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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사탕통/팝핑 캔디

[리사유키] 미나토 유키나에게 음란한 몸이라 죄송하다고 말하게 해 보았다

by 료밍 2018. 6. 9.

에로개그를 의도했는데 잘 되었는진 모르겠다... (조금 늦게) 대세 따라서 음송합니다 플로우에 탑승.

행위 암시가 있지만 그렇게 노골적이진 않으므로 일단은 전체공개




창문 하나면 드나드는 옆집 친구의 방에 놀러가는 것은 한 문제요, 거기서 그 친구 - 지금은 연인이라 부르는게 훨씬 옳을 - 와 한껏 육체의 놀이를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옷가지들을 반 즈음만 걸치고서, 이마이 리사와 미나토 유키나는 하얀 침대보 위에서 열심히 서로의 몸을 탐구하고 있었다. 평소 작업할 때 끌어안기 좋은 고양이 쿠션은 간지럼 타는 손짓과 발짓에 밀려나 바닥에 무자비하게 떨어졌다. 보통 작업이 목적이 아닌 사적인 만남은 유키나의 방보다는 리사의 방에서 이루어졌고, 이런 지나치게 긴밀한 접촉은 음악에 대한 열정 외를 불사를 여지조차 주지 않는 유키나의 방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 구분을 잊어버린 채 둘이 눈과 손을 주고받으며 교감하는 것은, 이미 둘 사이에서 영감의 영역이 일상의 영역과 합치했지 때문일까. 혹은 이 행위의 목적이 철저히 유키나의 목소리를 듣는 데에 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리사는 집요하게 유키나의 목덜미를 노렸다. 고양이 같은 입술이 예민한 맨살을 얕게 물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숨 들이키는 소리가 거듭 들려왔지만 유키나는 소리도 말도 없었다. 그게 아쉬운 리사의 마움 속에 짓궂음이 자랐다. 아마 제일 내밀한 상황에서도 자존심을 쉬이 못 놓는 천성 탓이렷다. 유키나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지나치게 정직한 연인은 노래를 불러주겠다면서 반라로 작업용 책상에 기타를 들고 앉는 건 아닐까. 물론 유키나의 노래하는 목소리야말로 리사가 제일 좋아하는 목소리였지만, 그래도 리사는 유키나가 자신과 사랑을 나눌 때도 갈망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속으로 삭혀왔다.


문득, 리사의 머릿속에 어디서 본 문구가 떠올랐다. 연인에게서 부끄러움과 솔직함 양쪽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법의 문구. 만일 그저 신음하는 것에는 아무런 의미가 담기지 않기 때문에 유키나가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라면, 의미를 담은 문구는 거부할 이유 없는 양념일 것이다. 리사는 마음 속의 짓궂음을 만면에 펼치며 유키나의 귓바퀴를 슬쩍 핥았다. 그리고 속삭였다.


"얘, 유키나."


그 소리와 함께 어깨에 손을 스리슬쩍 얹으면 어깨가 가볍게 요동친다. 반응이 온 것이 기쁘지만 좀 더 놀려줄 시간이다. 리사는 계속 유키나의 귀를 물고 핥으며 유키나의 반응을 봤다. 간지러움에 몸을 맡기기 시작한 유키나의 얼굴에 홍조와 함께 부드러운 미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리사, 간지러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리로 내뱉은 솔직한 반응은 평소의 고저 하나 변하지 않던 목소리임에도 약간의 감미로움이 맴도는 듯했다. 좀 더 달아오르면 '그 말'을 시켜도 되지 않을까. 그녀답지 않게 못된 장난이 익숙한 배려로 가장한 태도 사이로 비집고 새기 시작했다. 리사가 유키나의 귓불을 조금 세게 깨물자 어깨가 또 한번 튀었다. 지금이면 적당할 것이다. 리사는 유키나의 귀 가까이로 요염한 입술을 대고서 점점 몽롱해지는 유키나의 머릿속에 한마디를 흘려넣었다.


"유키나, '음란한 몸이라서 죄송합니다' 라고 말해봐."

"음란한 몸이라 죄송... 어?"


유키나는 말을 잇다 멈추었다. 부드럽게 녹았던 유키나의 움직임도 그대로 멎었다.  스르륵 하고 결 좋은 은빛 머리카락이 리사의 어깨를 스쳤다. 부끄러운 대사인데도 아무런 톤 변화 없이 행하던 유키나는 갑자기 리사를 빤히 쳐다봤다. 아, 기분 상하게 했나? 리사는 걱정과 긴장으로 침을 삼키며 유키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수치심도 기분 상한 기색도 하나 없었다. 다만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건 순수한 의문이었다. 자신이 왜 이 대사를 해야 하는가, 근본적인 이해를 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음란한 몸이 뭐지?"


