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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사탕통/코튼 캔디

20200301 정리 백업

by 료밍 2020. 10. 14.

발키리와 퀴어리티, 정상성에 대해 정리하다가 남은 흔적기관 같은 것. 본래는 신장 전에 정리를 마치려고 했다가 남은 것. 다만 지금도 유효한 부분은 있어서 좀 더 다듬고 본격적으로 다뤄볼 의향은 있음.




헤테로노머티브라는 개념을 널리 알린 마이클 워너가 퀴어리티와 연관되는 수치와 낙인, 그리고 그것에 맞설 때 생기는 명예에 대해서 자기 책에서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사람이 '정상성'에 대한 비판을 많이 했었거든요. 저는 그걸 되새겨 보고 싶어요.


동성애자들이 주로 권리로써 주장하는 동성애 법제화 이슈로 시작을 해서, '결혼'이라는 제도적 형태에 집중하는 건 퀴어를 정상의 범위에 허용받기 위한 것으로, 이것'만' 바라보는 것은 여러 형태의 퀴어를 비전형성의 영역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기본적으로 성이란 개인적인 영역에 존재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드러나면 치부로 기능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게 수치심을 전가하는 형태로 도덕이 성립하는 거고, 퀴어의 정서는 이 수치심이 지배하고 있음. 수치가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낙인의 형태가 되는데, 누구도 낙인을 갖고 싶진 않잖아요. 그러니까 낙인을 피하기 위해서 도덕과 보편에 부역을 하고, 같은 퀴어 정체성을 가진 사람 중에서도 '문란한 게이와 깨끗한 게이'처럼 급을 나누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좀 더 도덕과 보편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서 위안을 얻으려 함. 그리고 보통은 이런 것을 '성적 불명예'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정작 사람이 명예로워지는 것은 이렇게 '불명예스러운' 이들을 배척하면서 자신을 명예의 영역에 올려놓으려는 게 아니라, 그런 '착한 동성애자'의 이미지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신의 수치를 널리 알려 다같이 수치를 공유하는 것으로 이뤄진단 이야기. 그렇게 해서 긍지가 생겨나는 거라고 하네요. 결국 다양성을 인정하면 자신을 포함해 모두가 명예로울 수 있는 거고... 퀴어 프라이드, 퀴어 연대라는게 사실 그렇게 이뤄지는게 아닌가 하는 거고.


그래서 발키리가 이거랑 무슨 관계가 있냐? 하면, 지인분이랑 나눈 이야기에 따르면 슈는 명예욕이 강한 인물인데, 그것을 '아이돌'이라는 대중문화의 형태에서 예술을 취하고 인정받는 것으로 보편에게 칭송을 사는 형태로 나타낸다는 이야기가 나왔음. 그렇다면 이 '아이돌'과 '예술' - 위대함이란 보편에의 부역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근데 전에도 말했듯이 이츠키 슈라는 인간은 보편에서 탈락한 자신에 대한 억하심정이 꽤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 그 명예 추구 역시도 거기에서 오는 것. '위대해지는 것'으로 보편에 칭송받고 올라서려 한 시도는 결국에는 무대사고와 구발키리의 몰락으로 그 한계를 드러내게 되죠. 그렇지만 미카라는 본질적으로 이형성을 안고 태어났으나, 상식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자신을 피력하고, 슈에게 애정을 느끼고 그런 '수치스러운' 자신의 곁에 남는 존재를 확인하면서, 슈는 동지를 얻게 된 거임. 보편에의 인정을 받겠다는 욕구에서, 자신의 '수치'였을 자기자신의 영역들 - 남초 호모소셜에 속하지 못하는 자신의 면모나, 비주류적인 취향, '약점'이라고 여겨질 인격적 특질들 - 을 피력하는 방향으로 이행하는 것이 개인적인 혁명이며, 나아가 이 피력에서 진정한 명예를 찾고 아이돌로서의 정체성을 '혁명가'로 세우는 부분임.


근데 이건... 미카로부터 슈가 느낀 것이기도 하지만, 미카 역시도 슈를 통해서 그런 동지의식을 느끼고 자신의 꿈을 되새길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전에 말했던 거 같은데 발키리는 미카의 이타심이 슈를 살게 하고, 슈의 이기심이 미카를 살게 하는 구조라서. 미카는 자신의 눈색이나 '버려지는 존재'라는 자기인식 등, '이형성 그 자체'로 스스로를 생각함. 동시에 자연스레 상식에 테두리가 없기 때문에 많은 사안에서 편견이 없이 사물을 바라봐요. '가족'이라는 개념을 혈연으로 파악하지 않거나, 친구인 나루쨩을 대하는 태도라든가... 그렇게 주변 세상에 대해서 편견을 지니지 않고 바운더리를 흐리면서 행동하고, 그게 친근하게 작용해서 사랑을 많이 받기도 해요. 어찌보면 미카는 '정상성 편입이 가능한' 소수자에 해당할 수 있음. 그런데 중요한 건 미카가 정상성 편입에는 내적으론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것, 동시에 자기자신의 평가가 낮다는 점인데... 미카는 '착한 아이'로 쭉 살아왔으니까요. 그래서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착한 아이'라는 인식에 계속 부역하려고 해왔지만, 결국 미카도... 슈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지 못했듯 자꾸 자기 안에서 자라나는 감정을 잘라내버리지는 못한 것. 그리고 그 코어에 있는 건 '슈에 대한 사랑' 이지요. 이건 미카에게는 개인적인 욕구의 영역인데, 그 속성은... 분명히 퀴어적인 게 맞죠.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데. 근데 미카는 남자가 남자를 욕망한다는 것 자체가 금기라는 인식은 흐리지만, '내가 남을 갈망하는 것'에 대해선 자격지심이 있는? 그런데 그 감정을 통해서 '나'를 위해서 사는 걸 깨달은 거잖아요. 외부의 편견에서 자신은 자유롭지만 내적으로는 자신을 '이형'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모순에 대한 해답은 '착한 아이'로 살지 않는 게 아니었을지. '착한 아이'가 아니라도 자신은 충분히 사랑받고 버림받지 않고 있음을 알고, 나아가 타인에게 '착한 아이'가 아니라 '동지'가 되어주고 싶단 마음... 그렇게 자연스럽게 새어나가고, 주변에 친근하게 자리잡기도 돌발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이형성을 자기표현의 영역으로 다듬어준 건 슈의 생존방식이 아니었나 싶고. 그것을 '착한 아이'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로 만들어준 것... 그렇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착한 아이'로 살지 않고, 그러니까 보편과 도덕에 부역하지 않고도 '자신'을 드러내면서 살 수 있게 하는 게 자신의 아이돌로서의 목표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거죠. 이형성이라는 이름의 수치를 모두의 명예로 만든다는 일의 정치성을 깨닫게 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데 옆에 있는 슈는 그걸 몸소 실천하고 있고 미카는 자신이 존재 자체로 그럴 수 있음을 아이돌의 입장과 결부시켜서 자신의 꿈을 찾았다고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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