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컨디션 문제로 인해서 2월 22일 몽소예고 장학재단에서 본 회지는 발간되지 않을 예정입니다.
대신 회지로 내려 했던 내용은 웹 연재 예정입니다.
본래 책으로 내려고 했던만큼, 추후에 실물 회지로 발매하는 것 역시 고려해보고 있습니다.
미래날조라는 점도 있고, 지금까지 쭉 Valkyrie의 두 사람을 좋아해오면서 저에게 이 아이들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정리하고도 싶었기에, '신장 나오기 전에 뭔가 내 보자' 라고 스스로에게 조건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건강 문제와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인해 행사에서 회지로 찾아뵙기는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하고 싶은 이야기 자체가 어디에 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천천히 다시 써 가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2020년 2월 22일 앙상블 스타즈 통합 온리전 '몽소예고 장학재단'의 [예7]환상의 비둘기쑈 부스에서 위탁판매할 예정인 슈미카 소설회지 'Drip Drop Hope - 희망 방울방울'의 샘플입니다.
아마도 소량 인쇄가 될 것 같습니다.
미카의 고향에 찾아간 Valkyrie의 두 사람이 미카가 지내던 보육원이나, 이런저런 곳들을 들르면서 자신들이 주게 된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기본적으로 밝은 분위기의 일상치유물입니다. 두 사람은 공인된 연인이라는 전제입니다.
미래 날조 요소가 있으며, 오리지널 캐릭터들(보육원의 어린아이들이나 관계자, Valkyrie의 팬인 누군가 등)이 조역으로 등장할 예정입니다. 이 부분을 신경쓰시는 분들은 주의.
또한 소수자성이나 차별에 대한 화제를 다룰 수 있으며, 관련되어서 민감한 표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A5 / 64~72p 예상 / 중철 / 가격미정 - pay what you want / 전연령
본 회지는 pay what you want 형식으로 판매될 예정으로, 말 그대로 정해진 금액 없이 회지의 작가에게 본인이 원하는 만큼의 가격을 지불하는 형식입니다. 최소 금액의 제한은 특별히 없습니다.
이를 고려하여 행사 당일날 거스름돈을 가져오지 않을 예정이니 이 점 유의해주세요.
또한 전자입금에 대응하도록 토스 QR 코드를 프린트해갈 예정입니다.
샘플의 개행사항은 실책과 다릅니다. 또한, 샘플의 내용과 실책의 내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직은 차가운 겨울비가 내리는, 하늘 하얀 새벽, 카게히라 미카는 머리가 벽돌로 가로막힌 듯한 기분에 빠져 있었다. 창작자라면 으레 오는 슬럼프이기도 했을까. 그래서 그리운 곳이나 강한 심상을 일으키는 곳으로 잠시간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 뭐든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아무런 걱정 없이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따스한 세계를 무대 위로 그려오던 그에게도 이런 이면은 있는 법이다. 미카는 연인이자 동거인이자 창작의 파트너, 이츠키 슈의 방에 있는, 사람을 글러먹게 만들기로 유명한 빈백에 몸을 푹 맡기고서, 보통 때라면 연인의 머리와 어깨에 덮여있을 안심담요를 웬일로 자기가 덮어쓰고 있었다. 그걸 보면 여간 고민되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같은 방에서는, 잔잔하게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근음 삼아, 그 위로 도각도각거리는 체리 적축 키보드를 규칙적으로 타이핑하는 소리가 들린다. Valkyrie의 새 앨범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이츠키 슈는 며칠 동안 주 작업시간을 밤으로 옮겼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시차 적응에 애썼던 시기의 잔재인지, 그는 가끔 생각나면 작업 시간을 밤으로 옮겨보곤 했다. 지금도 그런 식으로 새벽까지 새 곡의 가사와 무대의 구상안 등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이었으면 일상에 조금 균열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불유쾌했겠지만, 지금은 창작의 샘을 퍼내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조금 어그러뜨리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 지금 그의 작업환경에서 축 늘어진 채 창문 밖만을 게슴츠레한, 그러나 어딘가 그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카게히라 미카였다.
