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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사탕통/코튼 캔디

앙스타 환영비행선 스토리 감상

by 료밍 2022. 4. 15.

본 문서는 2022년 1월 31일부터 시작된 ALKALOID의 신곡 이벤트 ‘항해◆마음을 건너는 환영비행선’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스토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다분히 개인의 관점이므로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해주세요.



아야세 마요이는 매우 강박적인 인물이다. 그는 완벽주의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자신에게 엄격하며, 이는 작중의 인물들의 입을 빌려 꾸준히 언급된다. 그런데 마요이는 이 완벽주의의 정도가 심해서, 일말의 흠도 자신에게 용납하지 않고, 용납하는 순간 끝장이라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이런 유형의 완벽주의자는 자신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이고, 그 과정에서 쉽게 피로해져서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 그러면 내면에서는 자신이 끊임없이 압박을 받고 있음에도 표면적으로는 성과가 없기 때문에 이를 자신의 나태나 무능이라고 착각하고 자신을 더 몰아붙인다. 비효율적인 완벽주의가 부르는 악순환은 마요이가 가지고 있는 자기효능감에 대한 강박을 관통한다.

알칼로이드의 주요 테마답게 마요이 역시도 ‘낙오자’에 속한다. 마요이가 무엇에서 낙오되었는가를 살펴보자면 ‘정상 탈락’으로 볼 수 있다. 마요이는 자신이 어딘가 이상하고 불쾌한 사람이라는 자기인식을 가지고 있고, 과거에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다고 회고하며 자신을 타인과는 다른 존재, ‘인간 미만’으로 여긴다. 그런데 ‘다름’과 틀림’은 같지 않다. ‘이상함’이나 ‘다름’은 사회의 표준에서 탈락하는 조건일 순 있으나 그 자체로 우열을 내포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마요이는 이를 명백한 ‘틀림’으로 파악하고, 거기에 해당하는 자신을 비교열위에 두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외에도 마요이는 정상이라는 기준에 매달리고 이를 선망하면서도, 이면에서는 ‘보통 사람’들의 무신경함에 대한 울분을 토로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세상을 갈망하는 등, 사회적인 정상의 기준에서 벗어난 소수자의 갈등을 강하게 보인다. 이 소수자적인 트라우마는 다방면에 걸쳐서 마요이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

또한 마요이는 지독한 애정결핍이다. 미움받고 배척받는 삶을 살아오고, 그 자신도 사회적으로 서투름에도 그는 쉬이 사람들과의 교류를 등지고 외톨이의 삶을 택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등진 세상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베푼다. 배척받는 자신의 주제를 알기에 대놓고 나서지 못하면서도, 내심 자신이 베푼 선의를 깨닫고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이런 행동은 자신이 사랑받고자 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해롭지 않으며 이로울 수도 있고 따라서 ‘사랑받을 가치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증명, 확신에 매달리는 것처럼도 보인다.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있어야지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세계관 속에서 그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이 특징들이 전부 합쳐져서 마요이의 핵심적인 성격 요소인 자기혐오를 이룬다. 비틀린 완벽주의와 숱한 배제의 경험, 사랑받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절망이 만든 자기혐오는 극도의 자기검열로 나타난다. 그는 항상 자신에 대해 극단적으로 나쁜 가정을 하고 이렇게 되면 안 된다며 자신을 채찍질한다. 실제로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지도 않은 최악을 상정하는 습관은 소수자적인 트라우마에 의해 부추겨진다. 이로 인해 형성된 편집증적이고 수동공격적인 정신상태가 표면에까지 떠오르면 인간관계에서도 부정적인 경험을 하기 쉽고, 이것이 마요이의 미움받는다는 확증편향을 강화시켰을 것이다. 마요이의 소망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받고 사랑받는 것이지만, 이러한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그의 마음 속에서 그것은 모순되고 주제넘은 욕구라고 인식된다. 그 근본에는 ‘기준’이 존재한다. 자기검열 성향은 사회에서 기준에 대한 강요를 많이 받는 약자와 소수자 계층에게서 강하게 나타나는데, 마요이는 여러 면에서 ‘인간의 하한선’을 맞추지 못한 취급을 받아왔다. (이는 Living on the edge의 가사 속 본인 파트에서도 ‘한계’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상함’을 고칠 수도 없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자신은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이다. 그것이 바로 마요이가 말하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질 수 없는’ 저주의 실태가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그런 마요이에게도 돌파구는 있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마요이는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났다. 타인을 도와 인정받을 수단이 있다는 것은 인정욕구로 가득한 마요이에게는 천운이었다. 다만 거기에 너무 의지하면 또다른 주박이 될 가능성을, 마요이는 처음에는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환영비행선의 이야기는, 마요이가 이 주박에서 해방될 길을 찾는 이야기이다.


