지와는 다른 토이박스나 이스터 같은 컨셉을 통해 아이돌로서 미카가 서고 싶은 무대는 무엇인가를 다루는 부분을 좋아한다. 프로즌아이스에서는 발키리와 관련된 일로 미카가 받고 있는 압박감과 상처에 대한 묘사를 한 것이 좋았다. 꽃집 편에서는 미카의 정신적 독립을 이상적으로 그려냈다고 본다.

물론 이 점은 서브라이터의 묘사가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카의 슈를 향한 헌신은 매우 깊고, 때론 뒤틀린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면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브라이터의 묘사가 딱히 캐릭터 붕괴라고 할 정도로 미카의 캐릭터성과 어긋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 캐릭터 붕괴라고 보는 여론은 카게히라 미카라는 캐릭터의 특성을 이츠키 슈라는 캐릭터와의 관계에만 한정하기 때문에 나오는 평가라고 생각한다.


발키리 오시의 바이블처럼 여겨지는 연무를 나는 완벽한 스토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발키리의 화려한 역습이나, 5기인을 대표해서 싸우는 슈의 모습은 충분히 인상적인 묘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미카의 갈등에 대한 부분이 불완전연소였기 때문이다.

카게히라 미카가 이츠키 슈에게 인생을 바쳤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본인의 선택임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다. 연무는, 아니 연무 이전부터도 그것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문제는 그 마음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다른 데 있다.

연무 시작부터 쭉, 미카는 그저 슈를 위해 헌신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는 것을 벗어나, 슈가 자신에게 무엇을 해주었으면 좋겠는지를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 밝히기 시작한다. 메인테넌스를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자신만 봐 달라고 하거나, 나즈나에 대한 열등감을 표현하거나, 자신이 1순위가 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한다. 그것에 대한 해소가 필요했다고 본다.

하지만 그에 대한 완결을 맺지 못한 채, 연무의 마지막에서 그는 슈를 위해 목숨까지 팔아치울 수 있다고만 선언한다. 이제 막 제기하기 시작한 자기 마음 속의 갈등을 도로 집어넣고, 본래의 병적인 헌신으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그만큼 그에게 슈라는 존재가 강대한 무언가임을 보여주는 장면일 수도 있지만, 앞에서 나온 갈등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으로조차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맹목적인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은, 미카를 슈의 부속품으로 축소시킨 것만 같아서 안타까운 기분을 들게 했다.

미카가 슈에게 헌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혹은 그것이 틀린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미카가 슈를 경애하는 감정은 온전히 그의 것이고 당연히 그 점을 좋아한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발키리 혹은 이츠키 슈를 위해서 존재하는 카게히라 미카 이외의 그는 어디에 있는가? 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한가지 대답이 (많은 사람들이 부정하겠지만) 바로 뒤에 나온 프로즌아이스였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오랫동안 슈의 부속물로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진 나머지 생기는 부작용을 다루는 묘사였다. 당연히 슈에게도 미카에게도 호의적인 묘사는 아니었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잘 캐치해줬다고 생각했다.


이번 이스터 스토리도 나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슈와 무관한 곳에서 미카의 특성을 부각시켜주었기 때문이다. 바로 '편견 없음'이다. 텐쇼인 에이치를 향한 앙심이 피네의 일원이었던 츠무기를 대하는 호의적인 태도를 가로막지 않는다. 5기인이라는 낙인도 스승님의 가까운 사람으로서 질투할 수 있는 위치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츠메를 편하게 대한다. 이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질적인 것으로 느껴졌는데, 나는 딱히 그것이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애초에 미카가 편견없이 사람을 대한다는 점은 아라시의 미카에 대한 평가나 유즈루를 대하는 모습 등에서도 꾸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프로즌아이스의 나즈나와 마코토를 향한 태도는 그 시기 미카의 심적 변화를 고려할 때 예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스승님 이외에는 아무래도 좋은 미카'의 해체로까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미카가 발키리와 적대적이거나 슈에게 총애받을 거라고 의심되는 인간을 무작정 견제할 것이라는 추측이야말로 슈와의 관계에만 치중해서 나온 판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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