보통 때라면 슈는 미카가 그렇게 밤을 새고 있을 때, 어서 자라고 약간의 잔소리를 곁들이면서 안아올려 침실에 데려가주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요즘 미카는 새 곡의 아이디어가 잘 오지 않는다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터라, 무리는 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미카가 무슨 바람이라도 불었는지 계속 작업실에 있고 싶다고 떼를 썼고, 슈는 그래서 굳이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거기에 있는 것을 딱히 말리지는 않은 것이었다. 적어도 자신이 바쁘더라도 같이 있어준다면, 미카에겐 조금이라도 안심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고. 그래도 미카 가라사대, 스승님이 키보드 자판을 치는 소리를 들으면 안정도 되고, 잠도 솔솔 잘 온다고 말한 것이 위안일까. 슈는 문득 예전에 미카와 함께 작업실에 놓을 새 기계식 키보드를 사러 여기저기 찾아보던 기억을 떠올렸다.
본래 그들은 슈의 친한 후배로부터 안 쓰는 게이밍 키보드를 받아서 쓰고 있었지만, 어느 때부터 시프트키가 안 빠지는데다가 소음이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라서 바꿀 때가 되었다고 판단을 했었다. 둘 다 기계식 키보드를 선호했던 것은 위안이었을까. 소음에 예민했던 슈는 소리가 적고 부드럽게 눌리는 적축 키보드를 사려고 했지만, 미카는 외려 찰칵거리는 키보드 스위치의 소리를 좋아했고 손에 살짝 걸리는 느낌이 편했기 때문에 청축을 사고 싶어했다. 물론 같이 쓸 것임을 고려하면 기왕이면 덜 예민한 사람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었기에 - 그리고 미카는 연인의 고집이 어지간한 게 아님을 알았고, 여전히 슈가 상대라면 양보하는 데 익숙했으므로 - 야심차게 장만한 기계식 키보드는 적축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아니 세 가지 예상 밖의 일이 있었다. 첫째로 적축 키보드라고 딱히 소음이 적은 건 아니었다. 섬세하지만 힘 있었던 슈의 타이핑 버릇은 키를 끝까지 누르는 바람에 보강판과 키가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계속 났었던 것이다. 두 번째로, 의외로 슈는 자신이 그 딱딱거리는 소리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밤샘 작업을 하게 된 지금조차도 그 습관이 어디 가지 않는데다가, 외려 치면 칠수록 그 말끔하고 부드럽게 눌리는 감촉까지 더해 빠져들고 말았다. 셋째로는, 이것은 철저하게 부수적인 효과이나, 카게히라 미카까지 그 소리를 좋아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같이 동거인에겐 근심걱정 없이 잘 시간이 필요한데 계속해서 소음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의도치 않게 자신이 안도감의 제공자가 되어버린 것은 썩 나쁘지 않았다.
"그거 꼭 스승님한테 멘테 받는 것 같데이. 스승님이 계속해서 손끝으로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구나 하는 걸 귀로 듣는 느낌도 나구. 그걸 듣는 내도, 스승님도 여전히 살아있구나 해서."
여전히 근심걱정으로 살짝 우울해 보이는 얼굴을 하면서도 미카는 진솔하게 웃어보였다. 떠올려보면 생활 속 물건을 사다가 생긴 자그마한 사건이었겠지만, 슈는 오늘따라 그것이 신경이 쓰였다. 자신은 소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미카에게는 살아있는 것의 소리였기도 했다는 것. 그 차이가.
슈는 자신이 키보드를 바꾸려고 했던 이유를 되짚어본다.
시끄럽기 때문에.
시끄러운 것은 거슬리기 때문일까. 물론 단순히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가령 음악을 만들 때라면, 음악의 장르와 악기의 소리는 무궁무진한데다, 의도적으로 불협화음을 집어넣는 경우도 있으니까, 시끄러운 것과 그것이 파생하는 부조화나 이질감이 항상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님은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근본적인 이야기로 들어가자면, 사람들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것도 맞았다.
어떤 사람들은, ‘살아있다’ 라고 말하는 것조차 거슬리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것을, 슈도 미카도 절대 모르지 않았다. 아무렴, 그것은 Valkyrie가 지금까지 노래하는 이유이기도 했는걸.