알칼로이드 내에서 마요이의 입장은 다른 멤버들의 멘토이다. 그는 ‘낙오자’라고 불리며 보컬 트레이너 하나 못 구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 있던 알칼로이드의 앞에 나타난 구세주이자, 아이돌로서 경험이 부족한 히이로와 실력이 부족한 아이라, 그리고 부상과 좌절된 이상으로 휴식기에 들어갔던 타츠미를 타고난 실력과 요령으로 선두에서 이끄는 능력있는 지도자처럼 묘사된다. 평소에는 주눅든 채 있다가도, 멤버들을 지도하는 위치에 있을 때만큼은 마요이는 맡은 일에 충실하며 확신에 찬 태도를 보인다.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것에 콤플렉스를 지닌 그는 자신을 받아들여 주고 동등한 동료로 대해주며 적극적으로 의지하는 알칼로이드 멤버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하며, 그들에게 헌신하는 것으로 은혜를 갚으려 한다. 그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마요이는 알칼로이드에서 확실한 자리, 쓸모를 얻었고,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러한 헌신은 기본적으로 마요이의 의존 방식이다. 그 양상은 한번 꼬인 형태로 나타난다. 마요이는 작중에서 자주 미숙한 이들이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구를 드러낸다. 그는 그것이 비틀린 형태임을 알고 있다. 다만 이것을 단순한 돌봄 욕구나 타인에 대한 소유욕, 심리지배 욕구 등으로 보기에는 그는 정작 자신의 뜻을 투사하는 데에서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그것을 비틀렸다고 인식한다는 것은, 이타적으로만 보이는 헌신 속에 마요이의 부정적 자기인식과 자기검열에 걸리면서도 이를 비집고 들어와 충족되는 사심이 있단 것이다. 마요이가 가진 자기효능감에 대한 집착과 인정욕구를 생각해볼 때, 오히려 마요이야말로 타인의 의지를 받으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받고 의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마요이가 사랑받을 자격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페더터치에서 타츠미는 마요이에게, 만약에 알칼로이드의 모두가 ‘손이 덜 가는 아이’가 되면 쓸쓸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이에 대해 마요이는 모두의 성장을 지켜보고 그들을 사랑할 수 있도록 계속 선두에 있겠다고 이야기한다. 얼핏 보면 자신이 베푼 선의가 마침내 돌아오는 순간이며, 멘토로서의 자리가 알칼로이드에게 갖는 소중함을 깨달으면서 자신을 긍정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마요이가 다른 멤버들에게 지니는 근본적인 의존과 강박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이는 어디까지나 마요이가 ‘필요한’ 존재라서 성립하기 때문이다. 가르침을 받는 이들은 필연적으로 성장하며, 더 이상 가르침을 필요로 하지 않거나 스승을 뛰어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승이 존재가치를 유지하는 방법은 꾸준히 가르침의 분야를 연마해 그들보다 앞선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그는 판단한다. ‘선두의 자리’는 마요이가 가진 알칼로이드의 멘토라는 입장을 유지하여 그들을 사랑할 ‘자격’으로 대해진다. 달리 말해, 환영비행선 이전의 마요이는 자신의 쓸모를 상실하면 있을 곳이 없어진다는 불안을 시한폭탄과 같이 안고 있었다. 혼자서는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는 마요이가 타인에게 사랑받기 위한 핵심적 수단인 능력적 우위와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남는 것은, 사랑할 수도 사랑받을 수도 없는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요이에게는 그런 자신이 지금까지처럼 잘 해나갈 수 있다는 자기확신이 결여되어 있었다.