가끔 유키나는 분위기 속에서 당연하게 넘어갈 것에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것은 그녀가 사회적인 교류에 무지해서는 결코 아니었다. 다만 감정을 오랫동안 배제하고 살아왔고, 그녀가 제일 자신있는 소통방식은 아예 모든 걸 말하거나 말하지 않는 것 뿐이기 때문이었다. 리사는 유키나의 그런 면이 다소 귀엽다고도 생각했지만, 가끔 유키나는 자존심 때문에 괜히 장난을 치면 반발하고는 하니까,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적당히 말을 돌려두는 게 분위기를 덜 깰 것 같다고 리사는 판단했다.


"음란한 몸이란 건... 맞다, 유키나가 너무 매력적이라는 거야."


리사는 적당히 둘러댔다. 성적인 은유와 농담에 대해서까지 하나하나 가르치는 입장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건 불공평하고, 되도록이면 유키나와 함께 배워가는 입장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말솜씨는 제가 훨씬 능숙한 걸 재차 실감하게 되었다. 이 와중에도 유키나는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었다. 긴 은발이 반라의 육체를 덮으며 흔들렸지만, 시야의 자극조차도 금세 어색해진 분위기에서는 눈을 둘 것이 올바른지를 재고해 볼 기세였다.


"내가 매력적이라면 왜 죄송해야 하는 거지?"


역시나 유키나는 이해를 못한 것 같았다. 특유의 고고하고 자존심 강한 자태에는 농담을 용납하지 않는 이면도 있었지만, 그것은 용납하지 않기보다는 단순히 통하지 않기 때문임을 리사는 잘 알았다. 그 때 유키나가 리사의 어깨에 두 팔을 올리고 그녀를 똑바로 봤다.


"유, 유키나?"

"리사는 무대에서 120퍼센트의 출력을 내보이고도, 너무 압도해버렸다고 고개숙일 거야?"

"아, 저기, 유키나...?"

"리사는 내 목소리가 듣고 싶은 거지?"


그냥 솔직하게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말하는 편이 나았나. 괜히 어디서 들은 말로 돌려 말하려다가 이번엔 오히려 제가 설교를 듣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항상 유키나를 챙겨주는 입장에 있었던 리사였기에, 가끔은 이렇게 입장이 바뀌는 것도 싫지는 않았다. 그것보다도, 리사 본인도 의문이었다. 어째서 음란한 몸이라면 죄송해야 하는가? 아마 둘만 있을 때 유키나가 '음란'해진다면, 그러니까, 자신을 더욱 원하고 닿고 싶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좋은 일일 텐데. 역시 이상한 말이었다. 단순히 연인간에 분위기를 좋게 만든다는 속설이었으니 진지하게 생각한 말은 아니었겠지만, 리사에게는 잘 즐기고 있는 연인에게 굳이 미안한 기분을 들게 하는 거야말로 죄송할 일로 들렸다. 그렇다면 역시, 이 방법은 아니었다. 정공법을 결심하고 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유키나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난 내 목소리의 호소력에 타협하지 않아. 그러니까 죄송해하지 않을 거야."


이런 상황에서, 부끄러운 농담 하나로도 너무나 진지한 얼굴로 명언을 파생시킬 수 있는 자가 미나토 유키나였다. 금빛 눈동자를 상대의 시선에 똑바로 맞추고 그런 말을 하면 고양이 쿠션을 발치에 두고 반라로 말해도 멋있어 보일 수밖에 없다. 리사는 유키나를 홀린 듯이 쳐다보다가, 들은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되자 풋 하고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어주었다.


"그렇네. 생각해보니까, 나는 유키나가 내가 좋아서 잔뜩 음란해져준다면, 오히려 고마울 거야. 그건 죄송하다고 말할 게 아니었네."

"응. 리사가 원한다면, 목소리 내 보도록 나도 노력할게."


그리고 유키나는 두 팔로 리사를 끌어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그 행동은 딱히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러니까 리사야말로 좀 더 솔직... 음란해져주면 좋..."


부끄러움으로 미처 마치지 못한 말끝은 떨렸지만, 그것만으로도 파괴력은 충분했다. 리사는 귓가까지 차오르는 열기를 견딜 수 없어 바로 유키나의 허리를 부여잡고 몸에 무게를 실어 침대보 위로 끌어당겼다. 푹 하고 침대보 위에 두 몸이 겹쳐졌다.


"정말, 유키나, 나 감동해버렸잖아! 아하하..."


웃음보가 터진 리사는 아까의 장난기를 되찾아 유키나의 옆구리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유키나도 기습에 몸을 움츠리다가 이내 리사의 허리를 쓰다듬어 꺄아꺄아 하고 놀란 소리를 몇 마디 이끌어냈다. 부드러운 미소와 잠깐의 담화가 양지바른 방 침대 위에 피어올랐다. 그것이 좀 더 열기 어린 목소리가 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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