슈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옛날 생각이 떠올라 숨이 턱 막혀올 때가 있다. 지금은 과거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그에게도 분명히 그런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이상했기’ 때문에. 때로 그것은 기호의 이야기이기도, 천부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 이유만으로 악의를 품고 자신을 이물질로 만들려던 사람들이 주변에 널렸던 시간들. 그리고 그것에 맞서 살아남기 위하여, 자신조차도 누군가를 억눌러 폭군이 되어 ‘증명’해야만 했던 시기들. 이제는 먼 옛날의 이야기지만,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자신의 원점의 일부의 일부뿐이라도 엄연히 차지하고 있는 기억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시끄러움’이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런 기억이 올 때면, 슈는 한 사람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미카는 여전히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물방울로 빼곡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멈추차, 그제서야 뭔가 알아챈 것처럼 미카도 슈를 바라본다. 색깔이 다른 보석 같은 눈에 따스함이 돌면서 미카가 슈를 부르고 또 묻는다.
"스승님?"
"일어나 있었구나, 미카."
"응. 잠깐, 뭐를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갑자기 다다른 생각 때문에 그를 붙잡으려고 했던 주제에, 그 따스한 반응을 돌려받으니 슈는 갑작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카도 안 풀리는 것이 많아서 마음고생하고 있는데, 괜히 자신이 더 고민을 얹어주는 것도 염치없었다. 무언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을 텐데…….
"너무 무리는 하지 않아도 된단 것이다.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네가 만들어낼 것에 애착이 깊다는 소리도 되니까. 너는 만물에 애착이 깊었고, 그런 모습을 늘 바라보는 데서 나는 충분히 살아가고 있으니, 곁에 있는 것만으로 족해."
슈가 그 말을 전하면 미카는 두 팔을 벌려 슈를 끌어안는다. 그러면서 귓가에 대고 미카는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스승님아, 겨울이 가기 전에 오사카에 안 갈래?"
미카의 고향.
"오랜만에 고향 가족들한테 인사도 하구, 스승님이랑 같이 좀 둘러보면서 쉬고 싶데이. 그러다보면 뭐가 떠오를지도 모르고……."
‘가족’이라는 말을 곱씹는다. 미카가 고향 가족이라고 부르는 것은, 분명 자신이 자랐던 보육원의 이야기일 터다.
언젠가는 오게 될 이야기라곤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 아이돌 활동을 시작하고 난 이래로 그는 꾸준히 ‘본가’에 활동 수익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고, 졸업하고 메이저 데뷔를 한 이후에도 미카는 꾸준히 자신이 있었던 보육원에 기부를 해오고 있었다. 비록 제 발로 떠난 곳이기는 해도, 그에게는 애착이 깊은 가족임은 변함이 없었을 테니.
슈는 미카를 거두어들이고 연을 맺은 이래로, 쭉 미카의 가족이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미카는 자신을 ‘내 가족’이라고 부르지만, 그것보다 좀 더 확실한 제도상의 증명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없다고 해서 자신들의 유대가 부식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생각하는 ‘가족’이라는 그림은 지극히 좁으니까. 그렇다면 미카에게 ‘가족’이란 어떤 것인가. 그 두 눈에 오랫동안 자리잡았을 풍경에도 호기심이 자연스레 가 닿았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정식으로 미카와 가족이 될 날이 온다면 아마 그들을 만나고 허락을 구하는 것은 필연이리라.
미카가 최근에 고민하고 있는 것도 그런 것 때문이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던 슈는 스마트폰을 켜서 날씨를 보았다. 오사카는 쭉 흐릴 예정이었다.
"비가 많이 올 것 같은데, 괜찮겠느냐."
"응. 타코야키 포장마차들 문 닫을 건 아쉽지만, 괘안타. 가는 길에는 유자 모나카를 좀 사갈까 싶구. 내가 맛있다고 보장하니까 스승님도 무 봐라."
어쩌면 갑작스러울지도 모르는 여행 계획임에도,
"그러면 슬슬 짐을 싸서, 내일 즈음에 출발할까."
슈는 그 자리에서 바로 행동에 옮길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찼다. 그의 말에 미카는 평소처럼 화사하게 웃는 대신, 지금의 빗소리만큼이나 잔잔한, 옅은 미소만을 띠면서 그 자리에서 쭉 슈를 끌어안고만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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