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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사탕통/팝핑 캔디58

[웹재록][슈미카] Storage in the Room 본 글은 2018년 7월 15일 개최된 제3회 어나더 스테이지에서 발매한 슈미카 소설 회지 'Candy Drawers' 수록 단편의 웹공개 버전입니다. Prologue - Storage in the room "네게 손대도 되겠느냐?" 이츠키 슈는 언젠가는 물어봐야 할 것을 오늘도 물었다.무릎 위에 걸쳐진 카게히라 미카의 상체 위로 살며시 뻗은 손이 멈춘다. 그의 무릎 위를 점유하며 소파 위로 엎드려 얼마 전에 구입한 음반에 딸려온 그림책을 읽던 몸이 고개를 돌린다. 그 아이는 의아해했다. 제 관리자 되는 사람이 왜 한낱 관리를 받는 인형 – 아직까지는 그렇게 머무르고 싶었다 – 에 불과한 자신의 허가를 구하고 있을까. 여태까지 슈의 손은 어디 안 닿은 곳이 없을 정도로 미카를 손대왔었다. 메인터넌스, 유.. 2020. 8. 28.
[레오이즈] 사랑의 고의 일본어로 '사랑'과 '고의'는 둘 다 독음이 '코이'라고 함. 그걸 생각하다보니.오랜만에 재활 차원에서 써본 레오이즈 자유형식 단문. 레오이즈라곤 했지만 사실 레오의 독백입니다.망사랑이라고 해야할까, 엇갈린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을 절규에 가깝게 표현해보고 싶었다.관계의 어긋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가스라이팅으로 (어느 쪽이 행하는 상황인지는 해석의 자유입니다. 단 글쓴이의 마음 속에선 어느 측인지 답을 잠정적으로 내려두긴 했습니다) 받아들일 표현이 있습니다. 주의를. 너는 나를 모르지만, 나를 사랑한다는 것만은 알았다. 세나, 정말 좋아. 버릇처럼 말하는 이야기가 입에서 구른다. 네 이름 앞의 두 글자를 먼저 입에 머금고, 느끼는 그대로를 목소리로 만들어 좋아, 라고 표.. 2020. 8. 18.
[호드 드림] 심판 새와 교육팀 세피라와 어느 직원의 이야기 심판새 뽑은 기념으로 써본 심판새와 호드가 나오는 유사 드림물. 일단 최초 컨셉은 그랬다.한 1000자 정도 되는 짤막한 엽편으로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단 길어짐.제목은 생각이 안 나서 저렇게 해버림. 검고 기다란 새의 기이하게 꺾인 목에는 금빛의 천칭이 있다. 그 천칭을 바라보면서, 한 사람이 묻는다. 제 쓸모는 어디에 있나요? 만약에 저 하나가 사라져서 모두가 행복해진다면, 혹은 저로 인해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저는 마땅히 죽어야 하나요? 새는 대답하지 않는다. 붕대를 칭칭 감은 머리는 눈빛조차, 혹은 그 뒤에 눈이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 그렇기에 그 새가 그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지조차 그는 모른다. 단지 그는 이 새가 자신에게 고하는 것이 쭉 헤매던 길의 갈피를 바로잡아 줄 것이라고 생각했.. 2020. 7. 4.
[네짜흐+예소드] 기억할 긍지 슈팅게임 헬싱커의 KEEP YOUR DIGNITY라는 문구를 생각하다가 충동적으로 써버린 네짜흐+예소드 논커플링. 원래는 예소드가 정보팀 특권 디지털풍화신공을 네짜흐에게 써서 제정신으로 되돌리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은데, 원래 쓰려던 거랑 많이 달라져버린 듯작업 BGM은 Fling Posse - Stella네짜흐, 예소드 코어억제 스포일러 있음. 예소드->말쿠트 감정선 있음 수많은 손들의 환영이 몸을 끌어당긴다. 중력이 저를 짓누르는 것처럼 네짜흐는 찬 바닥에 누워 있었다. 아, 무덤에서 뻗어오는 손들이구나.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구하지 못한 생명들이 서로서로를 애도하는 서늘한 곡소리가 귀에 맴도는 게 꼭 애가와도 같았다. 그 무형의 이명이 선사하는 몽롱함은, 편안히 눈을 감을 때까지 그를 저승.. 2020. 6. 28.
[네짜호드] 생과 사의 맹세 첫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연성. 캐붕주의네짜호드라기보단 네짜흐->호드 같지만 어쨌든.호드와 네짜흐의 코어억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괜찮아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의식이 점점 흐려질 때까지, 그저 초록빛의 물질에 스스로를 녹슬게 하다 보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 믿었다. 저어기 지휘팀의 직원들이 늘 하루를 살아남길 바라며 제일 첫 번째 방에 들어가 기도를 올리는 것처럼, 나도 이대로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기도를 올렸던 것 같았다. 그 기도에 응해 목소리를 들었던가. 평소처럼 다가오는 환각들, 망령들. 그 속에서 잠시, 누군가를 돕고 싶다고 생각해 몸을 내던진 자신을 본 것도 같았다. 퍽이나 숭고한 의도였었지. 나 하나도 추스르지 못할 정도로 나약한 주제에, 남 걱정은 참 질릴 정도로 했더랬다. 그.. 2020. 6. 7.
[웹재록][리사유키] 그대의 이름은 러브송 본 글은 2019년 3월 23일 뱅드림 온리 이벤트 'Just BanG!' 에 낸 리사유키 소설회지 '그대의 이름은 러브송'의 웹공개 버전입니다.이벤트 스토리 'Don’t leave me, Lisa!!!!'와 '언젠가 닿기를, 나의 가사'를 기반으로 하였으며, 시계열의 날조를 비롯해 이런저런 날조 설정이나 원작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미나토 유키나는 사랑노래를 쓰지 않는다.유키나에게 사랑노래란 거짓으로 둘러싸인 겉멋 든 포장,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쏟아져나오는 유행가들이 사랑을 노래하는 이유는 그 인스턴트적인 성질에서 기인한다. 통계적으로 대부분의 인구는 유성애자였고, 연과 애를 논하는 건 그런 인간이 대다수인 사회의 교양이요, 연애 자체는 그 훈장이었으니까. 그야말로 상업음.. 2020.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