환영비행선에서 SSVRS의 세계에 던져진 마요이는, 다른 알칼로이드 멤버들과 떨어지고 혼자서 시련을 맞이하게 된다. 다른 멤버들은 마요이가 없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시련을 헤쳐 나간다. 반면에 위기 상황에서 대체로 침착하게 멤버들을 통솔하던 마요이는 평소보다 더욱 심한 불안에 시달린다. 다른 멤버들이 있는 곳이었다면 분명 선두에 있었을 그는 오히려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보이고, 자신의 존재의미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가 자신이 멤버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 말한 것은, 멤버들에게 필요로 해지는 것을 통해 역으로 그들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에서 데드엔드 등의 스토리에서 이미 보인 적 있는 마요이의 비틀린 완벽주의가 악성 시너지를 내면서 마요이는 멘탈이 터진다. 실패할 것이라면, 폐를 끼칠 것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인식은 이미 자기효능감에 대한 강박이 포화 상태에 도달한 마요이에게 영화 오디션이라는 형태로 불거지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받은 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공존하는 위태로운 상태는, 자신이 그나마 자리를 찾을 수 있었던 알칼로이드라는 환경에서조차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증폭된다. 마요이에게 알칼로이드에게 폐 끼치는 존재가 되어 애써 찾은 보금자리와 '사랑받을 자격'을 잃어버리는 것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을 터.

그런 마요이를, 알칼로이드는 처음 그를 받아들였을 때와 변함없이 사랑해 준다. 정상이라는 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에 사랑받지 못하는 세계를 살아오며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마요이에게 그가 그토록 바랐던, 그러나 그의 세계관에는 존재할 리 없었던 조건 없는 사랑을 준다. 시련을 마주하기를 주저하는 마요이에게, 아이라는 실패하는 모습까지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하면서, 그의 쓸모와 상관없이 알칼로이드는 마요이를 받아들이고 동료로 여겨줄 것임을 호소한다. 여기에서 특히 중요한 점은, 아이라를 비롯한 동료들이, 페더터치에서 그랬듯이 마요이가 '실은 좋은 사람', '고마운 사람'이라고 굳이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마요이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추하고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라서 곁에 있는 게 아니라, 추하고 쓸모없고 실패로 얼룩진 존재라도 상관없으며 그런 면모까지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이기에 이 말은 비로소 의미를 지닌다. 알칼로이드의 멘토가 아닌, 그렇다고 낙오된 존재도 아닌, 아야세 마요이 그 자체를 봐 준다. 이를 통해서 그의 오랜, 기준에 대한 강박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저주’가 해소될 실마리가 제시된다. 누군가는 조건 없이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다는 그 하나가, 그 사람이 자신이 정말로 아끼는 동료들이란 점이, 수많은 기준들에 시달리던 마요이에게 하나하나 신경쓰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뭔가를 저지를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알칼로이드를 온전히 보금자리로 인식하고, 자기 자신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알칼로이드의 동료들을 향한 마요이의 의존은 저마다 단점을 가지고 실패할 수 있는 개인들이라는 공감대를 통해 좀 더 동등하고 건강한 의지로 바뀌어간다. 자기확신이 생긴 마요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련을 이겨내는 것은 물론이며 영화의 배역을 따내 보이기까지 한다.

마요이에게 핵심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알칼로이드 내에서 실력적으로 제일 뒤쳐져 있다고 묘사되었고, 지금까지 쭉 타인을 우러러보는 역할에 있었으며, 숱하게 실패를 겪어온 아이라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여기에서 짚고 가야 할 점은, 마요이와 아이라의 관계는 아이라의 일방적인 동경이 아니라 상호동경이라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아이라가 자신의 실력 부족을 의식하고 마요이가 미숙한 아이라를 챙기고 이끌어 주는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실패를 향상심으로 꾸준히 승화시키며 부족한 자신을 사랑해가려고 노력하는, 마요이가 할 수 없었던 것을 하는 아이라를 마요이가 의식하는 모습이 보인다. 자신의 개인 스토리에서 아이라의 조언자로 등장하고 아이라 주역의 페더터치에서 이끌어줌에 대한 감사를 받은 마요이는, 환영비행선에서는 아이라에게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용납받고 멘토가 아닌 동료로서 사랑받고 신뢰받는 것으로 용기를 얻는다. ‘실패하더라도, 완벽하지 못해도 사랑받을 수 있음’이 전달된 것이다. 서로가 가진 것이 정반대인 이 둘이 서로의 성장에 도움을 줬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둘이 각각 스토리의 주역인 5성, 4성으로 등장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부조리한 기준에 의해 돌아가는 세상에서 ‘낙오자’로서 가슴을 펴고 기준에 저항하고,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라고 강하게 호소하는 이야기가 알칼로이드 스토리의 주요 흐름인데, 이번 스토리 역시도 그런 특성을 강하게 지녔다고 본다. 특히 마요이는 아이돌로서의 장점은 갖춰져 있지만 심리적인 문제가 족쇄로 작용하는 캐릭터인 만큼, 장점을 키우기보다는 족쇄를 푸는 방향으로 성장 서사가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번 스토리는 마요이의 심리적 족쇄를 직설적으로 건드리고, 거기에 대해 알칼로이드의 유대를 해답으로 제시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를 통해 이번 스토리에서 제시되는 알칼로이드식 저항의 메시지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누군가를 대할 것’이라는 점이 좋았다. 이는 마요이가 메인 스토리에서 이야기한, 사각지대의 '추한' 존재들도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증명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대사를 멤버들이 그대로 실현해 마요이에게 전달해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낙오자라고, 쓸모없는 존재라고 멋대로 단정짓지 마, 사람은 그 자체로 소중하니까, 사랑받기 위해서 자격 같은 건 필요 없어, 라는 느낌. 그 점에서 보면 Believe 4 leaves의 뮤직비디오가 왜 항해사 컨셉으로 나왔는지도 알 것 같다. 행선지가 없는 여정이지만 여정 그 자체가 의미를 가진다는 노래가사, 그리고 마지막에 하늘이 개고 멤버들이 마요이에게 찾아가서 기뻐하는 장면도 알칼로이드 멤버들이 가진 마요이를 향한 순수한 좋아함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음.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은 멀리 나아가는 비행선의 모습으로 끝날 법한데, 굳이 그 장면 뒤에 마요이에게 모여 다같이 기쁨을 나누는 동료들의 모습이 들어간 이유도 그런 것이다. 날씨가 개고 어쩌면 마요이의 길잡이 역할이 끝나더라도, 그들은 마요이의 곁에 있어줄 것이다. 각자가 바라는 아이돌로서의 꿈이나 공동의 목표, 그 모든 것이 이뤄져도, 고난을 헤쳐나갈 수단을 찾아서가 아니라 마요이 자체가 좋기 때문에 알칼로이드는 함께 여정을 계속하겠지. 그리고 이 유대에 힘입어 큰 용기를 낸 마요이는 여태껏 주제넘다고만 생각해왔던, 사랑받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바라고 나아가 자신을 사랑해보는 일에도 도전해보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와닿는 부분이 정말 많은 이벤트 스토리였다. 향상심을 가장한 자기검열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나, 사랑받기 위해서 자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갖는 한계, '1인분' '사람 구실을 한다' 이런 능력주의적 표현들이 갖는 폭력성 등, 내가 사로잡혀 있었던 인식들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최소한 사람 구실은 해야지'라는 관념이 나도 뿌리깊고 거기에서 스스로를 싫어하게 되는 일이 많다 보니까... 특히 자기검열이나 비효율적 형태의 완벽주의에 대한 부분은 지인한테 내가 실제로 지적받은 부분이기도 해서 꽤나 뼈아프게 다가왔다. 나는 내가 완벽주의자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실상은 그냥 자기를 과하게 몰아붙이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된 게 많은데 거기에 자각이 없어서라고... 이 말 듣고 정신이 멍해졌던 기억이 난다. 작년 말이랑 올해 초, 여러가지로 심리적인 변화가 많던 시기에 기나긴 입덕부정기를 끝내고 마요이를 좋아한단 걸 인정하게 됐는데, 그 시기에 딱 맞춰서 알칼로이드 2차 신곡 이벤트가 나왔고 이 내용을 소화하느라 정신적으로 소용돌이치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캐릭터를 통해 많은 공감(솔직히 좀 괴로운 형태의 공감이었지만...)을 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건 뜻깊은 일이었다. 앞으로도 마요이가 많이 사랑받고, 또 자신을 좀 더 믿을 수 있기를. 이것도 사실 이벤트 딱 끝나고 나서 정리하던 감상이었는데 여러 일들로 기력 빠져서 방치하다 이제 와서야 올리게 된 것(...) Believe 4 Leaves 풀버전 앨범 나온 시점에서 말하자면 앨범 신곡 Hysteric Humanoid가 정말 좋음. 이쯤 되면 한스타에서 5성 풀돌... 가야지 뭐...


여담.
마요이의 에니어그램 유형이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해 봤는데, 6w5 유형으로 강하게 추측되네요. 저도 이쪽 전문가는 아니고 검사 받은 거+에니어그램에 대해 잘 아는 지인과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뇌피셜이니 적당히 필터링해서 들어주세요.

6번 유형은 ‘충성가’라고 보통 불린다.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이나 집단, 가치 등에 헌신하며, 기본적으로 자기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어떤 흔들리지 않는 개념에 자신을 의탁하는 것으로 해결한다. 마요이는 사회적 정상성을 강하게 의식하며, 정상에서 낙오된 자신을 받아들여 준 보금자리이자 신념을 함께하는 알칼로이드에 헌신하여 존재의의를 찾는 면모를 보인다. 또한 6번 유형은 누군가를 돌보고 가르치는 데 소질이 있다. 이건 두말할 것도 없이 마요이의 장점이고... 6번 유형은 소속감에 곧잘 좌지우지되고, 불안이 심리의 기반을 형성하기 때문에 편집증적인 경향을 보인다. 비건강한 상태에서는 이 편집증 성향이 노골적으로 나타나며 자신을 긍정해줄 사람을 갈구하고 타인에게도 의존적으로 굴기 쉬운 반면, 건강한 상태에서는 오히려 특유의 예민함을 통해 타인을 잘 헤아려 상호존중과 동등한 관계를 맺는 데 특화된다. 마요이가 보이는 각종 강박과 헌신을 통한 의존, 여기에서 나아간 후의 신뢰 형성 방식에서 이러한 면모를 찾아볼 수 있다. 하위 날개는 좀 더 지식 지향적인 5번 날개와 사교적인 7번 날개로 나뉘는데 사회성이 바닥인 마요이가 6w7일 리는 없고(...) 현명하고 박식하며 자신의 지식을 적극적으로 실제 상황에 적용한단 점에서 5번 날개를 가진 6w5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6번 유형은 자신이 가치를 두는 어떤 권위에 충실하기도 하지만, 신념도 불안도 강한 만큼 권위를 의심하고 부당한 권위에 강하게 저항하는 공포대항형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보통 사람’을 선망하면서도 그들에 대한 울분을 품고 있는 마요이도 공포대항형에 속하는 듯. 6번 유형의 분열(비건강한 상태) 방향은 성취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3번 유형이고, 통합(건강한 상태로 이행) 방향은 압박감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찾는 9번 유형. 그리고 불안에 지배당하는 6번이 건강한 방향으로 승화할 때 가지는 미덕은 용기... 그런 면에서 환영비행선은 정석적인 6번 유형의 성장기라고 볼 수 있음. 이쯤되면 앙스타 공식이 에니어그램 참조해서 캐릭터 빌딩을 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져도 되...나?

이걸 알고 있는 이유는 제가 6w5 유형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긍정적인 요소인 책임감이나 누군가를 돌보고 가르치는 소질 등은 쏙 빠지고 부정적인 부분만 남은... 알칼 2차 하코 이벤트 나오던 당시에 정식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 받고 너무 예상 밖이라 충격받고 스토리 보고 설마 그래서 이게 이해가 가는가...! 하고 한번 더 충격 받았음. 스스로가 집착하고 있던 부분이 어디인지 오시캐를 통해 좀 알 것 같은 기분이 되어서 되게 묘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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